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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우체통에 쌓인 그리움·위로·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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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지훈 작성일24-04-16 19:56 조회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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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편지·엽서 등 4000건 육박기억저장소에서 디지털로 보관
세월호 10주기를 이틀 앞둔 지난 14일 경기 안산시 단원고등학교에 청년부터 50대 중년까지 10여명이 모였다. 지역 주민에게 참사 후 달라진 마을 이야기를 듣는 ‘고잔동 마을 걷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들이었다. 이제 편지 쓰기 시작해볼까요? 강사의 말에 시민들은 각자 준비해온 엽서를 꺼냈다.
한 참가자가 받는 사람을 정해두고 써야 하냐고 묻자 세월호 아이들에게 추모편지를 써도 좋고, 유가족에게 마음을 담아 써도 좋다는 답이 돌아왔다. 노란 펜을 든 이들은 각자의 그리움과 다짐을 엽서에 적어 내려갔다.
인천에서 온 오현정씨(56)는 상처를 입은 공간에서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 상처를 서로 보듬고 돌보는 모습이 존경스럽습니다. 그 길에 함께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오씨는 세월호는 전 국민에게 트라우마였지 않나라면서 당사자들이 아파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서로 치유해 나가는 여정이 의미 있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전에도 희생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써왔다는 윤은미씨(52)는 참사 초기에는 ‘잊지 않고 진상을 밝혀내겠다’는 내용이었다면 지금은 ‘10년이 지났는데도 사회가 변하지 않아 미안하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고 전했다.
안산 주민인 송희진씨(22)는 언니와 친하게 지내던 오빠가 세월호에 탔다가 돌아오지 못했다면서 먼 여행을 떠난 지인과 또 다른 희생자들에게 못다 한 말을 적었다고 했다. 송씨는 동네에서 유가족들을 마주친 적이 종종 있는데 웃으면서 애써 괜찮다고 하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면서 누구도 이런 아픔을 다시 겪지 않도록 제대로 된 재발방지책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사연을 적은 엽서를 단원고 한쪽 언덕에 설치된 노란우체통에 넣었다.
노란우체통은 2022년 단원고에 처음 설치됐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농성하던 서울 광화문광장 등에도 비슷한 우체통이 설치됐다.
노란우체통에는 10주기를 앞두고 시민들이 넣은 편지가 수십통 쌓여 있었다. 편지는 4·16세월호가족협의회로 전달된다. 4월이 되면 전국 각지 학교, 시민단체 등에서 4·16세월호가족협의회로 편지를 보낸다. 장동원 4·16세월호가족협의회 총괄팀장은 10주기가 다가오면서 편지뿐 아니라 포스트잇 보드 등 단체로 보내오는 것이 늘었다고 했다.
모인 편지는 안산 단원구 민주시민교육원 내 4·16기억저장소에 보관된다. 지난 10년간 이곳으로 온 엽서는 1246장, 편지 1437통, 메시지 1154건이다. 낱장일 경우에는 엽서, 여러 장이거나 특정인에게 보내는 것은 편지, 포스트잇 등은 메시지로 분류된다. 엽서와 메시지는 단체로 온 것이 많아 실제 장수는 훨씬 많다. 단체 엽서는 보통 500장을 한 건으로 묶어 보관한다고 한다. 한곳에서 꾸준히 보내오는 경우도 있다.
기억저장소는 자료를 스캔해 디지털 자료로 온라인에 보관하는 작업도 하고 있다. 그림·사진·조각·서예 등 보내오는 기록물도 다양하다. 기억저장소 관계자는 참사 초기에는 편지 형식의 기록물이 많았다면 요즘은 유화, 판화, 설치미술까지 기록물의 형태가 더 넓어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기억저장소에서 일하는 고 허재강군 어머니 양옥자씨는 대부분 ‘잊지 않겠다’ ‘함께하겠다’와 같은 내용이라며 편지가 오면 엄마들끼리 돌려보면서 위안을 얻고는 했다고 전했다. 양씨는 초등학생 아이들이 10주기를 맞아 ‘10년이 흘러도 여전히 아프실 것 같다. 자라날 후배들이 아프지 않도록 힘써달라’고 한 게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총선이 여당 참패로 끝나자, 의료계가 의대 증원 재검토 요구 목청을 다시 높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12일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들어 의료를 파국으로 몰고 가는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원점 재검토에 나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총선 패배를 계기로 ‘증원 백지화’를 관철하려는 의료계의 태도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총선 결과를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해 또 다른 실력행사를 꾀하겠다는 건가.
의사단체는 여당의 총선 패배에 의대 증원에 대한 심판 여론이 고스란히 반영됐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의대 증원을 계속 추진하는 것은 국민 뜻과도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11일 서울대 의대 교수들도 총선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에 의대 증원 재논의를 요구했다. 물론 의사들 주장대로 정부의 일방통행식 의대 증원 추진 과정에 대해 국민과 전문가들이 우려를 느낀 것은 맞다. 그러나 이제 와서 의대 증원 자체를 없던 일로 하자는 의료계의 주장은 국민의 뜻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의료계가 특권의식에서 벗어나 현실적인 협상안을 마련해 의정 갈등을 마무리지어야 한다는 것이 총선 민심이다.
의료계가 할 일은 의대 교수·전공의·의대생 등으로 사분오열된 내부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데 집중하는 것이다. 전공의 이탈로 두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의료 공백 사태에 대한 책임은 정부뿐 아니라 의사들에게도 있다. 이 혼란을 멈추려면 의대 증원을 용인하는 선에서 정부에 협상안을 내야 한다. 의대 증원을 원점에서 재논의하자는 주장이 국민들에겐 ‘증원 백지화’로 비치고 있음을 의사들도 잘 알 것이다.
국민은 윤석열 정부가 총선 패배를 계기로 의료개혁의 고삐를 놓아버리지나 않을지에 대해서도 우려가 크다. 그런 점에서 여당 일각에서 제기되는 증원 유예론은 매우 부적절하다. 의대 증원을 1년 유예하고 단계적 증원 방침을 정한 뒤 국민 분노에 화답해야 한다는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의 주장은 민심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에 불과하다. 의대 증원이 시급하고도 타당한 의료개혁 과제라는 점은 총선 승패와 무관한 진실이다.
의대 증원분은 다음달 말 ‘2025학년도 대입전형 수시모집요강’에 최종 반영된다. 만약 올해 증원을 유예한다면 의료개혁의 동력은 상실되고 말 것이다. 정부와 의료계는 지체없이 협상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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