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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경 읊는 리어·공주 햄릿···셰익스피어의 끝없는 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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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지훈 작성일24-04-01 17:42 조회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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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는 서사의 끝없는 원천이다. 집필된 지 400년을 훌쩍 넘긴 그의 희곡들은 여전히 무대에 오른다. 그의 작품은 현재 사용되는 대부분 언어로 번역됐고, 다른 어떤 작품보다 많이 공연된다. 올해도 셰익스피어의 다양한 작품들이 한국 관객을 만난다. 창극, 연극, 오페라 등 형태도 다양하다.
국립창극단의 창극 <리어>는 2022년 초연 당시 화려한 제작진으로 주목받은 작품이다. 연출·안무 정영두, 극본 배삼식, 작창·음악감독 한승석, 작곡 정재일 등 각 분야 최고의 제작진이 참여했다. 여기에 창극 간판스타 김준수와 유태평양이 리어왕과 신하 글로스터 백작 역을 각각 맡았다.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은 혈육에게 배반당한 뒤 추방당하고 결국 미쳐버린 노인 리어왕의 이야기를 그렸다. 배삼식은 원작을 읽고 노자 <도덕경>의 ‘천지불인’(天地不仁·하늘과 땅은 어질지 않다)이란 대목을 떠올렸다. 배삼식은 노자의 말처럼 세상은 인간에게 그리 다정하지 않고, 우리 마음은 물처럼 쉽게 흐려진다며 셰익스피어 역시 <리어왕>을 통해 잔혹한 세계에서 인간이 얼마나 분투하려 애쓰는지 비추고, 인간 존재의 애달픔을 가감 없이 보여준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무대에서 리어가 된 김준수는 상선(上善)은 약수(若水)일러니 만물을 이로이 하되 다투지 아니하고…라며 <도덕경>의 한 구절을 노래한다. 무대엔 총 20t의 물이 채워진다. 배우들은 공연 시간 180분 내내 물속을 걷거나 뛴다. 국립극장 관계자는 국립창극단은 창극이 음악극으로서의 보편성을 지니고 있으며, 소재 다양화를 통한 작품 개발로 창극의 동시대성과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며 고전으로 인지도와 보편성을 지닌 이야기, 시대적 공감대를 담아낸 작품으로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다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을 제작했다고 말했다. 창극 <리어>는 3월29일~4월7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10월에는 셰익스피어의 본고장인 영국 바비컨 센터 공연도 예정돼 있다.
벤저민 브리튼의 <한여름 밤의 꿈>은 1960년 초연한 현대 영어 오페라다. 셰익스피어 원작 희곡은 사각 관계에 빠진 두 쌍의 남녀가 정략결혼을 피해 인스타 좋아요 늘리기 요정의 숲으로 도주하면서 벌어지는 희극이다. 오페라는 요정의 왕 오베론과 그의 아내 티타니아를 중심에 둔다. 브리튼은 법정에 테세우스가 나오는 원작 장면을 삭제하고 요정의 등장으로 작품을 시작한다. 특히 오베론·티타니아 부부를 신적 존재가 아닌 현실적인 노부부로 묘사한다. 요정 부부는 숲속 오두막에 있는 부엌 식탁을 중심으로 현실의 인간들이 벌일 법한 부부싸움을 한다. 오베론·티타니아 부부와 두 쌍의 연인에게는 로맨틱한 음악, 마을 사람들에게는 민요풍의 소박한 음악이 사용된다. 카운터테너가 주인공 오베론으로 등장하는 보기 드문 오페라이기도 하다. 가수 겸 배우 김동완이 요정 퍽 역으로 오페라 무대에 데뷔한다. 4월11~14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국내 초연된다.
<햄릿>은 대중적으로 가장 인스타 좋아요 늘리기 잘 알려진 셰익스피어 희곡이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는 문학사상 가장 유명한 대사이기도 하다. 7월5~29일 명동예술극장에서 선보이는 국립극단의 <햄릿>은 2020년 제작 당시 여배우 이봉련이 햄릿에 캐스팅돼 화제를 모았다. 당시 코로나19 상황으로 공연되지 못했고, 이후 온라인으로만 선보였다. 이봉련은 이 역으로 2021년 제57회 백상예술대상 연극 부문 여자 최우수연기상을 받았다. 국립극단 <햄릿>에서 공주 햄릿은 검투에 능한 해군 장교 출신이다. 원작에서 햄릿의 파트너인 여성 오필리어는 남성으로 바뀌었고, 남성 일색인 햄릿 측근에도 여성이 다수 배치됐다. 정진새 작가는 고뇌하는 ‘왕자 햄릿’이 아니라,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복수자 ‘공주 햄릿’을 그렸다며 ‘착한 여자는 천당에 가지만 악한 여자는 어디든 간다’는 말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부새롬 연출은 남자 나와서 울고불고 하는 햄릿은 궁금하지 않았다며 이번 인스타 좋아요 늘리기 햄릿은 여성으로 받는 차별을 고민하기보다는 자신의 존재, 정당한 왕권을 빼앗기는 점에 대해 고민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여전히 공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부새롬 연출은 말했다. (옛 작품이다 보니) 한계도 있지만 텍스트 자체가 가지는 힘도 있다. 워낙 많은 해석이 있어 손대기 어려운 텍스트지만, 그만큼 많은 이야기들을 담은 텍스트이기도 하다. 거장의 어깨에 기대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기 좋다. 100년 뒤 사람들도 셰익스피어를 해석할 여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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