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답변

“대통령이 직접 증원 철회를”···더 강경해진 의협, 사직 줄 서는 교수들

페이지 정보

작성자 김지훈 작성일24-03-30 19:58 조회3회 댓글0건

본문

차기 회장이 결정된 대한의사협회(의협)가 27일 대통령이 직접 증원 결정을 철회해 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강경파 후보가 당선된 의협의 향후 투쟁은 수위가 더 높아질 전망이다. 의대 교수들의 사직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의협과 의대 교수들은 증원 철회를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정부는 조건 없는 대화에 임해달라며 맞서고 있다.
김택우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27일 브리핑에서 대한민국 행정부의 최고 통수권자인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이해당사자인 전공의들과 만나 현 상황의 타결을 위한 협의를 진행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해 줄 것을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의협 측은 ‘2000명 증원 철회’라는 의정 대화의 전제조건이 달라진 건 아니라고 밝혔다. 김성근 의협 비대위 부대변인은 (대통령과 전공의가 직접 대화해도) 전제조건이 달라질 이유는 없다며 결국 증원을 결정하신 분이 통 크게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결정을 철회해 주길 바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브리핑은 의협 차기 회장 선거가 끝난 후 처음으로 열렸다. 앞서 의협은 지난 26일 회장 선거 결선 전자 투표에서 65.43%의 표를 얻은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이 당선됐다고 밝혔다. 임현택 당선인은 오히려 저출생으로 인해 정원을 500~1000명 줄여야 한다는 대표적인 강경파이다. 임 당선인의 임기는 5월부터 시작되지만 현재 비대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어 앞으로 선봉에서 대정부 투쟁 수위를 더 높일 가능성이 있다.
임 당선인은 이날 브리핑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김택우 위원장과 곧 비공개 회동을 할 예정이다. 향후 비대위 운영과 투쟁 방향 등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임 당선인은 오는 29일 의협회관에서 기자회견도 열 예정이다.
교수들의 사직행렬도 계속되고 있다. 가톨릭대 의대 교수들은 오는 28일 사직서를 일괄 제출하기로 했다. 가톨릭대 의대는 서울 ‘빅5’(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서울아산병원) 병원 중 하나인 서울성모병원 등 가톨릭중앙의료원 산하 8개 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두고 있다. 가톨릭대 의대 교수협의회는 28일과 다음 달 3일 두 번에 걸쳐 8개 병원에서 자발적 사직에 나선다고 밝혔다.
가톨릭대 의대 교수들의 사직 의결로 빅5 병원 교수들 모두 사직 대열에 동참하게 됐다. 연세대와 울산대 교수들은 이미 사직서를 일괄 제출했다. 서울대 의대 교수들도 일부가 개별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삼성서울병원이 수련병원인 성균관대 의대 교수들은 28일 사직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전남대와 조선대, 제주대, 충북대, 강원대 등 지역에서도 교수들의 집단사직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증원 규모에 대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정부는 2000명의 의사 결정에 대해선 확고한 생각에 변화가 없다며 새 의협 회장(임현택 당선인)이 감원을 주장하는데 증원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감원이라는 건 너무 방향성이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차관은 또 지금 대학교수들과 의협 모두 대화의 전제조건이 있는데 그런 전제조건들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의료의 본질을 생각해 조건 없이 대화에 임해주시길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밝혔다. 전공의 면허정지 처분도 원칙에 변화가 없다는 입장이다. 박 차관은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이 현실화할 경우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는 의협의) 그런 주장은 의사집단이 법 위에 서겠다는 주장이라고 했다.
정부와 의료계 간 평행선에 환자들은 지쳐가고 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환자의 치료와 생명권은 두 기관의 경쟁적 강 대 강 싸움의 도구나 수단으로 전락할 대상이 아니다라며 정부와 의료계는 조속히 환자 안전에 대한 신뢰할 수 있고 실효적인 조치를 마련하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하이라이프
김사과 지음 |창비 |268쪽 |1만5000원
폼페이는 갑작스럽게 화산이 폭발하면서 한 순간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사라진 도시는 오랜 세월 동안 화산재에 파묻힌 채로 있었기에, 멸망 직전까지 평소처럼 일상을 살았던 고대인들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렇게 종말 직전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일은 으스스하면서도 쓸쓸한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김사과의 소설집 <하이라이프>(창비)도 그렇다. 마찬가지로 종말 직전의 세계를 들여다본다는 점에서다. 소설집에 수록된 9개의 작품은 망가진 도시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일그러진 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작품들은 구체적으로 멸망을 예고하고 있지는 않지만, 망가진 도시는 필연적으로 멸망을 향해 가는 듯 보인다. 작품이 보여주는 위태로운 징후들은 종말 이후의 존재에 의해 그려진 것처럼 예리하고 섬뜩하다.
‘서문-비행기와 택시를 위한 문학’과 ‘귀신들’은 상징적으로 읽히는 난해한 작품들이다. 이 작품에서 인간은 인간성을 상실한 채 망해가면서 ‘쥐’가 되었다가 종래에는 ‘귀신’이 된다. ‘서문-비행기와 택시를 위한 문학’에서 인간은 쥐가 되어 고통스러은 황금 철창을 사랑하는 동시에 도시에 완전히 중독된 존재로 나온다. 자본주의 교환원리에 따라 바쁘게 움직이는 (쥐가 된) 현대인들은 장소를 상실한 채 비행기나 택시에 몸을 싣고 언제나 이동 중이다. 모든 것들은 맥락 없이 지나가는 풍경에 불과하고, 삶이란 그저 도시와의 교환행위 정도로 축소됐다.
여기서 인간은 ‘쥐’에 그치지 않고 다시 한 번 더 ‘귀신’으로 변모한다. 연작소설처럼 이어지는 두 번째 작품 ‘귀신들’에서 인간은 다른 인간들을 잡아먹는 ‘귀신’ 혹은 ‘홀로그램’이 되거나 그것들이 될 수 없다면 피를 빨아먹고 민폐를 끼치는 ‘흡혈귀’가 된다. 작가는 전작 <0 영 ZERO 零>에서 현대사회를 타인을 먼저 잡아먹지 않으면 잡아먹히는 ‘식인’의 세계관으로 조명한 바 있다. ‘귀신들’ 또한 같은 맥락에서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꼬집는다.
‘두 정원 이야기’ ‘예술가와 그의 보헤미안 친구’ 두 작품은 현실의 세계와 현대인들의 심리를 사실적으로 밀착 조명한 작품이다. 타인을 밟고 더 위로 올라가려는 중산층의 욕망과 허위의식을 다룬다.
‘두 정원 이야기’에는 완벽한 중산층의 라이프스타일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살아가는 김은영과 윤은영이 나온다. ‘절약의 화신’ 김은영은 치열한 청약 경쟁을 뚫고 준강남 지역이라고 불리는 D구의 H아파트에 입주한다. 중산층을 위한 청년왕국이라고 불리는 이 아파트 상가에는 모든 물건 가격이 사악한 고급 슈퍼마켓이 있다. 김은영의 아침 루틴은 H아파트 입주민에 걸맞게 밋밋하면서도 우아하게 차려입고 고급 슈퍼마켓을 둘러본 후 빈손으로 나와 마을버스를 타고 할인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돌아오는 것이다. 그는 절약과 라이프스타일 두 가지 모두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복잡한 고난도의 게임에 참여하게 된 것을 흡족하게 즐긴다.
그런 김은영 앞에 ‘소비의 화신’ 윤은영이 나타나면서 만족도는 급감한다. 김은영은 줄곧 윤은영이 경제적으로 곤란해지기를 기대했지만, 윤은영 또한 H아파트 입주민이 돼 재회한 것이다. 게다가 윤은영은 단숨에 H아파트 입주민의 아이콘이 돼버린다. 올 샤넬로 치장한 윤은영은 파타고니아의 합성섬유 점퍼와 메이드 인 이탈리아의 실크 브라우스를 감각있게 매치하며 ‘에코주의’를 자신의 핵심가치로 내세우는 가장 세련된 2020년대의 인간이 되어 있었다. 김은영은 내심 윤은영을 사기꾼이라고 비난하지만, 김은영의 욕망 또한 윤은영의 그것과 다를 바 없었다. 윤은영을 향한 김은영의 불만은 중산층 라이프스타일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자식을 통해 해소된다.
자식을 통한 물질적·문화적 자본의 대물림과 중산층의 구별짓기 욕망은 ‘예술가와 그의 보헤미안 친구’에서 엿볼 수 있다. 이수영과 한비는 대학교 신입생 때 만나 친구가 된다. 물질적·문화적 자본이 부족해 부모님으로부터 제대로 지원받지 못했다고 내심 불만을 품고 살던 이수영은 묘하게 위화감이 느껴지는 한비와 친해지면서 단숨에 그에게 빠져든다. 한비는 그 나이 또래와 달리 커피, 와인, 위스키에 대한 취향이 분명했고, 음악, 미술, 문학, 철학과 패션, 예술과 인생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존재였다. 이수영의 주위에는 그녀의 부모를 포함하여 자신처럼 적당한 불만족 속에서, 적당한 망상과 적당한 현실 사이에서 적당히 타협한 채 살아가는 인간들로 그득했다. 한편 한비의 주위에는 그녀의 부모를 포함하여 어딘가 황당한 꿈을 품고 둥둥 떠서 살아가는 비현실적인 인간들로 가득했다.
그렇게 20대를 한비에게 빠져 살아갔던 이수영은 서른 살 한비의 결혼식에서 그녀가 청춘을 바쳐 선망한 신비한 생명체의 창조자를 맞딱드리게 된다. 한비의 부모였다. 한비의 어머니는 누구보다 세련되게 와인잔을 쥘 수 있었으며 아버지는 교양 있는 유학파 명문대 교수처럼 보였는데 실제로 그랬다. 또한 한비의 두살터울 남동생은 전문직이었고 그의 여자친구는 강남의 잘 나가는 성형외과 의사였다. 이수영은 한비가 보내는 유혹의 신호, 그 모호하게 열렬한, 자연스럽지만 필사적인, 그리하여 굉장히 그로테스크해지는 그녀의 구애가 다름 아닌 자신의 부모를 향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한비의 과감함, 여유, 매력 등의 총체가 그의 부모가 수십년간 깎아 만든 것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건 계급의 차이가 만들어낸 것이지 개인의 것이 아니었다.
‘눈 떠보니 부자’됐던 울산의 시대가 저문다
러시아 혁명 위해 책 읽은 지식인
유빙 타고 2500㎞ 1년여 여정…북극서 시작된 ‘기후위기’를 마주하다
책은 모든 것을 욕망하고 타인을 짓누르는 현대사회를 신랄하게 조명한다. 그러나 이같은 삶의 양태는는 멸망 이후에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소유의 종말’은 2025년 세계가 멸망한 후, 살아남은 소수의 사람들의 삶을 조명하고 있다. 소유라는 개념조차 사라지고 현실에서는 기본소득을 받으며 모두 똑같이 5.5평의 임대주택에 살아가고 있지만, 가상현실은 위기 직전이었던 2024년 현실과 유사하게 세팅되어 있다. 결코 이 세계를 벗어날 수 없다는 듯이 말이다.
그 곳에서 모두가 행복한 현실을 영원히 살아가는 것이다. 바로 그때의 방식으로 말이다. 마음껏 돈을 벌고 무한정 소비하고 아무렇게나 사랑에 빠지는 삶을. 탐욕스럽고, 이기적이며, 사악하고, 폭력적인, 고통으로 가득한 과거 멍청한 인간들의 삶을 말이다. 모두가 최대치의 욕망을 향해 광기 어린 포즈로 다가가던 바로 그 때의 사람들처럼, 스스럼없이 스스로의 야만성을 극대화하는 데 온 인생을 바치던 미개한 개인들의 삶을 현실보다 더욱 현실 같은 가상현실 속에서 살아가기.
‘윤석열 퇴진’ ‘윤석열 해고’ ‘윤석열 탄핵’ ‘윤석열 검찰독재 정권타도’ ‘윤석열 정권 타도’ ‘윤석열 타도’ 등등. 지난 1년간 가장 많이 외쳐진 정치 구호들일 게다. 대통령 윤석열이 참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 민주화 이전에 자주 듣거나 생각했던 ‘타도’라는 단어를 역주행 유행을 시킨 원인 제공자라는 점에서 말이다. 타도의 국어사전 정의는 어떤 대상이나 세력을 쳐서 거꾸러뜨림이다. 도대체 무슨 잘못을 저질렀길래 야권과 야권 지지자들은 출범한 지 만 2년도 안 된 정권 또는 대통령을 쳐서 거꾸러뜨리겠다는 걸까? 이들의 주요 주장을 살펴보자.
‘2기 촛불정부를 누가 만드느냐’ 했을 때 지금 이재명 말고는 누가 만들겠어요. 괜히 돌려가면서 말할 필요가 없어요. 까놓고 얘기하면 2기 촛불정부의 조기 수립이라는 이야기는 윤석열을 빨리 끌어내리고 이재명을 대안으로 다음 정부를 빨리 만들자는 얘기거든요.
3월14일 서울대 명예교수 백낙청이 오마이TV의 ‘오연호가 묻다’ 인터뷰에 출연해 ‘2기 촛불정부의 조기 수립’을 역설하면서 한 말이다. 백낙청이 지난 대선 패배 직후부터 해온 주장인데, 한국의 대표적인 지식인으로 살아온 자신의 모든 명예를 건 위험한 도발이 아닐 수 없다. 자신이 적극 후원했던 문재인 정권이 왜 정권을 빼앗겼는지 그 이유에 대한 분석은 제대로 하고서 그런 말을 해야 하는 게 아닐까? 그런데 그게 없다.
어쩌다가 이런 (윤석열) 정권이 나왔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내놓은 답이 흥미롭다. 그는 2022년 대선 때 인스타 한국인 팔로워 저쪽(국민의힘)은 (촛불혁명의 위력을) 알게 돼서 ‘한 번만 더 지면 우리는 끝장’이라는 간절함이 생겼고, 그래서 윤석열과 이준석, 홍준표, 유승민, 안철수까지 (보수세력이) 총집결을 했다면서 그런데 당시 민주당 안에는 이번에 져도 우리는 별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고 했다. 즉, ‘간절함의 차이’가 지난 대선의 승패를 갈랐다는 것이다.
단지 그것뿐이란 말인가? 문 정권과 자신을 포함한 강성 지지자들이 잘못한 건 전혀 없었단 말인가? 단지 간절함만 강해진 ‘2기 촛불정부’라면 더욱 거친 독선과 오만과 내로남불로 일관할 텐데, 그게 윤 정권보다 나을 게 뭐가 있다는 건지 모르겠다. 정권이 바뀌어 재미를 보는 건 자신과 같은 정파적 엘리트 계급일 뿐, 평범한 보통사람들은 늘 양쪽으로부터 돌아가면서 기만을 당한다고 보는 게 진실에 더 가까운 게 아닐까?
3월16일 조국혁신당 대표 조국은 비례대표 후보자로 나서 지지자들을 향해 저를 압도적 1위로 만들어달라고 호소하면서 더 빠르게, 더 강하게, 더 선명하게 가장 뜨거운 파란 불꽃이 돼 검찰독재 정권을 하얗게 불태우겠다고 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자신을 정치 탄압을 받는 투사로 둔갑시킨 그 뻔뻔함에는 기가 막힐 지경이라고 비판했다지만, 조국의 호소에 열광한 사람들도 많았다. 특히 호남인들이 열광했다.
경향신문의 ‘광주 르포’ 기사(탁지영 기자)에 따르면, 어느 60대 광주시민은 조국혁신당의 주요 인물들에 대해 전부 윤석열이 반대했던 사람들이잖아요. 한이 맺힌 사람들인데 한풀이는 제대로 하겠죠라면서 윤석열 정부와 잘 싸울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호평했다. 어느 50대 광주시민은 조국혁신당을 지지하는 광주 민심 기저엔 민주당이 못했던 것들 조국 네가 한 번 사정없이 그냥 짖어불고 한번 뒤집어부러라. 너 당한 거 있잖아. 당하고만 있지 말고 똑같이 되빠꾸(되치기)해라는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3월19일 조국은 1차적으로 윤석열 정권의 레임덕을, 두 번째는 데드덕으로 만드는 게 조국혁신당의 목표라며 윤석열 정권 조기 종식을 탄핵으로 한정하지 않고, 권력 오남용을 하지 못하도록 힘을 빼놓을 것이라고 했다. 조국혁신당의 약진에 위협을 느낀 민주당도 ‘윤석열 때리기’를 넘어 ‘윤석열 죽이기’를 위한 선명성 경쟁에 본격적으로 발 벗고 나섰다. 민주당 대표 이재명은 이날 강원도 총선 지원 유세에서 서슬 퍼런 박근혜 정권도 우리가 힘을 모아서 권좌에서 내쫓지 않았나라며 이제는 권력을 회수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3월20일, 가상자산(암호화폐) 투기 의혹이 불거져 민주당을 탈당했던 무소속 의원 김남국이 민주당이 주도하는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에 입당했다. 아니 그래도 되나? 무슨 명분과 이유로? 아무리 곱씹어도 윤석열 정부의 독주와 폭거를 가만히 손 놓고 바라볼 수만은 없었다는 게 그 이유였다. 이러다간 음주운전을 하다가 걸려도 윤석열 정부의 독주와 폭거에 너무 분노한 나머지라는 핑계를 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3월21일 전 국가정보원장 박지원은 라디오에서 범야권이 200석을 만들면 윤 대통령 탄핵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 ‘200석 타령’에 동참하는 민주당 후보들이 늘어가자 지도부는 행여 유권자들에게 오만하게 보일까봐 ‘151석’이라는 소박한 목표를 강조하는 경계령을 내렸지만, 이재명의 언어는 날이 갈수록 거칠고 과격해지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을 게다. 이번 총선은 자신의 정치생명, 아니 전 인생의 성패가 달려 있는 선거니까 말이다. 지난해 9월27일 새벽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 유창훈이 이재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을 때 내세운 사유 중 하나는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이었다. 지난 2월8일 조국은 항소심에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2심 재판부도 방어권 보장을 이유로 법정구속하지 않았다. 판사들이 말한 방어권은 ‘법적 방어권’이었지만, 이재명과 조국은 지금 ‘정치적 방어권’을 위한 투쟁을 하고 있다. 판사들은 그걸 예상하지 못했나?
참 이상한 일이다. 3년여 전 현 야권이 주장했던 건 사법쿠데타에 의한 민주주의의 전복이었기 때문이다. 2020년 12월23일 조국의 부인 정경심이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고, 다음날 법무부의 검찰총장 윤석열 정직 2개월 중징계에 대해 법원이 ‘집행 정지 결정’을 내렸다. 그러자 그 다음날 고려대 명예교수 임혁백은 한겨레에 사법쿠데타에 의한 브라질 민주주의의 전복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했다. 그는 이 칼럼에서 브라질 민주주의 위기의 특징은 검찰과 사법부의 법 기술자들이 법적 수단과 장치를 동원하여, 보이지도 않고 의식할 수 없는 가운데 점진적으로 야금야금 민주적 제도와 규범을 침식하여 민주주의를 전복시키는 사법쿠데타라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 칼럼은 브라질 이야기만 했을 뿐이지만, 독자들에게 던진 메시지는 분명했다. 이 칼럼에 달린 ‘베스트댓글’이 말해주듯이 브라질의 정치현실은 여기 한국과 거의 흡사하다는 것이었다. 당시 여권은 이후 걸핏하면 ‘사법쿠데타’를 주장하고 나섰는데, 그건 연작 형식의 코미디였다. 자기들에게 유리한 법원 판결이 나오면 판사들을 극찬하고 불리한 판결이 나오면 판사들을 욕하는 치졸한 작태를 반복하곤 했다. 임혁백에게 묻고 싶다. 당시 선구적으로 제시한 사법쿠데타론은 지금 한국에서 여전히 유효한가?
박용진도 공천 걱정하지 않는 민주당을 위해
왜 정치는 증오·혐오에 미쳐 돌아가나
윤석열의 ‘순애보’를 어찌할 것인가
지금 한국은 수년째 정쟁에 국력을 탕진하고 있다. 이에 가장 큰 책임을 물어야 할 사람은 대통령이다. 적어도 2022년 5월10일 이후부터는 윤석열의 책임이다. 앞서 인용한 어느 광주시민은 조국을 지지하는 이유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조국 대표가 억울할 것 같아요. 가족을 도륙 내놨어요. 만약 윤석열이 김건희하고 장모하고 처남에게도 똑같은 잣대를 대고 똑같이 수사했으면 박수 쳐줘요. 그런데 지금 그런 판은 아니잖아요. 나 역시 이 말에 공감한다. 나는 앞서 윤석열이 참 대단한 사람이라고 했는데, 여기엔 상식, 아니 상상을 초월하는 그의 내로남불에 대한 놀라움이 들어 있다.
조국 가족을 그렇게 ‘도륙’ 낸 사람이 자기 가족 특히 아내를 신성불가침의 영역에 모셔놓고 그 어떤 충정 어린 고언에도 화를 벌컥 낸다는 그의 이중 기준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더 이해할 수 없는 건 그런 사고와 행태가 대중의 분노를 유발해 정권을 몰락의 수렁으로 끌고 들어갈 수 있다는 걸 눈곱만큼도 깨닫지 못하는 둔감함과 어리석음이다. ‘윤석열 타도’라는 외침은 윤석열의 자업자득이지만, 그로 인해 이 나라가 치러야 할 값비싼 희생을 생각하노라면 깊은 한숨을 내쉬지 않을 수 없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