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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연제·울산 북구 ‘진보당 파란’ 본선서도 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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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지훈 작성일24-03-30 02:26 조회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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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제구청장 출신 잡은 노정현여론조사서 오차 범위 밖 1위
울산 북구 판세는 ‘안갯속’박대동 37.3 vs 윤종오 32.7
4·10 총선에서 야권 단일화 효과를 거둔 지역들이 주목받고 있다. 부산 연제구와 울산 북구에서는 더불어민주당과 진보당의 선거연대 결과 진보당으로 후보가 단일화됐다. 세종갑과 경기 성남분당갑에서는 민주당과 개혁신당 후보의 출마가 각각 무산되면서 여야 후보 일대일 구도가 만들어졌다.
부산 연제구에서 노정현 진보당 후보는 연제구청장 출신인 이성문 민주당 후보를 단일화 경선에서 이기고 본선에 진출했다. 연제구는 민주당이 180석을 확보했던 4년 전 21대 총선에서 김해영 전 의원이 재선에 실패한 곳이다. 노 후보는 17·19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희정 국민의힘 후보와 맞붙는다.
부산일보·부산MBC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지난 18~19일 연제구 유권자 503명대상으로 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 표본오차 ±4.4%포인트) 결과 김희정 38.3%, 노정현 47.6%였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이 있는 울산 북구에서는 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출신의 윤종오 진보당 후보가 민주당을 탈당한 이상헌 무소속 의원과 경선 끝에 본선에 진출했다. 윤 후보는 박대동 국민의힘 후보, 현대차 퇴직 노동자 출신인 박재묵 무소속 후보와 맞붙는다. 여론조사꽃이 지난달 26~27일 북구 유권자 506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 표본오차 ±4.4%포인트) 결과 박대동 37.3%, 윤종오 32.7%였다.
세종갑에서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새로운미래와 국민의힘 후보 간 양자 대결이 펼쳐진다. 민주당은 지난 23일 이영선 후보의 갭투기 의혹을 뒤늦게 확인하고 공천을 취소했다. 민주당을 탈당한 김종민 새로운미래 후보가 류제화 국민의힘 후보와 맞붙는다. 김 후보가 민주당 지지층 표심을 흡수할 수 있을지가 승패의 관건으로 꼽힌다.
경기 성남분당갑에서는 개혁신당 소속 류호정 전 의원의 후보 등록 포기로 이광재 민주당·안철수 국민의힘 후보 양자 구도가 성사됐다. 경기신문이 알앤써치에 의뢰해 지난 21~23일 성남분당갑 유권자 50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95% 신뢰수준, 표본오차 ±4.4%포인트) 결과 이광재 48.4%, 안철수 40.5%, 류호정 5.6%였다.
(6) 메리테리움
비록 성씨는 다를지언정 의형제를 맺은, 즉 마음을 함께하고 힘을 합하여, 어렵고 위험할 때 서로 도울 것이다. 위로는 나라에 갚고, 아래로는 뭇사람을 평안케 할 것이다. 한날한시에 태어나지 않았으나 한날한시에 죽기를 바라며, 하늘과 땅의 왕이 우리 마음을 굽어 살피어, 의와 은혜를 저버리는 자는 하늘과 사람들이 벌하여 죽을 것이다.
복숭아 밭에서 취할 때까지 마신 유비, 관우, 장비 세 사내가 이렇게 다짐하였다고 하여 도원결의라고 한다. 이날 검은 소와 흰 말을 제물로 바친 데 그치지 않고 소를 한 마리 더 잡았다고 한다. 도원결의에는 돈이 제법 든 셈이다. 그런데 복숭아 밭이 누구 소유인지 아시는가? 나이가 벼슬인 시대라 결국 막내가 된 장비(張飛)다.
장비만큼이나 억울하게 알려진 사람도 없다. 일자무식과 문무겸비를 장비와 관우에게 배당하라고 하면 대부분 장비는 일자무식, 관우는 문무겸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반대다. 우리가 오해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매우 급하여 용맹하고 과격하며 술을 좋아하고 싸움을 즐긴 장비의 성격 탓이다. 장비만큼이나 유명하지만 특성이 잘 알려지지 않은 동물군이 있으니 바로 장비목(長鼻目)이다.
장비목의 이름은 ‘코가 길다’는 뜻이다. 자유로이 움직이는 긴 코를 가지고 있는 포유류다. 코끼리 코(nose가 아니라 trunk)는 왜 이렇게 길어졌을까? 이런 질문에 언뜻 ‘코끼리가 고래처럼 육상에서 물로 돌아갔다가 다시 육상 생활로 돌아온 동물이 아닐까?’라는 또 다른 질문이 떠오를 수 있다. 코끼리가 수중 생활을 할 때 스노클링을 위해 코가 길어졌을 수 있다는 아이디어다.
실제로 코끼리가 긴 코를 이용하여 스노클을 한다는 증거가 몇 가지 있기도 한다. 예를 들어 코끼리는 헤엄치는 동안 물 밖으로 코를 들어올린다. 코끼리 코는 매우 길고 유연하기 때문에 원한다면 스노클처럼 사용할 수 있다. 여기에 대해서는 아직 과학자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1901년 이집트 호수 근처서 화석 첫 발견…이후 총 5종 확인작은 하마 크기…약 3500만년 전 다습·온화한 환경서 서식코끼리에 비해 아주 초보적인 짧은 엄니와 낮은 이빨 지녀부드러운 수생 식물을 먹으며 강·늪에 살았을 것으로 추정기후 변화 속 멸종을 피한 계통은 사바나의 코끼리로 진화
아니나 다를까 실제 코끼리의 먼 조상 중 적어도 한 종은 물에 살았다는 게 밝혀졌다. 그렇다고 해서 고래처럼 물속에 들어가서 산 것은 아니고 하마와 비슷한 방식으로 살았다. 현생 생물 중 가장 큰 육상 동물의 가계도가 물속에 뿌리를 두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유별난 일은 아니다. 코끼리는 매너티나 듀공 같은 바다소목과 조상을 공유하니까 말이다.
그 주인공은 메리테리움(Moeritherium). ‘메리스 호수에 사는 포유류’라는 뜻이다. 1901년 이집트 메리스 호수 근처에서 처음 화석이 발견된 이후 이집트와 리비아에서 모두 다섯 종이 발견된 메리테리움은 약 3500만년 전에 살았다. 장비목과 바다소목이 공통조상에서 갈라선 후 수백만년이 지난 다음이다.
동물은 대멸종에 버금가는 환경위기를 맞기 전까지는 대부분 커지는 방향으로 진화한다. 장비목도 마찬가지다. 조상 동물들은 작았다. 메리테리움은 어깨 높이가 70~90㎝에 불과했다. (현생 아프리카 코끼리는 어깨 높이가 최대 4m에 달한다.) 요즘 살고 있는 맥(tepir)이나 돼지 또는 작은 하마 크기의 동물이었다. 짧고 튼튼한 다리와 2m에 이르는 비교적 긴 몸통(현생 코끼리는 최대 7.5m), 짧은 꼬리를 가졌다. 발은 넓고 발굽은 납작했다.
코끼리는 큰 엄니가 상징적이지만 메리테리움의 엄니는 아주 초보적이었다. 가장 초기 메리테리움 종에는 엄니가 없었고, 이후 종들은 아래턱에서 작은 돌출부만 발달했다. 이것은 코끼리가 먹이 사냥, 싸움을 하고 다른 조작을 하는 데 사용하는 길쭉한 엄니와는 거리가 먼 형태다.
메리테리움이 물에 살았다고 과학자들이 주장하는 근거는 무엇일까? 이빨 때문이다. 메리테리움의 이빨은 이집트 북부 파이윰 지역에서 출토되었다. 이 지역은 예전에는 얕은 하구 또는 해안 지역이었다. 메리테리움 화석이 늪과 강 생태계에서 발견되었다는 것만으로 이들이 실제로 그 환경에서 살았는지 확신할 수는 없다. 죽은 후 사체가 떠내려온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화석은 많은 것을 말해준다. 메리테리움 이빨은 단순하고 낮다. 이것은 부드러운 식물을 먹었다는 뜻이다. 여기에는 나뭇잎, 수생 식물, 과일, 부드러운 나무껍질이 포함된다. 메리테리움의 이빨은 현생 코끼리처럼 질기고 섬유질이 많은 재료를 갈아먹는 데 적합하지 않았으며, 늪이나 강변에서 발견되는 부드럽고 소화가 잘되는 식물을 먹기에 적합했다.
과학자들은 이빨 법랑질의 동위원소를 확인했다. 탄소 동위원소는 메리테리움의 식단을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알려주었고 산소 동위원소는 그 지역의 수원이 어디에서 유래했는지 증명했다. 메리테리움의 동위원소 비율과 동시대 육상 동물의 동위원소 비율을 비교한 결과 이 고대 장비목 동물이 반수생 동물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 메리테리움은 아마도 작은 하마처럼 늪에 반쯤 잠긴 채 부드러운 반수생 식물을 먹으면서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화석 기록만으로 행동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를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생활방식은 충분히 유추할 수 있다. 메리테리움은 현대 하마처럼 먹이를 먹거나 더위를 식히고 포식자를 피하기 위해 물속이나 물 근처에서 상당한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메리테리움의 사회 구조는 추측에 불과하지만, 비슷한 환경에 서식하는 현생 초식 포유류에서 볼 수 있는 패턴, 즉 먹이 사냥의 효율성을 높이고 포식 위험을 줄이기 위해 작은 무리를 지어서 살았을 것이다.
현생 코끼리가 사바나 지역에 사는데 굳이 고대 장비목인 메리테리움이 수생이라고 생각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메리테리움이 살았던 3500만년 전의 에오세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매우 높은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지구의 기온이 현재보다 훨씬 높은 온실 세계였다. 극지방에 얼음이 없고 광활한 지역에 얕고 따뜻한 바다가 존재했기 때문에 지구 대부분을 감싸는 습하고 온화한 기후가 형성됐다.
기후가 환경을 만든다. 만년설이 사라지면서 수분이 전 세계에 고르게 분포하게 되었다. 전 지구가 오늘날보다 훨씬 습했으며 울창한 숲과 풍부한 물로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할 수 있는 풍요로운 서식지를 제공했다. 초기 포유류, 파충류, 수많은 식물 등 다양한 생명체가 살기에 이상적인 조건이었다.
게다가 중생대 백악기 말에 공룡은 이미 멸종한 상태였다. 공룡이 사라지자 동물은 식물만큼이나 다양해졌다. 포유류의 세상이 되었다. 이 시기에 영장류, 고래류, 말, 박쥐, 설치류의 초기 조상을 비롯한 많은 포유류 그룹이 등장했다.
낙원은 누구에게나 낙원이다. 에오세의 초록빛 낙원 속에서 메리테리움은 부드러운 수생 식물과 키 작은 나무와 관목의 잎사귀를 먹으며 지냈다. 이집트와 리비아를 비롯한 북아프리카가 오늘날에는 건조한 사막 환경이지만 당시에는 늪지대의 담수 서식지였다. 무성한 늪지대는 풍부한 먹이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포식자의 위협에서 안전했으니 메리테리움처럼 크지 않은 초식동물이 번성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메리테리움도 장비목 동물답게 긴 코를 가졌을까? 긴 코를 이용하여 물속에서 숨을 쉬었을까? 콧구멍은 두개골의 윗부분에 있었지만 코끼리의 트렁크를 가지고 있었을 가능성은 낮다. 코끼리 코, 트렁크에는 뼈가 없다. 약 4000개의 근육으로 이루어져 있을 뿐이다. 그러니 화석으로 남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메리테리움에게 코끼리 코가 없다는 것을 안다.
비강(鼻腔)은 얼굴의 가운데, 코의 등쪽에 있는 코 안의 빈 공간을 말한다. 비강 위에 코가 얹혀 있다. 메리테리움의 비강은 코끼리보다는 말과 비슷한 곳에 놓여 있다. 코끼리처럼 이마 가까이에 있는 게 아니라 말처럼 이빨 교합면 가까이에 있다. 이것은 트렁크가 없다는 뜻이다.
코끼리 트렁크는 물속에서 숨을 쉬려고 스노클로 진화한 게 아니다. 척박한 사바나에서 또 하나의 부속지로 진화한 것이다. 코끼리 코는 숨쉬고, 냄새 맡고, 의사소통을 할 뿐만 아니라 무기, 트럼펫, 국자, 손의 역할도 한다. 풍성한 환경에서 살던 메리테리움에게는 코끼리 코가 필요하지 않았다.
메리테리움은 당시 독특한 환경에 적응한 수많은 생물 중 하나였지만 새로운 틈새를 실험한 동물로서 가치가 있다. 메리테리움은 장비목 동물의 서식지가 육상에서 수생으로 그리고 다시 육상으로 되돌아왔다는 매우 흥미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초록빛 낙원이 펼쳐진 숲을 두고 수생 환경을 서식지로 삼는 실험에 성공했다. 환경 변화에 맞춰 끊임없이 서식지를 찾아가는 적응을 보여준 것이다.
하지만 지구는 거기에 살고 있는 생명체를 배려하지 않는다. 어떤 생명도 영속하게 놔두지 않는다. 올리고세가 되자 지구가 점차 추워졌다. 화산이 활동하고 대륙판이 이동하고 대기 조건이 변했다. 숲은 건조한 개방형 생태계 사바나로 바뀌었다. 기후와 지형이 변하자 메리테리움을 비롯한 수많은 에오세 종들은 진화의 경로를 결정해야 했다.
한 가지 중요한 계통은 아래쪽으로 휜 엄니를 가지고 홍적세까지 살았으며 다른 중요한 계통은 현대 아프리카와 아시아 코끼리 조상을 포함하는 코끼리과로 이어졌다. 메리테리움에서 현대 코끼리에 이르는 진화 경로는 한 개의 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복잡한 계통의 분기를 거쳤으며 그 과정에서 수많은 종이 갈라지고 멸종했다.
이 과정에서 장비목은 비로소 이름값을 하는 장비를 갖추게 되었다. 장비목의 기다란 하악골은 기다란 트렁크가 발생하는 전제 조건이었다. 초원에서는 기다란 코의 감고 움켜쥐는 역할이 중요했다. 무엇보다도 물을 마시기에 좋았다. 트렁크가 먹이를 먹는 주요 도구가 되면서 이젠 하악골이 점차 사라지게 되었다.
메리테리움에서 후기 장비목으로 진화는 수백만년에 걸친 생태 및 기후 변화를 반영한다. 반수생에서 완전한 육상 생활로 전환하면서 몸집이 바뀌고 먹이 메커니즘에 새로이 적응해야 했다. 모든 환경 변화는 도전과 기회지만 누구에게나 그런 것은 아니다.
멸종은 막을 수도 없고 되돌릴 수도 없지만 늦출 수는 있다. 서식지 파괴, 오염, 기후변화 같은 생물다양성이 훼손되는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 단호하고 집단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과거의 멸종에서 얻는 교훈은 단순히 학문적인 것이 아니라 행동을 촉구하는 것이다.
이제 곧 연분홍색의 복숭아꽃(복사꽃)이 피는 시기다. 누군가 또 도원결의에 나서고 싶을 게다. 이 시대의 도원결의는 무엇일까? 생명다양성과 에너지 전환 문제를 두고 고민할 때다.
지난 22일 후보자 등록이 마감되면서 4·10 총선이 본격화됐다. 공천 잡음은 선거 때마다 있지만, 올해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내홍은 깊은 상흔을 남겼다. 임종석의 컷오프(경선 배제), 하위 10% 감산 잣대가 적용된 박용진의 경선 탈락 때 갈등의 진폭이 컸고, 그 후에도 곳곳에서 ‘비명횡사 친명횡재’ 불만이 터져나왔다. 254개 지역구에 공천된 비명계는 40명이 채 되지 않는다. 그 속에서 ‘이재명의 민주당’ 색깔은 한층 더 짙어졌다.
이 공천 실무 작업을 한 임혁백 민주당 총선 공천관리위원장(72·고려대 명예교수)을 지난 21일 서울 영등포구 민주당사 집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오직 시스템에 의해 공천했다면서도 (혁신 공천에 대한 반발이 일면서) 막판에 전해철에게 경선 기회를 주고 이인영은 단수공천하는 등 비명 후보들을 많이 구제해줬다고 말했다. 민주주의를 연구한 원로 정치학자 입장에서도 공천 과정이 공정했다고 자신하느냐는 질문에는 민주당 의원들이 스스로 선택한 공천 시스템이라며 불만이 있어도 일단 수용한 후 선거가 끝난 다음 보완책을 마련하는 게 바람직한 태도라고 답했다. 임 위원장은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하위 10%, 20%에 대한 감점을 좀 완화하는 게 낫지 않겠나 본다고 했다.
- 공천 결과에 대해 스스로 몇점을 주시겠습니까.
스스로 점수를 매기는 것은 오만한 겁니다. 국민들이 4월10일 총선에서 점수를 주시겠죠. 다만 현역 의원 교체율이 혁신 공천의 바로미터라고 생각합니다. 40% 이상 교체됐다면 성공한 것이라 할 수 있는데, 민주당은 42.5%를 새 얼굴로 바꿨습니다.
- 공관위원장을 맡아달라는 제안은 누구로부터 받았나요.
첫 외손주가 태어나 미국의 딸 집에 머물던 작년 12월28일에 이재명 대표가 전화를 했습니다. 고민 후 수락했고, 이튿날 바로 한국 언론에 임명 보도가 나왔죠.
- 지난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대표를 지원하는 정책그룹 ‘세상을 바꾸는 정책(세바정 2022)’ 자문단에 이름을 올렸지요. 이 대표와 이전부터 친분이 있었습니까.
아닙니다. 자문단엔 수천명이 들어가 있었고, 나는 이전까지 이 대표와 대화를 나누거나 만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 어떤 마음으로 공관위원장직을 수락했나요.
두 가지 이유가 있죠. 우선 나는 김대중 정부 5년간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회에서 정치행정분과 위원장으로 활동했습니다. 2002년 대선을 앞두고 김 대통령은 정권 재창출을 위해 정당 개혁을 하라며 한광옥 대통령비서실장을 당대표로 임명했죠. 나는 한 대표에게 대통령의 당 총재 겸임 구조부터 바꾸고 대선후보 결정 방식을 미국의 오픈 프라이머리 같은 개방형 경선제(국민참여경선제)로 하라고 조언했습니다. 그 결과 노무현 후보가 이인제 후보 등을 물리치는 돌풍을 일으키며 민주당 후보로 선출됐죠. 그러나 총선에선 국민참여경선이 지금껏 유명무실했고 밀실공천, 계파공천이 판쳤습니다. 그래서 이번 총선에서야말로 국민참여경선을 제대로 주도해보는 게 학자로서 매우 가치 있는 일이라 판단했습니다.
- 또 다른 이유는 뭔가요.
민주당의 승리에 기여해 검찰독재로 한국의 민주주의를 급격히 퇴행시킨 윤석열 정부를 막겠다는 학자로서의 사명감이 있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민주주의 제도를 공격하고, 아마존 열대우림을 파괴하며 극우정치를 한 브라질의 보우소나루 정권과 매우 흡사합니다. 검찰과 사법부의 법 기술자들이 룰라 대통령을 부패 혐의로 투옥시킴으로써 탄생할 수 있었던 보우소나루 정권은 브라질의 민주주의와 경제를 완전히 무너뜨렸죠. 다행히 작년 10월 대선에서 룰라가 다시 집권하면서 정치가 정상화되고 경제도 다시 살아나고 있습니다.
- 공천 기간 내내 ‘비명횡사 친명횡재’ 논란이 일었어요. ‘이재명의 사당화’를 위한 공천이었다는 말도 무성했고요.
전형적인 진영 간 갈라치기죠. 예를 들어 부산은 민주당 후보 6명 중 5명을 단수공천했는데, 모두 비명입니다. 또 친명 중에서도 5선 안민석 의원을 비롯해 탈락한 분들이 적지 않아요. 오직 시스템 공천을 한 결과입니다. 전략공관위에선 정무적 판단을 우선해 시스템 공천을 하지 않지만, 공관위에선 그런 일이 없었습니다.
- 하지만 공천 잡음이 계속되면서 국민의 눈높이에서 시스템 공천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어요. 애초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공관위원장을 맡기 전에 만들어진 제도지만, 당이 현역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평가해 공천에 활용하는 시스템은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동의해 도입된 겁니다. 그러니 그 규칙을 의원들 스스로 어겨선 안 되죠. 평가 점수는 총 1000점인데, 정성평가가 120점, 다면평가가 100점이고, 나머지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는 780점은 입법 수행실적, 기여활동, 지역활동 등 객관적 데이터로 측정하는 정량평가입니다. 이를 통해 하위 20%에 해당한 의원들에게 감산(하위 10%는 득표의 30% 감산, 하위 10~20%는 20% 감산) 통보를 한 것이니, 근거 없는 감산이 전혀 아닙니다.
우연이라 하기엔 과도하다.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에 든 31명 중 28명이 친문재인(친문)·비명계였다. 박광온·전해철·김한정·송갑석·박용진·윤영찬 등 비명계 의원은 감산 규정 때문에 경선에서 사실상 전멸했다. 임종석·홍영표는 컷오프됐고, 김종민·박영순·설훈에 이어 홍영표는 이낙연 공동대표의 새로운미래, 김영주는 국민의힘으로 합류하는 등 탈당도 이어졌다. 상당수가 비명계 공천 학살이라고 반발했다.
- 정성평가를 한 12명 평가위원들의 인위적 개입과 찍어내기가 가능하다는 점도 그렇지만, 의원들 간 다면평가 역시 주류가 비주류를 배제하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맹점이 있는 것 아닌가요. 특히 다면평가는 작년 9월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직후 실시했고, 친명계에선 공개적으로 가결표 던지는 의원을 색출하겠다는 발언까지 나왔는데요.
평가위원들이 어떻게 구성됐는지는 모르기 때문에 말씀드릴 수 없어요. 하지만 다면평가는 의원들만 하는 게 아닙니다. 당직자는 물론이고, 보좌관들도 자기가 모시는 국회의원을 평가했습니다.
공천 파동의 정점은 민주당의 강북을 경선이었다. 3선에 도전한 현역 의원 박용진은 하위 10%에 해당해 페널티 30%(정봉주와 경선), 55%(조수진과 전략경선) 격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패했다. 각각 막말, 성범죄자 변호로 정봉주와 조수진의 공천이 잇따라 취소됐음에도 당은 차점자인 박용진을 승계 공천하지 않았다. 결국 해당 선거구엔 친명 한민수 대변인이 벼락 공천됐다. 반면 순천은 차점자가 공천을 승계했다.
- 박용진 의원이 하위 10% 평가를 받은 것과 사실상 세 차례 고배를 마신 것은 2022년 8월 당대표 경선에 출마해 이재명 대표를 공개 비판한 데 따른 보복이라는 시각이 많습니다.
맹자의 ‘반구저기(反求諸己·잘못을 자신에게서 찾는다)’를 새기라고 말하고 싶어요. 박용진 의원은 솔리터리맨(Solitary Man·외톨이)이에요. 그러니 의정활동 점수가 굉장히 낮죠. 당론을 채택하는 데 있어서 동료 의원과 협력적 행동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 의원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 독불장군이어서 정량평가 점수까지 나쁘다?
언론이 비명계 입장만 일방적으로 들으면 안 돼요. 우리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천을 했습니다. 참신하고 역량 있고 생각이 젊은 후보로 혁신 공천을 했죠. 언론이 옹호하는 집단은 민주화 공로만 가지고 평생을 우려먹으려는 국회의원들 아닙니까? 우리나라에서 정치의식이 가장 높은 지역이 광주예요. 그곳 지역구 8곳 중 7곳이 새 얼굴로 교체됐습니다. 광주시민들은 임혁백 공관위가 너무 잘했다며 고맙다고 인사합디다. 국민의 눈높이는 그것인데 기득권 정치인들에게 눈높이를 맞춘다면 언론이 제 역할을 하는 건가요?
- 평가점수가 나쁘면 그 근거를 제시해주면 되지 않을까요. 홍익표 원내대표는 ‘현역 평가 하위 20% 자료 열람’ 등을 요청해 임 위원장이 이를 약속했는데 하루 만에 말을 바꿨다고 주장했습니다.
공개를 못하게 돼 있어요. 홍익표 원내대표가 박용진 의원에게 평가보고서를 좀 보여주라고 부탁해 그렇게 해도 되는 줄 알고 처음에 수락한 겁니다. 박 의원뿐만 아니라 이의신청을 한 나머지 두 사람의 평가보고서도 받아놨고요. 하지만 송기도 평가위원장(전북대 명예교수)으로부터 바로 전화가 왔어요. 비밀 규정이니 반드시 따라야 한다더라고요.
- 박 의원의 재심 신청은 왜 공관위 회의 없이 위원장이 단독으로 기각했나요.
공관위 2차 전체회의에서 하위 20% 통보와 이의신청 처리에 관한 모든 권한을 공관위원장에게 위임했고, 당규는 이의신청 처리에 있어서 절차상 명백한 하자가 없으면 기각하게 되어 있어서 제가 이의신청한 분들 모두 기각했습니다.
- 2월6일 윤석열 검찰정권의 탄생 원인을 제공한 분들 역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며칠 후 이재명 대표도 새 술은 새 부대에 등의 발언을 했는데, 사전에 이 대표와 이런 문제의식을 공유한 적이 있나요.
전혀요. 검찰정권이 들어선 후 민생이 어려워지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정권을 내준 문재인 정부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 분들은 스스로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라는 차원에서 한 이야기입니다. 누구를 특정해서 한 말은 아니고요.
- 실제로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은 컷오프됐는데, 경기 하남갑에 전략공천한 추미애 전 법무장관에게는 책임이 없는 겁니까. 임 위원장은 얼마 전 추 전 장관을 두고 윤석열 검찰총장의 검찰 쿠데타를 저지해 나라를 구한 잔다르크라고 말씀하셨더군요.
추 전 장관이 뭘 잘못했습니까?
- 추 전 장관이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을 공개 압박할수록 윤 총장의 인기가 올라갔습니다만.
언론의 함정이죠.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사람은 정의로워야 합니다. 공자가 정치는 바르게 하는 거라고 하지 않습니까? 추 전 장관도 소신에 따라 바른말을 한 것인데 그게 왜 나쁘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 민주당 대선주자로서 패배한 이재명 대표는 어떤가요. 책임이 없습니까.
패자로서 책임을 진다고 몇달 동안 칩거하지 않았습니까.
- 이 대표의 2선 후퇴 요구도 꾸준히 제기됩니다.
이제 총선이라는 본격적인 전쟁 속으로 들어갔는데, 전쟁을 지휘하는 장수를 바꾸는 게 정상인가요?
화제를 바꿨다. 공천 과정에서 임 위원장은 성범죄, 음주운전, 직장갑질, 학교폭력, 온·오프라인에서의 증오 발언 등 5대 혐오범죄에 대해 엄격히 심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뇌물·부패 혐의에 대해선 무죄 추정의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했다. 사법 리스크를 안은 이재명 대표를 의식한 공천 룰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 임 위원장은 공천 심사에서 도덕성을 강조했지요. 그런데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발언뿐 아니라 당내 반대파를 향해 ‘수박’ ‘쓰레기’ ‘똥파리’ 등 혐오발언을 한 양문석 후보는 공천을 받았습니다.
검증위원회에서 검증자료가 넘어왔을 때 같은 안산갑 선거구의 전해철이나 양문석 모두 군더더기 없이 적격으로 표시돼 있었습니다. 이후 면접(총 100점 중 10점 만점)을 보는데 후보당 면접시간이 30초밖에 안 됐어요. 그 자리에서 어느 공관위원이 양 후보에게 ‘수박 같은 막말을 하면 되느냐’고 하자, ‘동물 이야기를 한 것도 아니고 식물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답하더군요(웃음).
- 도덕성검증소위는 양문석 후보에게 도덕성 점수를 0점 주기로 뜻을 모았다고 해요. 그런데 공관위 전체회의에서 임 위원장이 도덕성 점수에 대한 논의 없이 양 후보의 경선 참여를 밀어붙였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공관위원이 모두 15명인데, 한두 분이 0점을 줬을 수는 있으나 대다수는 0점을 주지 않았다고 확신합니다. 양문석 후보에게 경선 기회를 주지 말자는 의견은 전혀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양문석 경선 허용과 상관없이 비명횡사니 뭐니 하며 혁신 공천에 대한 반발이 있었기 때문에 내가 막판에 비명 후보들을 많이 구제해 주었습니다. 전해철에게 경선 기회를 주고 이인영은 단수공천했어요. 통합을 위해 그렇게 했습니다.
- 뇌물·부패 혐의에 대해선 무죄 추정의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했는데, 왜 노웅래·기동민은 컷오프하고, 이재명 대표와 이수진(비례)은 공천을 줬습니까.
스스로 금품 수수 사실을 인정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다르게 판단한 것이죠.
- 공관위원장을 떠나, 민주주의를 연구한 정치학자로서도 민주당의 이번 공천 과정이 공정·투명했다고 자신합니까.
선거가 끝나면 의례히 평가제도도 손질합니다. 이번 평가방식은 작년에 김은경 혁신위에서 건의해 중앙위와 당무위를 거쳐 최고위에서 채택한 겁니다. 앞서 말했지만, 민주당 의원들이 스스로 선택한 규칙이죠. 그런데 그 규칙이 자신에게 불리하다고 해서 거부해서야 되겠습니까? 문제가 있다면 일단 수용한 후 선거가 끝난 다음에 보완책을 마련하는 게 바람직한 태도죠.
- 어떻게 보완하면 좋을까요.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하위 10%, 20%에 대한 감점을 좀 완화하는 게 낫지 않겠나 봅니다.
- 안에서 확인한 민주당은 정당 민주주의 관점에서 볼 때 어느 수준이라고 판단합니까.
아직까지 계파정치, 파벌정치를 벗어나지 못해 오히려 민주주의 과잉 현상이 일어난 것 아닌가 싶습니다. 자신들이 뽑은 당 대표를 감옥에 보내자고 체포동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국회의원이 약 40명이나 되지 않았습니까? 정당엔 기율이란 게 있는데, 아노미 상태가 되어 국회의원들이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고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그러니 180석을 가지고 개혁을 하지 못했다는 말이 나오는 겁니다.
임 위원장은 미국 시카고 대학에서 세계적 정치학자 아담 쉐보르스키를 사사한 진보적 민주주의 이론가다. 김대중 정부에서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을 지낸 것 외에 2003년 노무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도 활약했지만, 현실 정치와는 거리를 둔 채 주로 연구활동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평생을 학자로만 살아온 그가 격한 공천 잡음을 겪으면서 느낀 고뇌와 갈등은 없었을까. 인터뷰 말미, 그는 이렇게 말했다.
공천 과정에 정치적 역학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지 몰랐습니다. 가까웠던 의원들로부터 공격도 받고 공천 탈락자들이 당사 앞에서 시위도 했습니다. 악몽에 시달리기도 했죠. 하지만 공관위를 책임지기로 한 이상 외부의 압력이나 영향으로부터 공관위원들을 보호하고 격리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습니다. 객관적인 공천을 담보할 수 있게 공관위원들에게 경고도 수시로 했고요. 그렇게 제가 노력했다는 것은 언론이 인정해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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