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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혜영의 이면]박용진이 드러낸 어떤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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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지훈 작성일24-03-23 10:07 조회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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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에 엎드린 그를 보며 착잡했다. 2011년 혁신과통합 합류 뒤 그는 민주당의 대변인, 재선 의원으로 활동했다. 오래전 노무현 정신을 뒤늦게 깨달았다고 한 그의 자책은 14년차 당원 정체성의 기반이 됐다. 너럭바위를 짚고 주저앉은 그의 등은 꽤 오래 굽어 있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22대 국회로 가던 그의 발걸음은 지난 19일 결국 끊겼다.
그의 도전은 민주당 경선 사상 초유의 기록을 남겼다. 세 번의 경선을 치르는 동안 세 번의 페널티(감산 30%)를 받았다. 현역 의원 하위 10% 공개부터 권리당원 투표율 75%, 과반 득표에도 공천 승계 불발, 55% 감산을 감수한 마지막 전략경선. 전 당원 투표라는 기이한 룰 탓에 서울 강북을 국회의원 예비후보가 호남에서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도 낯선 풍경이었다. 가히 ‘박용진 사태’라 할 만하다. 어쩌랴, 큰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하나쯤 있는 고난의 서사를 갖게 됐다는 말 정도가 그에게 건넬 수 있는 위로의 전부였다.
‘박용진 사태’가 휩쓸고 간 지난 한 달, 적잖이 심란했다. 한 시대를 순환했던 민주당 정치가 끝났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우선, 주류가 교체됐다. 민주당엔 정치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정체불명의 세력(혹자는 경기동부, 한총련을 지목한다)이 핵심 세력으로 등장했다. 정당 노선도 이질적으로 변했다. 민주당은 김대중 정부 이후 중도진보 정당의 길을 걸었고, 노동·보편적 복지국가 강령을 채택한 2009~2011년은 그 길의 정점이었다. 당 밖 시민사회도 ‘영향력 정치’를 과시하며 민주당과 경쟁적 협력관계를 유지했다. 적어도 담론이 뿜어내는 에너지가 민주당 정치의 맥이 될 거라 기대할 만했다.
그러나 이번 총선을 거치며 기대가 무너졌다. 이재명 대표를 추종하는 (강성) 당원들의 권력이 극대화됐고, 극대화한 당원 권력을 증폭시킨 이 대표의 힘이 사실상 공천 정국의 전부나 다름없었다. 그러다 보니 주류 후보를 배려한 공천룰(민심을 배제한 전 당원 투표), 원칙도 기준도 없는 경선(차점자 승계 불발, 전략경선 등)이 난무하면서 사천(私薦), 비명횡사, 정적 죽이기란 말이 공론장을 휩쓸었다. 전례 없는 일이다. ‘반윤석열’ ‘정권심판’ ‘이재명 지키기’만 연호하는 후보들을 보니 총선에서 승리한다 한들 무슨 정치를 할 건지 답답하고 당혹스러웠다. 이뿐만 아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전 소장 등 더불어민주연합의 후보 교체 과정은 민주당이 민주주의 보루 역할을 포기했다는 방증이고, 시민사회는 스스로 ‘반윤석열’이라는 민주대연합의 하위 파트너로 격하한 참담함을 남겼다.
이 모든 퇴행을 집약한 것이 ‘박용진 사태’다. 미성년자 성폭력 가해자의 형량 축소를 자랑한 민변 변호사가, ‘수박’을 응징하기 위해, 지도부와 강성 당원 지지를 업고 불과 이틀 만에 ‘국회의원 배지를 주워’(유시민 작가 표현), 총선 가도에 안착한 과정. 한 지인은 민주당은 ‘설마’를 총선 기조로 정한 것 같다. 설마 하던 일이 모두 사실이 됐다며 허탈해했다.
당 주류는 ‘박용진 사태’를 원내에서 당원 중심 정당으로 가는 혁명을 상징한다고 했다. 경선 결과만 보면 유의미한 해석이다. 평소 20~30%대였던 당원 투표율이 70%를 훌쩍 넘겼다. 아무리 ‘개딸’로 불리는 강성 당원들의 입김이 세다 해도 나머지 당원들이 동조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결과다. 주류 측은 이 대표 중심으로 정권심판에 매진하는 것이 총선 과제인데, 이를 흔들고 거스른 국회의원에 대한 당원들의 심판이 공천 결과라고 강조한다.
과도기든 종말이든 당원 중심 정당의 성패 여부는 일단 총선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성적표에 달려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당원 중심 정당의 본질이다. 1인 보스, 의원 중심 체제에 눌려 있던 당원들에게 의사결정권을 주는 게 당원 중심 정당이다. 그러려면 당원들의 일상적 당무 활동을 보장하고, 토론을 거쳐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는 정당 구조를 갖춰야 한다. 이 구조 속에서 당의 비전을 사유하고 훈련한 당원들이 공직 후보를 뽑는 절차가 공천이고, 그래야 정당도 수권 능력을 증명하고 국민 신뢰를 얻게 된다. 정당 민주주의의 명분을 만드는 주체가 당원이라는 의미다.
지금 민주당은 어떤 경로를 지나고 있나. 당원의 힘을 투표권으로 축소하고, 내부 이견을 배신으로 낙인찍고, 이 대표 비판 세력을 적으로 돌리는 데 이용한 건 아닌가. ‘당원’의 역사적 가치가 실종된 정당을 당원 중심 정당이라 할 수 없다. 또, 이런 정당의 당원은 ‘이재명의 당원’일 뿐 ‘민주당 당원’이라 부를 수 없다. ‘박용진 사태’가 민주당의 혁명이라는 말, 동의하기 어려운 이유다. 아무래도 진짜 혁명이 필요할 때 혁명을 겪지 못한 목격자(송경동, <내일 다시 쓰겠습니다> 중)로 4월의 봄을 맞게 될 것 같다.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 기술 경쟁이 확산하면서 각국 정부가 AI를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일본 정부가 생성형 AI 개발자를 염두에 둔 규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그간 기업의 자율적인 AI 개발을 인정한다는 방침을 유지했으나, AI의 급속한 발전에 따른 허위 정보 유포와 인권 침해 가능성이 커지면서 AI 개발자를 대상으로 하는 구속력 있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조만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AI 전략회의’를 열어 AI 개발자를 대상으로 한 규제 도입 필요성을 설명하고, 6월쯤 마련할 경제재정 운영 지침에 관련 내용을 넣을 방침이다.
앞서 집권 자민당 프로젝트팀은 지난달 AI 규제 초안을 공개한 바 있다. 일본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첨단 AI 기술을 개발한 사업자를 ‘특정 AI 기반 모델 개발자’로 지정하고, 이들 기업을 상대로 규제 의무 준수 상황을 보고하도록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이러한 준수 상황을 보고하지 않으면 정부가 해당 기업을 조사할 수 있도록 하고, 의무 위반 시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형사 처벌을 가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산케이신문은 유럽연합(EU) 등 각국이 AI에 대한 강제력 있는 규제 도입 움직임을 보이면서 일본도 방침을 전환하기로 했다며 인권 배려와 허위 정보 대책을 요구하는 ‘인간 중심’과 ‘안전성’ 등이 AI 규제의 주요 원칙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서 일어난 일을 보도한 게 왜 선거방송 심의 규정에 저촉되는 건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14일 오후 서울 양천구 방송회관 회의실.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위) 10차 회의에 불려나온 유창수 CBS 제작1부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유 부장이 이날 출석한 이유는 지난 1월17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 방송이 선방위 심의에 올랐기 때문인데요. 선방위원들은 해당 방송 내용 중 패널인 진중권 교수가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청부 민원’ 의혹을 비난한 부분이 ‘일방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왜·선(이게 왜 선거방송)’이냐는 유 부장의 의견진술에도 선방위원들은 뚜렷한 답을 내놓지 않고 심의를 이어갔습니다. 선방위는 이날 CBS에 법정 제재를 의결했습니다. 방심위 법정 제재는 방송사 재허가·재승인에서 감점 사유가 됩니다. 선방위원들은 지난 21일 11차 회의에서 구체적인 수위를 ‘관계자 징계’로 확정했습니다. ‘과징금’에 이어 2번째로 강한 제재 수위입니다.
선방위가 정부·여당 비판 보도에만 법정 제재를 지나치게 자주 내리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총선 선방위 의결 내역을 집계해보니, 선방위는 11차 회의까지 총 15건의 법정 제재를 내렸습니다. 임기가 절반가량 지났는데 벌써 역대 총선 선방위 법정 제재 건수 1위를 기록했죠. 특히 역대 2회에 그쳤던 ‘관계자 징계’가 이번 선방위에서는 무려 9회나 쏟아졌습니다.
현재까지 이번 선방위에서 법정 제재를 받은 보도 15건은 모두 정부·여당에 불리한 보도였습니다. 제재도 특정 방송사에 쏠려 있습니다. 15건 중 10건은 MBC에 대한 제재였습니다. YTN과 CBS가 각각 2회, cpbc가 1회를 받았습니다.
이번 선방위의 압도적인 법정 제재 건수가 단순히 ‘민원이 많이 접수됐기 때문’일까요. CBS 유 부장의 말처럼, 선방위가 선거와 관련없는 보도까지 무더기로 법정 제재를 의결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정부·여당에 불리한 보도들이 선거와 관련 없는데도 계속 안건에 올라간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11차 회의에서는 10·29 이태원 참사 관련 뉴스를 다룬 cpbc라디오 <김혜영의 뉴스공감> 1월30일 방송분이 법정 제재인 ‘주의’를 받았습니다. 패널이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만 재판에 넘겨지고 아무도 참사에 대해 책임진 사람이 없다’는 것이 사실과 다르다는 취지의 민원이 제기됐습니다. 김 전 청장 외에도 23명이 기소되고 6명이 구속됐으니 패널의 발언은 사실과 다르다고 민원인은 주장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를 비판한 것도 민원 사유가 됐습니다.
cpbc 측은 의견진술에서 핵심 피고인에게 첫 선고가 내려진 것은 2월14일로, 방송일인 1월30일 시점에 ‘책임진 사람은 없는 상태’라는 게 사실관계 왜곡이라고 볼 수만은 없다고 했습니다. 이어 선거와 무관한 사회적 참사에 대한 국민적인 슬픔을 극복하고자 하는 문제 해결을 위한 내용이었다고 했습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도 선방위가 이 안건을 논의하는 것을 규탄했습니다.
이외에도 김건희 ‘여사’라는 호칭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이 심의에 올라 행정지도를 받았습니다. 윤 대통령의 ‘민생토론회’에 비판적인 발언을 한 MBC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은 법정 제재를 받았고, 정부가 국방백서에서 북한을 ‘주적’이라 언급한 것을 비판한 발언을 내보낸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는 행정지도가 의결됐습니다. 선방위원들의 판단대로라면 김건희 ‘여사’ 호칭과 민생토론회, 북한과의 갈등 등을 다룬 보도는 모두 ‘선거와 관련 있는 보도’인 셈입니다.
선거와 관련 없어 보이는 안건들이 심의에 올라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선 이번 선방위원들은 ‘사실관계가 틀리지만 않으면 모두 안건화하자’는 입장입니다. 선거 관련성 여부는 위원들이 판단하겠다는 겁니다.
선방위원들이 선거 관련성을 판단하는 것이 아주 큰 절차적 하자는 아닙니다. 사무처가 민원의 선거 관련성 여부를 판단하게 되면 공정성 등에서 또 다른 문제가 제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무처도 ‘심의권을 가진 위원들이 양해해 준 경우에 한해서만’ 자체 처리했던 것이죠. 방심위 관계자도 (안건화에 대한) 위원들의 판단이 선방위마다 다르긴 했다고 했습니다.
실제 선방위원들이 선거와 아주 무관한 안건을 심의하지 않은 일도 있었습니다. 지난 2월29일 8차 회의에는 국민의힘 시의원의 성추행 사건을 보도한 MBC <뉴스데스크> 1월16일 방송분이 안건으로 올라갔는데요. 민원인은 이날 뉴스에 함께 나온 ‘경비원 폭행범을 잡았다며 사적제재를 가한 유튜버’ 관련 보도도 묶어서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백 위원장과 여야 추천 위원들 모두 이걸 논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의견을 모았고, 선방위는 해당 보도에 대한 판단은 제외한 채 심의를 이어갔습니다.
다만 문제는 이 같은 기준이 ‘류희림 청부민원 의혹’ ‘이태원 참사’ ‘김건희 여사 호칭’ ‘민생토론회’ 등 보도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정부·여당 관련 보도에 대한 이번 선방위원들의 자의적 판단이 편향적이라고 비판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태원 보도는 선거와 무관한 이슈’라는 cpbc 측 주장에 백 위원장은 이태원 참사 사안에 대해 심의하는 게 아니라, 패널인 김준일 뉴스톱 에디터의 발언이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심의는 프로그램 자체의 편성, 구성, 패널과 사회자의 역할을 지적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MBC의 ‘유튜버 사적제재’ 관련 보고 안건 심의를 건너뛰었을 때와는 결이 달라진 겁니다.
언론현업단체 등은 선방위원들이 무리하게 자의적 심의를 한다고 비판합니다. 이진순 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공동대표는 선거방송과 무관한 시사현안들에 대해서 모두 선거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는데, 그렇게 치면 우리 일상의 이런저런 사회적 사안은 모두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하기 시작하면 선거와 무관한 일은 없다. 자의적 권한 남용이고 월권이며 법적 권한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김준희 언론노조 방심위지부장은 현행 선방위는 선거방송에 해당되지 않는 방송에 대한 심의를 하는 권한남용 심의를 하고 있을 뿐 아니라, 기존 선거방송심의 사례에 비춰 너무나 과도한 제재를 내리는 과잉심의를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언론계에서는 선방위원 구성 자체가 편향됐다는 지적도 이어져 왔습니다. 보수 성향인 종합편성채널·언론단체 등에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심의위원 추천권을 몰아줬다는 비판입니다. 이 대표는 이전까지는 학계·현업단체 등 추천은 전통적으로 대표성이 인정되는 곳에서 받아 왔다며 이번에 한국기자협회 대신 추천한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한국방송기자클럽은 대표성 있는 단체라고 하기 어렵고, 공정언론국민연대는 신생 단체다. 특정한 정치색을 맞추기 위해서 추천 단체를 그렇게 설정했다고 생각이 들 정도라고 했습니다.
선방위의 이 같은 ‘무더기 법정 제재’는 제재를 받은 방송사들에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법정 제재는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심사에서 감점 요인인데요.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심위가 ‘공정성·객관성 위반’이라고 평가한 방송사들의 감점을 올해 더 확대하겠다고 지난 21일 밝혔습니다. 제재 빈도는 늘고, 효과는 더 강력해진 겁니다.
이 대표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헌적 판정들을 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비판적인 기사를 내보낸 방송들이 알아서 기고 몸사리기를 할 수밖에 없도록 하는 제도적인 협박·위협 효과가 있다고 했습니다.
다만 방심위의 제재들이 법원에서 연달이 집행정지 결정을 받고 있는 점은 변수입니다. 지난해 11월 뉴스타파의 ‘윤석열 수사 무마 의혹’을 인용보도한 MBC·KBS·YTN·JTBC 방송사 4곳에 내린 방심위의 과징금 제재는 모두 효력이 정지된 상태입니다.
전문가들은 선방위가 ‘합의제’의 취지에 맞게 더 신중히 심의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제21대 총선 선방위원이었던 정인숙 가천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선방위가 (일방적·자의적으로) 어떤 보도든 공정성과 객관성 위반이라고 판단하려 들면 누구라도 다 걸려들 수 있고, 그렇다고 규정을 엄격하게 두면 작은 물고기까지 다 걸려드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며 그런 부작용을 막고자 합의제 위원회를 구성한 것인데, 해석의 문제에 있어 신중함이 결여된 탓에 과잉규제나 표적심의 논란을 가져오는 것 같아 아쉽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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