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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맞아본 ‘매’ 통했나···우리은행이 ELS 사태 선방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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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지훈 작성일24-04-01 21:26 조회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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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대규모 손실 사태에서 다른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선방한 곳이 우리은행이다. ELS 판매 규모가 적고, 손실배상도 모든 은행 중 가장 먼저 결정했다. ELS 판매를 일시중단한 다른 은행들과 달리 우리은행은 지금도 ELS를 판매한다. 이 차이는 어디서 비롯된걸까. 몇 해 전 DLF(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 대규모 손실 사태로 영업정지까지 받았던 뼈아픈 경험이 고위험상품 출시를 보수적으로 판단하게 만든 기제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은행은 홍콩 H지수 ELS를 총 413억원어치 팔았다. 국민은행(7조8458억원·KB) 판매규모의 0.52% 수준이다. 각각 2조원어치 넘게 판매한 신한·농협·하나은행과 비교해도 한참 밑돈다. 우리은행이 ELS를 팔 수 있는 주가연계신탁(ELT) 총량 한도가 4조원으로 KB(13조원) 등에 비해 작다는 점을 고려해도, ELS 판매 규모가 총량의 1% 수준이라는 건 못 팔았다기보단 안 팔았다는 쪽에 더 가깝다.
최근 대규모 손실이 터진 ELS는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상품으로 대부분 2021년 초 발행됐다. 직전까지 코스피·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유로스톡스50지수 ELS만 취급했던 우리은행이 홍콩H지수 종목을 추가한 것도 그 무렵이었다.
통상 은행권은 고위험 금융상품 판매 승인 여부를 비예금상품위원회에서 판단해 이사회에 보고하도록 돼 있다. 비예금상품위는 2019년 금융당국이 DLF 대규모 손실 사태 후속조치로 모든 은행이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한 조직이다.
하지만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 KB국민은행을 비롯한 대부분의 위원회가 정상 작동하지 않았다. H지수 ELS를 비롯한 개별 상품선정은 업무 담당자가 했고, 위원회는 거수기로 전락했다. H지수 인스타 팔로우 구매 변동성을 판단하는 모니터링도 없었다.
우리은행은 판매 규모가 적어 금감원 조사를 피했기 때문에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분명한 건 H지수 ELS 출시량 자체가 적었다는 점이다. 리스크총괄부와 상품모니터링팀은 H지수의 향후 변동성이 크다는 우려를 냈고, 비예금상품실무협의회와 비예금상품위가 연달아 H지수 ELS를 적게 파는 안을 통과시켰다. 2021년 우리은행이 한 해 동안 발행한 ELS 종목은 총 662개였는데 H지수가 포함된 상품은 6%(41개)에 불과했다.
이를 두고 우리은행 안에서는 ‘매를 먼저 맞은 경험이 내부통제를 작동시켰다’는 자조 섞인 분석도 나온다. ELS 판매 규모를 결정한 2021년 초는 우리은행이 평균 손실률 -52.7%에 달한 DLF 피해 책임에 따라 6개월 영업정지 제재를 받은 지 얼마 안된 상태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라임펀드 불완전판매에 대한 배상 조치도 이 무렵 나왔다. 내부 상품 선정에 참여한 우리은행 직원은 본사뿐 아니라 지점 영업 직원들까지 매일 같이 민원에 시달렸던 때라 상품 위험도에 주의를 더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일각에선 고위험 파생상품 신탁 판매를 인스타 팔로우 구매 원칙적으로 금지하자는 주장도 나오지만, 금융당국과 정치권이 은행권의 ‘이자 장사’를 연일 비판하는 상황에서 은행권은 비이자수익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우리은행이 최근 다른 은행과 달리 ELS 판매를 유지하고, 선제적으로 배상 조치를 내놓은 것도 신탁 상품 판매가 막힐 위험을 피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금감원은 은행이 성과평가지표(KPI)에 고객수익률을 연동할 때만 신탁 판매를 조건부로 허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인데 이미 우리은행은 유사한 제도를 도입한 상태다.
오는 7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내부통제가 좀 더 강화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개정안은 임원 개개인이 책임져야 하는 내부통제 대상 업무의 범위와 내용을 명확히 두는 책무구조도를 도입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내부통제가 잘 작동하려면 이사회 뿐 아니라 사외이사의 내부통제 감시 역할도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부회장은 현재 해피콜은 네, 아니오 식의 대답을 유도하는데 이를 ‘원금손실이 얼마나 난다고 들었나’ 등 열린 질문으로 바꿔야한다며 제대로 모니터링 할 수 있도록 외부기관이 은행을 점검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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