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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주]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을 그리워 한 적이 있다면···‘젊은 위궈의 기쁨과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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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지훈 작성일24-04-01 10:38 조회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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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주’는 주말에 볼 만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찾아옵니다.
한 번도 가보지 않았지만 언젠가는 꼭 가게 될 거란 생각이 드는 곳이 있으신가요? 중국 쿤밍에 사는 16살 소년 인위궈에게는 루마니아가 그런 곳이었습니다. 이번 주 ‘오마주’ 추천작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젊은 위궈의 기쁨과 슬픔>입니다.
위궈는 문학 소년입니다. 시를 읽고 씁니다. ‘시를 쓰지 않는 부조리보다 시를 쓰는 부조리가 좋다’는 어느 시인의 말에 깊이 공감하며 ‘시를 읽는 부조리도 좋다’고 말합니다. 그가 특히 심취한 것은 루마니아 문학입니다. 1850년대 낭만주의 시인 미하이 에미네스쿠를 좋아합니다.
위궈는 루마니아에 대해 알고 싶은 자신의 욕망을 ‘나중에 언젠가’로 미루지 않기로 합니다. 아니, 미룰 수가 없습니다. 당장 가지 않으면 더 이상 삶을 지속할 수 없을 만큼 절박하기 때문입니다. 위궈는 루마니아의 교육부 관계자와 바커우 대학 관계자에게 메일을 씁니다. 자신의 꿈은 루마니아에 가는 것이며, 문학의 나라인 루마니아에서 루마니아어를 배우고 문학을 하는 것이라고요.
그는 결국 루마니아 바커우에 있는 바실레 알렉산드리 대학에서 공부를 하게 됩니다. 모국에서는 늘 어두운 동굴에서 날개를 퍼덕이고 있는 용이 된 기분이었던 그는 루마니아에 오자 비로소 날개를 활짝 펴고 하늘을 종횡무진 누비기 시작합니다. 용이 마침내 집을 찾은 기분이에요.
위궈의 대학이 있는 곳은 인구 20만 명의 소도시입니다. 원래 살던 사람들 말고는 아무도 찾지않는 곳이죠. 그는 이 작은 도시에서 열린 문학 행사에서 루마니아어로 에미네스쿠의 시를 낭송합니다. 루마니아인들은 갑자기 나타난 어린 중국인이 처음엔 루마니아어로, 다음엔 중국어로 자기들 시를 낭송하는 것을 보고 당황합니다. 그리고 감동받습니다.
위궈는 루마니아 역사 박물관에 전시된 과거의 유물들을 한참 동안 신중하게 바라봅니다. 통일 100주년 기념 퍼레이드가 열리는 날에는 고된 기차 여행을 감내하고 알바이울리아(바커우에서 5시간 이상 떨어진 루마니아의 도시)까지 이동합니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루마니아 국기를 들고 루마니아 국가를 목청껏 부르며 기뻐하죠. 루마니아의 모든 것에 진심으로 설레는 그의 모습은 너무나 순수해서 조금 기이해 보이기도 합니다. 자기 조국을 아주 깊이 사랑했던 어떤 루마니아인이, 중국으로 잘못 환생했다 집을 찾아온 것 같달까요.
다큐멘터리의 시점은 2018년입니다. 무려 6년 전이죠. 자연스럽게 궁금해집니다. 위궈는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요. 아직도 루마니아에서 공부 중일까요. 아니면 더 큰 몸집의 용이 되어 루마니아보다 넓은 세상으로 떠났을까요. 이런저런 상상을 해보다 문득, 위궈가 등장하는 장면은 과거의 영상자료일 뿐, 제작진의 카메라 앞에 등장하는 인터뷰이 중 위궈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가슴 한켠이 서늘해집니다. 위궈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아름다운 다큐멘터리입니다. 화면이 세련됐다기 보다는 내용이 그렇습니다. 무언가에 대책없이 푹 빠져있는 사람의 모습이 묘한 감동을 줍니다. 러닝타임 28분의 짧은 다큐멘터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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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지수 ★★★★★ 다큐가 끝나고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여러 가정들
‘다시보기’ 지수 ★★★★★ 결론을 보고 나면 자연스럽게 다시 앞으로 돌려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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