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기고]데이터센터 전력수요, 제대로 고려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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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지훈 작성일24-08-24 00:11 조회13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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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기후위기 대처를 위한 온실가스 감축의 핵심은 ‘탈탄소 에너지 전환’이다.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량의 73% 이상은 에너지 사용 과정에서 발생한다.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 전환 방향은 무엇일까? 여기에는 ‘모든 에너지는 전기에너지로, 전기에너지는 재생에너지로’ 전환한다는 일반적인 해법이 이미 정해진 미래처럼 확정되어 있다. 따라서 미래 전력 공급과 소비 정책은 그 자체로 국가 에너지 전략의 전부이면서 동시에 기후위기 대응의 대부분을 결정한다.
전력 공급 방향도 사실상 결정되어 있다.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 이내에 머물게 해서 기후위기를 막으려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이 59%(태양광과 풍력만 40%), 그리고 2050년까지 89%(태양광과 풍력만 72%)가 되어야 한다고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추산했다. 이를 위해 독일과 영국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80%로, 호주는 83%로 잡아놓았고, 독일이나 스페인 등은 이미 절반을 넘어갔다. 그런데 태양광과 풍력 비중이 2023년 기준으로 고작 7.2%밖에 안 되는 한국은, 2030년 재생에너지 목표치도 21.6%에 불과하다. 지난 5월 말 발표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핵심 문제 중 하나가 여기에 있다.
정부의 전력 수요 전망은 더 문제가 있다. 태양광과 풍력터빈은 운영 과정에서는 온실가스가 거의 배출되지 않지만, 원료 채굴과 부품 제조, 시공 과정에서는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더욱이 재생에너지는 화석연료처럼 에너지 밀도가 높지도 않다. 기후와 지구 생태계 파괴를 막으면서 재생에너지로 전력을 무한 공급하는 건 불가능하다. 따라서 미래에는 에너지 수요 관리가 매우 중요해진다.
자동차의 전기화, 건물 난방의 전기화, 그리고 산업 공정의 전기화 등 모든 에너지를 전기화하는 과정에서 전력 수요가 얼마나 더 늘지 예측하기 쉽지 않다. 최근 전력 수요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최대 요인으로 생성형 인공지능(AI)의 급격한 확대로 인한 데이터센터의 폭발적인 증설이 떠올랐다. 구글과 같은 현재의 검색 기능을 완전히 생성형 AI 방식으로 구현하면 전력 수요가 10배 이상 증가할 수 있다. 일반적인 구글 검색 요청당 전력 소비량이 0.3Wh(와트시)인 데 비해 챗GPT는 요청당 2.9Wh를 소비하기 때문이다.
생성형 AI를 지원하기 위한 데이터센터 건설이 늘면서 기존의 완만한 전력 수요 변동 전망을 무력하게 만들고 있다. 세계 데이터센터 3분의 1이 몰려 있는 미국은 2022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전체의 4% 정도지만 2026년경이면 6%로 늘어날 것이라고 IEA는 분석한다. 유럽에서 데이터센터 밀도가 높은 아일랜드는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 비중이 2022년에도 무려 17%였는데, 2026년이면 32%까지 폭증하리라고 IEA는 예상했다. 아일랜드를 포함해 아이슬란드, 싱가포르 등에서 적절한 수준으로 데이터센터 신설을 규제하는 조치를 시작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2023년 12월 말 기준으로 이미 150개의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한국은 생성형 AI의 급격한 확산에 따라 2029년까지 추가되는 데이터센터 수요가 732개일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에 따르면 늘어날 데이터센터 모두를 지원하려면 전력 용량이 무려 50GW가 필요하다. 심지어 입법조사처는 핵발전 증설 명분을 데이터센터에서 찾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는 이런 요소들에 대한 고려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전력 공급 양상의 변화에 따른 수요 관리의 중요성, 수요의 불확실성에 따른 정확한 전망, 그리고 AI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폭증을 적절히 관리할 대책의 필요성 등 전력 수요와 관련해 계획을 다시 치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변희수재단 준비위원회가 트랜스젠더 청년에 대한 긴급 생활비 지원을 위한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19일 발표했다. 변희수 하사를 추모하고 노동·교육·의료 영역에서 발생하는 트랜스젠더에 대한 차별을 해소하려고 발족한 준비위의 첫 지원사업이다.
준비위는 이날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트랜스젠더 청년 지원자 5명을 대상으로 1인 최대 300만원의 긴급 생활비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준비위 공동대표인 정민석 청소년성소수자지원센터 띵동 이사장은 변 하사가 군인 신분을 잃고도 다시 (사회 활동을) 시작할 기회가 주어졌다면 지금은 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지원사업 착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변 하사가 숨진 뒤 3년이 넘는 동안 한국 사회는 인권 상황이 전반적으로 후퇴하고 있어 트랜스젠더들이 더 고립되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지원사업을 통해 트랜스젠더 당사자가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극복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변 하사의 주치의였던 이은실 준비위원장은 이번 지원사업이 트랜스젠더 당사자들의 삶에 발판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했다. 순천향대 산부인과 교수인 이 위원장은 환자로 만난 트랜스젠더들이 가정에서 지원을 받지 못하거나 일터에서 쫓겨나 의료·주거·교육 등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지원사업이 그들 삶의 기반을 지키는 데 보탬이 될 것이라 말했다.
준비위는 당사자들이 서로 위로하고 교류하는 네트워크 모임을 연 2회 지원하기로 했다. 준비위 공동대표인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트랜스젠더 당사자는 성소수자 중에서도 많은 차별을 당하며 사실상 은둔을 강요당한다면서 이들에게 사회로 한발 나아갈 기회를 제공하려 한다고 말했다.
지원 대상은 19세 이상 39세 이하 트랜스젠더다. 준비위는 서류와 면접 심사를 거쳐 오는 10월4일 5~6명을 최종 선정할 계획이다. 오는 31일 오후 2시에는 신청자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한다. 자세한 사항은 변희수재단 준비위 홈페이지에 공지돼 있다.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을 놓고 또다시 ‘역사전쟁’이 한창이다. 발단은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이지만, 뉴라이트 인사들이 윤석열 정부의 역사·교육 기관장에 잇따라 중용되면서 예열됐다. 윤석열 정부가 김 관장 임명을 계기로 ‘건국절 제정’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졌다. 정부가 자초한 역사전쟁으로 국민 통합의 장이 돼야 할 광복절 경축식은 둘로 갈라져 열렸다.
역사는 되풀이된다고 하지만, 기시감이 들어도 너무 든다. 건국절 제정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시도됐다가 국민 반발에 부닥쳐 무위로 돌아간 바 있다. 역사학계, 야당의 반발에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이 1948년 건국절은 추진한 적도, 추진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윤석열 정부는 왜 그럴까.
이명박 정부의 ‘건국절’ 지정을 막는 데 큰 역할을 했던 한시준 전 독립기념관장을 지난 19일 경향신문에서 만났다. 한 전 관장은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총리실 산하에 ‘대한민국 건국 60년 기념사업위원회’가 생기자 1948년 8월15일을 건국절로 지정하려는 건국론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을 써 여러 신문사에 보냈다. 당시 몇몇 신문사에 글을 보내도 아무 답이 없었는데, 제일 먼저 글을 게재해 준 곳이 경향신문이었습니다. 이후 한겨레 등에서도 다루고, 건국절 제정 무산은 진보 언론 역할이 컸어요. 고맙게 생각합니다.
한 전 관장은 3년6개월간의 독립기념관장직을 마치고 지난 7일 퇴임했다. 그는 대통령 역사관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번 광복절 경축사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라는 공식 호칭 대신 ‘상해 임시정부’라고 부르더라면서 ‘대한민국’은 불변인데, 이 말을 왜 안 썼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의 퇴행적인 상황이 대한제국 망할 때와 같다며 주요 공직자들의 생각이 자신들의 안위만 생각한 대한제국 때 대신들하고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엄중한 시기라고 했다.
- 올해 8·15 경축식이 두 쪽으로 갈라졌습니다. 대통령실은 대통령이 참석한 행사가 공식 행사라며 (광복회가 빠졌다고) 반쪽 행사라는 표현은 잘못됐다고 했는데요.
광복절은 독립운동을 해서 나라를 되찾은 것을 기념하는 날이잖아요. 독립운동가들을 대표하는 단체가 광복회인데, 정부가 나서서 ‘광복회가 빠졌다고, 반쪽 경축식 아니다’라고 하고 심지어 ‘광복회만이 독립운동 주체는 아니다’라고 하는 건 너무 모욕적이죠.
- 광복회 등이 별도로 연 기념식은 어땠나요.
효창공원 내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제가 ‘1948년 건국과 식민지배 합법화’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어요. 그래서 좀 일찍 갔는데 야당 인사들 외에 시민들도 많이 오셨더라고요. 우리 국민들이 두 쪽으로 갈린 광복절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어요.
- 독립기념관이 매년 열어온 경축식도 돌연 취소됐습니다. 김형석 관장은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취임 전에 결정된 일이라고 했는데, 기념관 측 설명과 다릅니다.
공직자는 솔직해야죠. 제가 직전 관장인데, 퇴임 전에 경축식 초청장을 발송했어요. 준비 중이던 경축식이 새 관장이 취임(8일) 직후 정부 행사에 참석하겠다고 하니 취소될 수밖에 없었어요. 정부가 경축식 초청장을 보내도, 저를 비롯한 역대 관장들은 자체 행사를 치러야 하니 당연히 안 갔죠. 독립기념관 개관 이후 한 해도 기념식을 거르지 않았어요. 자체 행사를 못한 경우는 정부가 독립기념관에서 경축식을 하거나 충남도 주최로 한 경우 정도예요. 관장이 자체 행사를 포기하고 달려가 대통령에게 얼굴 내미는 게 무슨 소용이 있을지, 가서 마땅히 할 일도 없고요.
-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 과거사 언급이 없었습니다.
대통령이 최소한 광복절의 의미와 역사는 환기시켜주고 다른 얘기(통일)를 해야죠. 윤석열 정부는 일본의 과거사는 덮고 미래로 가자고만 하잖아요. 미래로 가려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화해가 돼서 앞으로 가는 것이지, 계속 잘못 안 했다고 뒤집는데 앞으로 나갈 수 있겠습니까? 특히 깜짝 놀란 부분이, 대통령이 헌법에도 있는 ‘대한민국 임시정부’라는 공식 호칭 대신 ‘상해 임시정부’라고 부르더라고요. 국가는 변하지 않지만 정부는 변하거든요. 윤석열 정부, 문재인 정부라고 이름 붙이잖아요. ‘대한민국’은 불변인데, 이 말을 왜 안 썼는지, 궁금합니다.
-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임시정부를 가리켜 ‘영토, 국민, 주권이 있어야 국가’라고 발언해 강원도 경축식도 파행을 빚었습니다.
1919년 9월11일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헌법을 공포했어요. 이 3가지 요소가 다 들어 있습니다. 헌법 총강 1조 2조 3조가 각각 ‘대한민국의 국민은 대한 인민으로 하고, 주권은 대한 인민 전체에 있고, 대한민국의 강토는 구한제국의 판도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또 (건국절을 주장하는 이들은) 헌법만 있고 실효적으로 통치하지 못했으니까 인정할 수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런 논리라면 지금 대한민국도 국가가 아닌 거예요. 대한민국 헌법에도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했는데 북한까지 지배하고 있지 못하잖아요. 이미 오래전에 결론이 난 얘긴데, 김진태 지사 같은 사람들이 내용도 모르고 떠드는 겁니다.
- 먹고살기 힘든 국민들에게 건국절 논쟁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한 대통령의 발언은 모순적입니다.
생일이 언제냐고 묻는데 ‘1950년에 났는지 1970년에 났는지’ 이런 식으로 얼버무리면 안 되는 거 아닙니까. 국가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는 것이 국가 최고 책임자가 해야 할 일 중에 하나입니다. 그런 문제를 먹고사는 문제와 결부시키니 어이가 없어요.
- 광복회가 뉴라이트라고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지목한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정작 자신은 뉴라이트가 아니라고 합니다.
뉴라이트 세력들이 지금까지 주장해 온 게 있어요. 대한민국이 1948년 8월15일 건국됐고, 이승만이 건국 대통령이라는 것이 핵심입니다. 또 하나는 독립운동 역사 지우기예요. 김 관장은 임시정부 부정 등 뉴라이트 역사관과 일치하는 주장을 계속해 온 분이에요. 그리고 본인이 뉴라이트라고 시인한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 독립기념관장이 취임 일성으로 <친일인명사전>이 오류가 많아 손보겠다는 계획을 밝혔는데요.
그 얘기 듣고 귀를 의심했어요. 사실 ‘친일파’는 정확한 용어가 아니에요. 반민족행위자라고 불러야죠. 우리가 일제한테 빼앗긴 나라를 되찾고자 저항할 때 일본에 붙어서 우리 민족을 탄압한 세력이에요. 그런데 반민족행위자들의 명예를 회복하겠다? 다른 직책이라면 몰라도 독립기념관장 입에서 차마 나올 수 없는 발언입니다.
- 정부가 한국학중앙연구원·국가교육위원회 등 역사 기관에 뉴라이트 인사들을 대거 중용하고 있어 우려가 큽니다.
지금의 퇴행적인 상황은 대한제국이 망할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때와 똑같은 것 같습니다. 1910년 8월29일 한일강제병합 당시 발표됐던 8개 조항의 조약이 있어요. 1조는 ‘한국 황제폐하는 한국 전체에 관한 일체의 통치권을 완전, 또 영구히 일본국 황제폐하에게 양여한다’, 2조는 ‘일본국 황제폐하는 전조에 기재한 양여를 수락하고 또한 완전히 한국을 일본제국에 병합함을 승낙한다’. 3∼7조는 ‘한국 황족 및 그 후예와 대신들을 어떻게 대우해주겠다’는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대한제국 대신들이 신분을 보호받으면서 일본에 나라를 넘겼습니다. 나라를 찾고자 목숨을 건 이들은 백성들이었어요. 그때 대신들은 요즘으로 치면 장관이겠죠. 현 정부의 역사 관련 기관장뿐만 아니라 국방·통일 장관 등 주요 요직에 있는 분들의 생각은 대한제국 때 대신들하고 다를 바 없습니다. 우리는 일제강점기 국민들이 얼마나 많은 피해를 봤는지 알잖아요. 그런데 지금 그 과정을 똑같이 겪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매우 엄중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 가장 우려되는 점은 뭔가요.
나라 운영을 책임져야 하는 공직자들의 생각이죠. 그 생각이 그분들이 역사를 공부해서 머릿속에 들어 있는 게 아니라, 일본의 주장을 그대로 가져왔다는 것이 심각한 점입니다. 일본은 한국 역사를 식민사관으로 해석해 자신들의 지배를 합리화시켰거든요. 그 식민지 근대화론은 1990년대 중반에 나왔어요.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들이 중심이 돼 연구와 논리를 발전시켰는데, 일본의 지원금을 받은 연구예요. 일본 식민사관 주창자들의 논의를 그대로 가져온 것으로, 내용을 알고 보면 한국 지식인 사회가 창피하죠. 이런 주장을 정치 지도자들이 믿고 따르니 문제예요. 가장 어리숙한 게 이명박 전 대통령 아닙니까. 1948년을 ‘건국’ 원년으로 삼자는 뉴라이트의 주장을 받아들여 2008년 ‘건국 60주년 사업’을 벌이면서 ‘건국절’을 만들려다 철회했잖아요. 지금 뉴라이트 역사 기관장들도 제대로 연구하지도 않고, 사실이 아닌데도 그냥 따라가는 겁니다.
- 역사학계는 뉴라이트 등 수구 세력과의 역사 논쟁에 왜 적극적이지 못했나요.
역사학계가 뉴라이트들의 주장이 말이 되지 않는다는 근거들을 이미 제시했어요. 하지만 뉴라이트 쪽은 지적을 받아들이지 않고 자기들 주장을 굽히지 않으니 논쟁이 될 수가 없어요. 일례로 건국 시점 논쟁에서, 1948년 8월15일을 건국일로 하려면 역사적·법적 논리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근거를 소상히 밝히는 논의를 보지 못했어요. 뉴라이트들이 건국 대통령이라고 추켜세우는 이승만 박사는 1919년 9월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대통령이었으나 1925년 3월 탄핵됐고, 1948년 1대 대통령으로 당선돼 4·19 혁명으로 하야했어요. 그 이승만도 제헌헌법에 전문을 두고 거기에 임시정부를 계승한다는 구절을 넣자고 했어요. 건국이란 말은 쓴 적도 없어요. 그런데 1948년을 건국절로 하겠다니 이승만 박사 입장에서도 정말 억울하고 웃기는 상황인 거지요. 그런 점에서 지금의 상황은 논쟁이 아닌 역사전쟁으로 봐야 합니다.
-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등 윤석열 정부의 역사전쟁은 항일운동과 관련된 일로 역대 보수 정권에서조차 시도하지 않았던 것들입니다. 현 정부가 반일을 억지로 공산주의와 엮어 ‘반일 대 반공’의 이념대결을 격화시킨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명박 정부 때 건국절 논란이 벌어졌잖아요. 그 과정에서 국민들이 대한민국은 1948년이 아닌 1919년 건립됐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됐어요. 박근혜 정부는 건국절 추진을 더는 못하고, 역사 교과서에 넣으려고 국정화를 추진했지만 뜻을 못 이뤘고요. 윤석열 정부에서도 (역사전쟁이) 국민의 저항에 부딪힌다는 것을 알아야 할 텐데, 그냥 과격하게 밀어붙이고 있다고 봐요. 논리 가지곤 안 되니까, 홍범도 장군을 공산당으로 몰아붙이는 식이죠.
- 최근 우리 정부가 일본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에 동의하면서, 비판이 거셌는데요. 양국 간 주요 현안에서 일본은 가만히 있는데 한국 홀로 물러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일본 사람들이 현 정부의 대일외교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생각해보면(답이 나오죠). 한국을 얼마나 만만하게 보겠습니까? 대통령은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로 나간다고 하지만, 일본에서 그렇게 생각하진 않을 겁니다.
- 김태효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1차장이 지난 16일 에 출연해 과거사 문제에 대해 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이라고 했는데요. 과거사 어떻게 풀어야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한다고 보십니까.
일본은 침략했던 나라고, 우리는 식민 지배를 당했기 때문에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아요. 그 당시 제국주의 세력들이 많은 나라를 식민지로 삼았습니다만, 일본 식민주의는 그중에서도 유별났습니다. 다른 나라들은 경제적인 이득을 취하는 정도였는데 일본은 한국인들을 완전히 일본 사람으로 만들려고 했어요. 학교에서 배운 바로 민족말살 정책인데요. 1945년 해방되지 못했으면 일본이 목적을 달성했을지도 모릅니다. 일본의 그런 정책에 저항했기 때문에 우리 민족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걸 다 잊어버리고, 과거사 문제는 일본의 마음에 달렸다는 발언은 기초적인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습니다. 더군다나 안보를 책임진 사람 입에서 나올 이야긴 아니고요.
- 나라가 극명하게 쪼개져 있습니다.
공영방송에 정파색 입히는 구조 못 깨면 갈등의 무한반복 못 끊어
우리는 역사의 증언자…국제민중법정서 미국의 책임 반드시 물을 것
교제폭력엔 명확한 전조 증상…‘강압적 통제’ 범죄로 처벌해야
저는 ‘이념 논쟁’이라는 데 찬성하지 않습니다. 우리 민족이 전에는 민족주의(우파)·사회주의(좌파)가 싸웠어요. 해방 후 반민족행위자들을 처벌했어야 하는데 제대로 하지 못했죠. 그들이 이승만 정권부터 권력을 차지했고요. 이후 반공을 국시로 하면서 좌파는 거의 소멸됐거든요. 남은 것이 민족주의 세력과 반민족행위자들이에요. 반민족행위자들이 과거 민족주의 세력을 좌파라고 몰아붙이는 것이니 ‘이념 논쟁’이라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반민족행위자들은 국가, 민족과 관계없이 일신의 명예나 사욕을 위해서 움직이는 자들입니다. 역사를 제대로 가르치는 것이 나라를 살리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전 관장은 뉴라이트의 역사 인식을 어떻게 넘어서야 하느냐는 질문에 지금 권력을 쥔 사람들이 안 들어주는데 당장 방법이 있느냐고 했다. 그는 이번 경축식에서 이종찬 회장이 준비된 기념사를 마친 뒤 한 말로 답을 대신했다. 긴 역사 속에서 역사는 권력 편이 아니라 정의의 편이었습니다.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 전환 방향은 무엇일까? 여기에는 ‘모든 에너지는 전기에너지로, 전기에너지는 재생에너지로’ 전환한다는 일반적인 해법이 이미 정해진 미래처럼 확정되어 있다. 따라서 미래 전력 공급과 소비 정책은 그 자체로 국가 에너지 전략의 전부이면서 동시에 기후위기 대응의 대부분을 결정한다.
전력 공급 방향도 사실상 결정되어 있다.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 이내에 머물게 해서 기후위기를 막으려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이 59%(태양광과 풍력만 40%), 그리고 2050년까지 89%(태양광과 풍력만 72%)가 되어야 한다고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추산했다. 이를 위해 독일과 영국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80%로, 호주는 83%로 잡아놓았고, 독일이나 스페인 등은 이미 절반을 넘어갔다. 그런데 태양광과 풍력 비중이 2023년 기준으로 고작 7.2%밖에 안 되는 한국은, 2030년 재생에너지 목표치도 21.6%에 불과하다. 지난 5월 말 발표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핵심 문제 중 하나가 여기에 있다.
정부의 전력 수요 전망은 더 문제가 있다. 태양광과 풍력터빈은 운영 과정에서는 온실가스가 거의 배출되지 않지만, 원료 채굴과 부품 제조, 시공 과정에서는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더욱이 재생에너지는 화석연료처럼 에너지 밀도가 높지도 않다. 기후와 지구 생태계 파괴를 막으면서 재생에너지로 전력을 무한 공급하는 건 불가능하다. 따라서 미래에는 에너지 수요 관리가 매우 중요해진다.
자동차의 전기화, 건물 난방의 전기화, 그리고 산업 공정의 전기화 등 모든 에너지를 전기화하는 과정에서 전력 수요가 얼마나 더 늘지 예측하기 쉽지 않다. 최근 전력 수요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최대 요인으로 생성형 인공지능(AI)의 급격한 확대로 인한 데이터센터의 폭발적인 증설이 떠올랐다. 구글과 같은 현재의 검색 기능을 완전히 생성형 AI 방식으로 구현하면 전력 수요가 10배 이상 증가할 수 있다. 일반적인 구글 검색 요청당 전력 소비량이 0.3Wh(와트시)인 데 비해 챗GPT는 요청당 2.9Wh를 소비하기 때문이다.
생성형 AI를 지원하기 위한 데이터센터 건설이 늘면서 기존의 완만한 전력 수요 변동 전망을 무력하게 만들고 있다. 세계 데이터센터 3분의 1이 몰려 있는 미국은 2022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전체의 4% 정도지만 2026년경이면 6%로 늘어날 것이라고 IEA는 분석한다. 유럽에서 데이터센터 밀도가 높은 아일랜드는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 비중이 2022년에도 무려 17%였는데, 2026년이면 32%까지 폭증하리라고 IEA는 예상했다. 아일랜드를 포함해 아이슬란드, 싱가포르 등에서 적절한 수준으로 데이터센터 신설을 규제하는 조치를 시작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2023년 12월 말 기준으로 이미 150개의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한국은 생성형 AI의 급격한 확산에 따라 2029년까지 추가되는 데이터센터 수요가 732개일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에 따르면 늘어날 데이터센터 모두를 지원하려면 전력 용량이 무려 50GW가 필요하다. 심지어 입법조사처는 핵발전 증설 명분을 데이터센터에서 찾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는 이런 요소들에 대한 고려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전력 공급 양상의 변화에 따른 수요 관리의 중요성, 수요의 불확실성에 따른 정확한 전망, 그리고 AI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폭증을 적절히 관리할 대책의 필요성 등 전력 수요와 관련해 계획을 다시 치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변희수재단 준비위원회가 트랜스젠더 청년에 대한 긴급 생활비 지원을 위한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19일 발표했다. 변희수 하사를 추모하고 노동·교육·의료 영역에서 발생하는 트랜스젠더에 대한 차별을 해소하려고 발족한 준비위의 첫 지원사업이다.
준비위는 이날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트랜스젠더 청년 지원자 5명을 대상으로 1인 최대 300만원의 긴급 생활비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준비위 공동대표인 정민석 청소년성소수자지원센터 띵동 이사장은 변 하사가 군인 신분을 잃고도 다시 (사회 활동을) 시작할 기회가 주어졌다면 지금은 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지원사업 착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변 하사가 숨진 뒤 3년이 넘는 동안 한국 사회는 인권 상황이 전반적으로 후퇴하고 있어 트랜스젠더들이 더 고립되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지원사업을 통해 트랜스젠더 당사자가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극복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변 하사의 주치의였던 이은실 준비위원장은 이번 지원사업이 트랜스젠더 당사자들의 삶에 발판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했다. 순천향대 산부인과 교수인 이 위원장은 환자로 만난 트랜스젠더들이 가정에서 지원을 받지 못하거나 일터에서 쫓겨나 의료·주거·교육 등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지원사업이 그들 삶의 기반을 지키는 데 보탬이 될 것이라 말했다.
준비위는 당사자들이 서로 위로하고 교류하는 네트워크 모임을 연 2회 지원하기로 했다. 준비위 공동대표인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트랜스젠더 당사자는 성소수자 중에서도 많은 차별을 당하며 사실상 은둔을 강요당한다면서 이들에게 사회로 한발 나아갈 기회를 제공하려 한다고 말했다.
지원 대상은 19세 이상 39세 이하 트랜스젠더다. 준비위는 서류와 면접 심사를 거쳐 오는 10월4일 5~6명을 최종 선정할 계획이다. 오는 31일 오후 2시에는 신청자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한다. 자세한 사항은 변희수재단 준비위 홈페이지에 공지돼 있다.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을 놓고 또다시 ‘역사전쟁’이 한창이다. 발단은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이지만, 뉴라이트 인사들이 윤석열 정부의 역사·교육 기관장에 잇따라 중용되면서 예열됐다. 윤석열 정부가 김 관장 임명을 계기로 ‘건국절 제정’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졌다. 정부가 자초한 역사전쟁으로 국민 통합의 장이 돼야 할 광복절 경축식은 둘로 갈라져 열렸다.
역사는 되풀이된다고 하지만, 기시감이 들어도 너무 든다. 건국절 제정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시도됐다가 국민 반발에 부닥쳐 무위로 돌아간 바 있다. 역사학계, 야당의 반발에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이 1948년 건국절은 추진한 적도, 추진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윤석열 정부는 왜 그럴까.
이명박 정부의 ‘건국절’ 지정을 막는 데 큰 역할을 했던 한시준 전 독립기념관장을 지난 19일 경향신문에서 만났다. 한 전 관장은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총리실 산하에 ‘대한민국 건국 60년 기념사업위원회’가 생기자 1948년 8월15일을 건국절로 지정하려는 건국론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을 써 여러 신문사에 보냈다. 당시 몇몇 신문사에 글을 보내도 아무 답이 없었는데, 제일 먼저 글을 게재해 준 곳이 경향신문이었습니다. 이후 한겨레 등에서도 다루고, 건국절 제정 무산은 진보 언론 역할이 컸어요. 고맙게 생각합니다.
한 전 관장은 3년6개월간의 독립기념관장직을 마치고 지난 7일 퇴임했다. 그는 대통령 역사관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번 광복절 경축사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라는 공식 호칭 대신 ‘상해 임시정부’라고 부르더라면서 ‘대한민국’은 불변인데, 이 말을 왜 안 썼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의 퇴행적인 상황이 대한제국 망할 때와 같다며 주요 공직자들의 생각이 자신들의 안위만 생각한 대한제국 때 대신들하고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엄중한 시기라고 했다.
- 올해 8·15 경축식이 두 쪽으로 갈라졌습니다. 대통령실은 대통령이 참석한 행사가 공식 행사라며 (광복회가 빠졌다고) 반쪽 행사라는 표현은 잘못됐다고 했는데요.
광복절은 독립운동을 해서 나라를 되찾은 것을 기념하는 날이잖아요. 독립운동가들을 대표하는 단체가 광복회인데, 정부가 나서서 ‘광복회가 빠졌다고, 반쪽 경축식 아니다’라고 하고 심지어 ‘광복회만이 독립운동 주체는 아니다’라고 하는 건 너무 모욕적이죠.
- 광복회 등이 별도로 연 기념식은 어땠나요.
효창공원 내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제가 ‘1948년 건국과 식민지배 합법화’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어요. 그래서 좀 일찍 갔는데 야당 인사들 외에 시민들도 많이 오셨더라고요. 우리 국민들이 두 쪽으로 갈린 광복절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어요.
- 독립기념관이 매년 열어온 경축식도 돌연 취소됐습니다. 김형석 관장은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취임 전에 결정된 일이라고 했는데, 기념관 측 설명과 다릅니다.
공직자는 솔직해야죠. 제가 직전 관장인데, 퇴임 전에 경축식 초청장을 발송했어요. 준비 중이던 경축식이 새 관장이 취임(8일) 직후 정부 행사에 참석하겠다고 하니 취소될 수밖에 없었어요. 정부가 경축식 초청장을 보내도, 저를 비롯한 역대 관장들은 자체 행사를 치러야 하니 당연히 안 갔죠. 독립기념관 개관 이후 한 해도 기념식을 거르지 않았어요. 자체 행사를 못한 경우는 정부가 독립기념관에서 경축식을 하거나 충남도 주최로 한 경우 정도예요. 관장이 자체 행사를 포기하고 달려가 대통령에게 얼굴 내미는 게 무슨 소용이 있을지, 가서 마땅히 할 일도 없고요.
-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 과거사 언급이 없었습니다.
대통령이 최소한 광복절의 의미와 역사는 환기시켜주고 다른 얘기(통일)를 해야죠. 윤석열 정부는 일본의 과거사는 덮고 미래로 가자고만 하잖아요. 미래로 가려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화해가 돼서 앞으로 가는 것이지, 계속 잘못 안 했다고 뒤집는데 앞으로 나갈 수 있겠습니까? 특히 깜짝 놀란 부분이, 대통령이 헌법에도 있는 ‘대한민국 임시정부’라는 공식 호칭 대신 ‘상해 임시정부’라고 부르더라고요. 국가는 변하지 않지만 정부는 변하거든요. 윤석열 정부, 문재인 정부라고 이름 붙이잖아요. ‘대한민국’은 불변인데, 이 말을 왜 안 썼는지, 궁금합니다.
-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임시정부를 가리켜 ‘영토, 국민, 주권이 있어야 국가’라고 발언해 강원도 경축식도 파행을 빚었습니다.
1919년 9월11일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헌법을 공포했어요. 이 3가지 요소가 다 들어 있습니다. 헌법 총강 1조 2조 3조가 각각 ‘대한민국의 국민은 대한 인민으로 하고, 주권은 대한 인민 전체에 있고, 대한민국의 강토는 구한제국의 판도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또 (건국절을 주장하는 이들은) 헌법만 있고 실효적으로 통치하지 못했으니까 인정할 수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런 논리라면 지금 대한민국도 국가가 아닌 거예요. 대한민국 헌법에도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했는데 북한까지 지배하고 있지 못하잖아요. 이미 오래전에 결론이 난 얘긴데, 김진태 지사 같은 사람들이 내용도 모르고 떠드는 겁니다.
- 먹고살기 힘든 국민들에게 건국절 논쟁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한 대통령의 발언은 모순적입니다.
생일이 언제냐고 묻는데 ‘1950년에 났는지 1970년에 났는지’ 이런 식으로 얼버무리면 안 되는 거 아닙니까. 국가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는 것이 국가 최고 책임자가 해야 할 일 중에 하나입니다. 그런 문제를 먹고사는 문제와 결부시키니 어이가 없어요.
- 광복회가 뉴라이트라고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지목한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정작 자신은 뉴라이트가 아니라고 합니다.
뉴라이트 세력들이 지금까지 주장해 온 게 있어요. 대한민국이 1948년 8월15일 건국됐고, 이승만이 건국 대통령이라는 것이 핵심입니다. 또 하나는 독립운동 역사 지우기예요. 김 관장은 임시정부 부정 등 뉴라이트 역사관과 일치하는 주장을 계속해 온 분이에요. 그리고 본인이 뉴라이트라고 시인한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 독립기념관장이 취임 일성으로 <친일인명사전>이 오류가 많아 손보겠다는 계획을 밝혔는데요.
그 얘기 듣고 귀를 의심했어요. 사실 ‘친일파’는 정확한 용어가 아니에요. 반민족행위자라고 불러야죠. 우리가 일제한테 빼앗긴 나라를 되찾고자 저항할 때 일본에 붙어서 우리 민족을 탄압한 세력이에요. 그런데 반민족행위자들의 명예를 회복하겠다? 다른 직책이라면 몰라도 독립기념관장 입에서 차마 나올 수 없는 발언입니다.
- 정부가 한국학중앙연구원·국가교육위원회 등 역사 기관에 뉴라이트 인사들을 대거 중용하고 있어 우려가 큽니다.
지금의 퇴행적인 상황은 대한제국이 망할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때와 똑같은 것 같습니다. 1910년 8월29일 한일강제병합 당시 발표됐던 8개 조항의 조약이 있어요. 1조는 ‘한국 황제폐하는 한국 전체에 관한 일체의 통치권을 완전, 또 영구히 일본국 황제폐하에게 양여한다’, 2조는 ‘일본국 황제폐하는 전조에 기재한 양여를 수락하고 또한 완전히 한국을 일본제국에 병합함을 승낙한다’. 3∼7조는 ‘한국 황족 및 그 후예와 대신들을 어떻게 대우해주겠다’는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대한제국 대신들이 신분을 보호받으면서 일본에 나라를 넘겼습니다. 나라를 찾고자 목숨을 건 이들은 백성들이었어요. 그때 대신들은 요즘으로 치면 장관이겠죠. 현 정부의 역사 관련 기관장뿐만 아니라 국방·통일 장관 등 주요 요직에 있는 분들의 생각은 대한제국 때 대신들하고 다를 바 없습니다. 우리는 일제강점기 국민들이 얼마나 많은 피해를 봤는지 알잖아요. 그런데 지금 그 과정을 똑같이 겪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매우 엄중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 가장 우려되는 점은 뭔가요.
나라 운영을 책임져야 하는 공직자들의 생각이죠. 그 생각이 그분들이 역사를 공부해서 머릿속에 들어 있는 게 아니라, 일본의 주장을 그대로 가져왔다는 것이 심각한 점입니다. 일본은 한국 역사를 식민사관으로 해석해 자신들의 지배를 합리화시켰거든요. 그 식민지 근대화론은 1990년대 중반에 나왔어요.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들이 중심이 돼 연구와 논리를 발전시켰는데, 일본의 지원금을 받은 연구예요. 일본 식민사관 주창자들의 논의를 그대로 가져온 것으로, 내용을 알고 보면 한국 지식인 사회가 창피하죠. 이런 주장을 정치 지도자들이 믿고 따르니 문제예요. 가장 어리숙한 게 이명박 전 대통령 아닙니까. 1948년을 ‘건국’ 원년으로 삼자는 뉴라이트의 주장을 받아들여 2008년 ‘건국 60주년 사업’을 벌이면서 ‘건국절’을 만들려다 철회했잖아요. 지금 뉴라이트 역사 기관장들도 제대로 연구하지도 않고, 사실이 아닌데도 그냥 따라가는 겁니다.
- 역사학계는 뉴라이트 등 수구 세력과의 역사 논쟁에 왜 적극적이지 못했나요.
역사학계가 뉴라이트들의 주장이 말이 되지 않는다는 근거들을 이미 제시했어요. 하지만 뉴라이트 쪽은 지적을 받아들이지 않고 자기들 주장을 굽히지 않으니 논쟁이 될 수가 없어요. 일례로 건국 시점 논쟁에서, 1948년 8월15일을 건국일로 하려면 역사적·법적 논리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근거를 소상히 밝히는 논의를 보지 못했어요. 뉴라이트들이 건국 대통령이라고 추켜세우는 이승만 박사는 1919년 9월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대통령이었으나 1925년 3월 탄핵됐고, 1948년 1대 대통령으로 당선돼 4·19 혁명으로 하야했어요. 그 이승만도 제헌헌법에 전문을 두고 거기에 임시정부를 계승한다는 구절을 넣자고 했어요. 건국이란 말은 쓴 적도 없어요. 그런데 1948년을 건국절로 하겠다니 이승만 박사 입장에서도 정말 억울하고 웃기는 상황인 거지요. 그런 점에서 지금의 상황은 논쟁이 아닌 역사전쟁으로 봐야 합니다.
-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등 윤석열 정부의 역사전쟁은 항일운동과 관련된 일로 역대 보수 정권에서조차 시도하지 않았던 것들입니다. 현 정부가 반일을 억지로 공산주의와 엮어 ‘반일 대 반공’의 이념대결을 격화시킨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명박 정부 때 건국절 논란이 벌어졌잖아요. 그 과정에서 국민들이 대한민국은 1948년이 아닌 1919년 건립됐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됐어요. 박근혜 정부는 건국절 추진을 더는 못하고, 역사 교과서에 넣으려고 국정화를 추진했지만 뜻을 못 이뤘고요. 윤석열 정부에서도 (역사전쟁이) 국민의 저항에 부딪힌다는 것을 알아야 할 텐데, 그냥 과격하게 밀어붙이고 있다고 봐요. 논리 가지곤 안 되니까, 홍범도 장군을 공산당으로 몰아붙이는 식이죠.
- 최근 우리 정부가 일본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에 동의하면서, 비판이 거셌는데요. 양국 간 주요 현안에서 일본은 가만히 있는데 한국 홀로 물러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일본 사람들이 현 정부의 대일외교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생각해보면(답이 나오죠). 한국을 얼마나 만만하게 보겠습니까? 대통령은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로 나간다고 하지만, 일본에서 그렇게 생각하진 않을 겁니다.
- 김태효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1차장이 지난 16일 에 출연해 과거사 문제에 대해 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이라고 했는데요. 과거사 어떻게 풀어야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한다고 보십니까.
일본은 침략했던 나라고, 우리는 식민 지배를 당했기 때문에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아요. 그 당시 제국주의 세력들이 많은 나라를 식민지로 삼았습니다만, 일본 식민주의는 그중에서도 유별났습니다. 다른 나라들은 경제적인 이득을 취하는 정도였는데 일본은 한국인들을 완전히 일본 사람으로 만들려고 했어요. 학교에서 배운 바로 민족말살 정책인데요. 1945년 해방되지 못했으면 일본이 목적을 달성했을지도 모릅니다. 일본의 그런 정책에 저항했기 때문에 우리 민족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걸 다 잊어버리고, 과거사 문제는 일본의 마음에 달렸다는 발언은 기초적인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습니다. 더군다나 안보를 책임진 사람 입에서 나올 이야긴 아니고요.
- 나라가 극명하게 쪼개져 있습니다.
공영방송에 정파색 입히는 구조 못 깨면 갈등의 무한반복 못 끊어
우리는 역사의 증언자…국제민중법정서 미국의 책임 반드시 물을 것
교제폭력엔 명확한 전조 증상…‘강압적 통제’ 범죄로 처벌해야
저는 ‘이념 논쟁’이라는 데 찬성하지 않습니다. 우리 민족이 전에는 민족주의(우파)·사회주의(좌파)가 싸웠어요. 해방 후 반민족행위자들을 처벌했어야 하는데 제대로 하지 못했죠. 그들이 이승만 정권부터 권력을 차지했고요. 이후 반공을 국시로 하면서 좌파는 거의 소멸됐거든요. 남은 것이 민족주의 세력과 반민족행위자들이에요. 반민족행위자들이 과거 민족주의 세력을 좌파라고 몰아붙이는 것이니 ‘이념 논쟁’이라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반민족행위자들은 국가, 민족과 관계없이 일신의 명예나 사욕을 위해서 움직이는 자들입니다. 역사를 제대로 가르치는 것이 나라를 살리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전 관장은 뉴라이트의 역사 인식을 어떻게 넘어서야 하느냐는 질문에 지금 권력을 쥔 사람들이 안 들어주는데 당장 방법이 있느냐고 했다. 그는 이번 경축식에서 이종찬 회장이 준비된 기념사를 마친 뒤 한 말로 답을 대신했다. 긴 역사 속에서 역사는 권력 편이 아니라 정의의 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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