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공수처에 “조사 날짜 잡아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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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지훈 작성일24-03-21 03:03 조회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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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주호주대사)이 19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조사 날짜를 잡아달라고 요청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호주에 나가 있는 이 전 장관을 당장 불러 조사하라는 여권 주장에 발을 맞춘 것인데, 공수처는 조사 일정은 수사팀이 결정할 문제라며 선을 그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날 공수처에 ‘조사기일 지정 촉구서’를 냈다고 밝혔다. 총선을 20여일 앞두고 이 전 장관의 대사 임명과 출국 논란이 계속되자 이 전 장관이 직접 공수처에 신속한 조사를 요구한 것이다. 이 전 장관은 지난 17일 KBS 인터뷰에서 공수처가 조사하겠다면 내일이라도 귀국하겠다고 말했다.
여권에선 공수처가 빨리 이 전 장관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7일 공수처는 (이 전 장관을) 즉각 소환하고 이 대사(이 전 장관)는 즉각 귀국해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8일 만약 공수처가 그렇게 급하다면 당장 내일이라도 조사하라고 말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이 전 장관의 대사 임명과 출국이 문제가 아니라 공수처가 수사를 빨리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는 취지다.
그러나 공수처 관계자는 이날 이 전 장관 조사 일정과 관련해 수사팀이 제반 수사 진행 상황을 감안하면서 사건관계인 측과 협의해 결정할 문제라고 했다. 이 전 장관을 신속히 소환해 조사하라는 대통령실과 여당의 주장에 선을 그은 것이다. 법조계 안팎에선 공수처가 압수물 분석, 하급자들 조사를 마무리하지 않은 상황에서 ‘윗선’에 해당하는 이 전 장관을 조사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공수처는 이 전 장관 출국 전 ‘4시간 약식조사’를 한 경위에 관해서도 대사 임명 사실을 알게 된 뒤 이 전 장관 측에 연락해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공수처 관계자는 대통령실이 이 전 장관이 자진 출석했다고 밝힌 데 대해 공수처가 소환장을 발부한 적은 없다며 언론 보도를 통해 대사 임명 사실을 인지했고, 그에 따라 수사담당 부서에서 (이 전 장관에게) 연락을 했다고 말했다.
세상이 조금씩 바뀐 듯 하면서도 아직 덜 바뀐 것 같아요. 안타깝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합니다. ‘병역 거부’와 ‘병역 기피’는 분명히 다른 개념이에요.
1991년 전투경찰로 복무하다가 양심선언을 하고 병역을 거부했던 박석진씨(55)는 15일 경향신문과 통화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긴 운동 과정을 겪으며 양심적 병역 거부가 법적 권리로 인정받았다면서 이번 사태는 우리 사회에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던졌다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연합이 연합정치시민회의(시민사회) 몫 비례대표 후보로 추천된 임태훈 전 군인권센터 소장을 후보 심사 과정에서 ‘병역 기피’ 사유로 컷오프(공천 배제) 하자 양심적 병역거부자들로부터 비판이 터져 나오고 있다.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고 수감 생활을 했거나 대체복무를 마친 당사자들은 인권의 후퇴라고 지적했다.
박씨는 1991년 4월 명지대 1학년생 강경대씨가 학교 앞 시위 도중 경찰의 쇠파이프에 맞아 숨졌던 사건을 계기로 전경 복무를 중단했다. 노태우 정부가 시위 진압을 ‘해산 위주’에서 ‘검거 위주’로 바꾸면서 현장의 진압 방식도 공격적으로 바뀔 때였다. 수배 생활을 이어가던 그는 1993년 7월부터 7개월가량 수감됐다. 박씨는 사면 복권된 이후에도 다시 잔여 복무를 채워야 했다고 했다.
박씨의 임 전 소장 컷오프를 양심적 병역 거부가 권리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의 단면이라고 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이) 그간 양심적 병역 거부를 제도화하는 데 일정 역할을 하고도 ‘자기 부정’에 해당하는 결정을 내렸다면서 임 전 소장은 (병역을 거부하는) 정당한 인스타 한국인 팔로워 사유가 있었고, 수감 생활을 통해 본인의 선택에 대한 대가도 치렀는데 이를 ‘병역 기피’로 규정한 건 굉장히 문제적이라고 말했다.
임 전 소장은 커밍아웃한 성소수자다. 2004년 군형법의 계간조항(동성 간 성행위 처벌 조항)과 동성애를 정신 질환으로 규정하는 징병검사에 저항하며 양심적 병역 거부를 선언했다. 이후 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아 복역했다. 국제앰네스티는 그를 양심수로 선정하고 석방 운동을 벌였다.
비폭력·평화주의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했던 홍정훈씨(34)도 안타깝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고 했다. 홍씨는 2016년 말 병역 거부를 선언하고, 2021년 2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확정받았다. 2018년 헌법재판소가 대체복무제 없는 병역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후였으나 그는 법원에서 ‘진정한 양심’을 인정받지 못했다.
홍씨는 헌재 결정으로 대체복무가 도입된 건 큰 진전이었으나 이후 법 제정 과정에서 징벌적 수준의 대체복무가 만들어지는 등 실망스러운 과정이 이어졌다면서 임 전 소장의 공천 배제도 이같은 흐름의 연장선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는 더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데, 이번을 계기로 다시 과거가 떠오른다면서 병역거부 선언 후 대체복무를 하는 다른 이들의 생각도 난다고 했다.
대통령실이 18일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이종섭 전 국방장관 ‘도피 출국’ 의혹을 재차 반박하고 공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날을 세웠다.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언론인 ‘회칼 테러’ 발언은 확대해석하지 말라고 선을 그었다. 여권은 해병대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은 이 대사 귀국 시기와 방법에 초점을 맞추고, 황 수석 발언은 ‘개인적 일탈’ 차원으로 좁혀 돌파구를 모색하는 모습이다. 수사 외압 의혹, 대통령실 언론관 등 두 사안의 기저에 깔린 문제에는 강경 부인을 이어가 ‘축소 대응’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이날 대변인실 명의의 공지를 통해 이 대사는 공수처의 소환 요청에 언제든 즉각 응할 것이라며 공수처가 조사 준비가 되지 않아 소환도 안 한 상태에서 재외공관장이 국내에 들어와 마냥 대기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이 대사가 귀국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하자 ‘선 소환통보, 후 귀국’ 원칙을 못 박은 것이다. 대통령실은 또 이 대사가 법무부에서만 출국금지 해제 결정을 받은 게 아니라 공수처에서도 출국 허락을 받고 호주로 부임한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이를 두고 공수처가 출국을 허락한 적 없다고 밝히자 즉각 대단히 부적절하다며 재반박했다.
대통령실의 이같은 대응에는 ‘도피 출국’ 의혹이 공수처의 조사 지연과 ‘부적절’한 출국금지(출금) 조치에서 비롯됐다는 인식이 깔렸다. 이 대사의 귀국 시점 역시 공수처의 조사 준비 상황에 달렸다며 공을 공수처로 넘겼다. 공수처를 이번 문제의 진앙지로 지목하면서 정당성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은 또다른 대변인실 명의 공지에서는 특정 현안과 관련해 언론사 관계자를 상대로 어떤 강압 내지 압력도 행사해 본 적이 없고, 하지도 않을 것이라면서 언론의 자유와 언론기관의 책임을 철저하게 존중하는 것이 우리 정부의 국정철학이라고 밝혔다. 황 수석이 일부 기자 오찬에서 MBC를 겨냥해 언론인 피습 사건을 거론한 것을 두고 여야 정치권에서 사퇴 요구가 분출하자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황 수석 개인의 발언을 대통령실 언론관으로 확대해석하지 말라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황 수석은 지난 16일 개인 명의의 사과문을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 고위 참모의 발언에 대해 대통령실 차원의 사과나 유감 표명은 없었다.
여당에서는 이날도 이 대사 귀국과 황 수석 거취 정리를 공개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윤 대통령과 가까운 이용 국민의힘 의원까지 SBS라디오에서 이 대사의 ‘즉각 귀국’과 황 수석의 거취 정리를 주장했다. 이는 대통령실의 이 대사 ‘선 소환, 후 귀국’, 황 수석 거취에 대한 표면적 침묵 분위기와는 차이가 있다.
다만 당·정 엇박자가 확산할 지는 미지수다. 총선을 앞두고 파장을 최소화하고 사안을 조기에 정리해야 한다는 데 양측의 이해관계는 일치한다. 지난 1월 ‘윤·한’(윤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갈등 이후 재차 정면 충돌할 경우 총선에서 ‘내부발 악재’가 될 수 있는 리스크도 공유한다. 한 위원장이 이날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을 돌연 중단한 점도 정면 충돌을 피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많다. 이에 따라 여권이 총선 악재로 떠오른 두 문제를 두고 이 전 장관 귀국과 황 수석 자진사퇴 등으로 본격적인 진화 수순에 들어갈 가능성이 제기된다.
여권이 미묘한 입장차가 집중 조명을 받으며 본질적 쟁점이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야당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 대사 문제는 ‘도피 출국’ 논란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귀국하느냐’ 논란으로 번지면서 사안의 본류인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을 둘러싼 수사 외압 의혹 자체는 부각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대통령실은 특히 이날 공지에서 이 대사에 대한 검증 과정에서 고발 내용을 검토한 결과 문제 될 것이 전혀 없다고 판단했다면서 공수처도 고발 이후 6개월간 소환 요청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간 출국 정당성을 강조하던 데서 수사 외압 사건의 핵심 피의자로 고발된 내용 자체가 ‘문제 될 것 없다’고 한 발 더 나아갔다. 공수처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대통령실이 강경한 부인 입장을 밝히면서 수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논평에서 수사 외압의 진실을 밝히라고 했더니 공수처 수사를 트집 잡고 발목 잡을 궁리만 하는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의 행태가 후안무치하다며 공수처 수사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를 당장 멈추라고 밝혔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종섭 귀국’ 이런 것은 교란이라며 본질은 채 상병의 억울한 죽음과 박정훈 대령이 받고 있는 말도 안되는 처우라고 말했다.
황 수석 발언 논란을 두고도 언론단체 등은 현 정부의 언론관 문제를 지적해 왔다. ‘바이든-날리면’ 논란에 따른 특정 언론사 전용기 탑승 배제 조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징계, 그간 진행된 언론사 압수수색 등에 비춰 일회성 문제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이 전 장관 측은 이날 공수처에 ‘조사기일 지정 촉구서’를 냈다고 밝혔다. 총선을 20여일 앞두고 이 전 장관의 대사 임명과 출국 논란이 계속되자 이 전 장관이 직접 공수처에 신속한 조사를 요구한 것이다. 이 전 장관은 지난 17일 KBS 인터뷰에서 공수처가 조사하겠다면 내일이라도 귀국하겠다고 말했다.
여권에선 공수처가 빨리 이 전 장관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7일 공수처는 (이 전 장관을) 즉각 소환하고 이 대사(이 전 장관)는 즉각 귀국해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8일 만약 공수처가 그렇게 급하다면 당장 내일이라도 조사하라고 말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이 전 장관의 대사 임명과 출국이 문제가 아니라 공수처가 수사를 빨리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는 취지다.
그러나 공수처 관계자는 이날 이 전 장관 조사 일정과 관련해 수사팀이 제반 수사 진행 상황을 감안하면서 사건관계인 측과 협의해 결정할 문제라고 했다. 이 전 장관을 신속히 소환해 조사하라는 대통령실과 여당의 주장에 선을 그은 것이다. 법조계 안팎에선 공수처가 압수물 분석, 하급자들 조사를 마무리하지 않은 상황에서 ‘윗선’에 해당하는 이 전 장관을 조사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공수처는 이 전 장관 출국 전 ‘4시간 약식조사’를 한 경위에 관해서도 대사 임명 사실을 알게 된 뒤 이 전 장관 측에 연락해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공수처 관계자는 대통령실이 이 전 장관이 자진 출석했다고 밝힌 데 대해 공수처가 소환장을 발부한 적은 없다며 언론 보도를 통해 대사 임명 사실을 인지했고, 그에 따라 수사담당 부서에서 (이 전 장관에게) 연락을 했다고 말했다.
세상이 조금씩 바뀐 듯 하면서도 아직 덜 바뀐 것 같아요. 안타깝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합니다. ‘병역 거부’와 ‘병역 기피’는 분명히 다른 개념이에요.
1991년 전투경찰로 복무하다가 양심선언을 하고 병역을 거부했던 박석진씨(55)는 15일 경향신문과 통화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긴 운동 과정을 겪으며 양심적 병역 거부가 법적 권리로 인정받았다면서 이번 사태는 우리 사회에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던졌다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연합이 연합정치시민회의(시민사회) 몫 비례대표 후보로 추천된 임태훈 전 군인권센터 소장을 후보 심사 과정에서 ‘병역 기피’ 사유로 컷오프(공천 배제) 하자 양심적 병역거부자들로부터 비판이 터져 나오고 있다.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고 수감 생활을 했거나 대체복무를 마친 당사자들은 인권의 후퇴라고 지적했다.
박씨는 1991년 4월 명지대 1학년생 강경대씨가 학교 앞 시위 도중 경찰의 쇠파이프에 맞아 숨졌던 사건을 계기로 전경 복무를 중단했다. 노태우 정부가 시위 진압을 ‘해산 위주’에서 ‘검거 위주’로 바꾸면서 현장의 진압 방식도 공격적으로 바뀔 때였다. 수배 생활을 이어가던 그는 1993년 7월부터 7개월가량 수감됐다. 박씨는 사면 복권된 이후에도 다시 잔여 복무를 채워야 했다고 했다.
박씨의 임 전 소장 컷오프를 양심적 병역 거부가 권리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의 단면이라고 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이) 그간 양심적 병역 거부를 제도화하는 데 일정 역할을 하고도 ‘자기 부정’에 해당하는 결정을 내렸다면서 임 전 소장은 (병역을 거부하는) 정당한 인스타 한국인 팔로워 사유가 있었고, 수감 생활을 통해 본인의 선택에 대한 대가도 치렀는데 이를 ‘병역 기피’로 규정한 건 굉장히 문제적이라고 말했다.
임 전 소장은 커밍아웃한 성소수자다. 2004년 군형법의 계간조항(동성 간 성행위 처벌 조항)과 동성애를 정신 질환으로 규정하는 징병검사에 저항하며 양심적 병역 거부를 선언했다. 이후 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아 복역했다. 국제앰네스티는 그를 양심수로 선정하고 석방 운동을 벌였다.
비폭력·평화주의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했던 홍정훈씨(34)도 안타깝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고 했다. 홍씨는 2016년 말 병역 거부를 선언하고, 2021년 2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확정받았다. 2018년 헌법재판소가 대체복무제 없는 병역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후였으나 그는 법원에서 ‘진정한 양심’을 인정받지 못했다.
홍씨는 헌재 결정으로 대체복무가 도입된 건 큰 진전이었으나 이후 법 제정 과정에서 징벌적 수준의 대체복무가 만들어지는 등 실망스러운 과정이 이어졌다면서 임 전 소장의 공천 배제도 이같은 흐름의 연장선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는 더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데, 이번을 계기로 다시 과거가 떠오른다면서 병역거부 선언 후 대체복무를 하는 다른 이들의 생각도 난다고 했다.
대통령실이 18일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이종섭 전 국방장관 ‘도피 출국’ 의혹을 재차 반박하고 공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날을 세웠다.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언론인 ‘회칼 테러’ 발언은 확대해석하지 말라고 선을 그었다. 여권은 해병대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은 이 대사 귀국 시기와 방법에 초점을 맞추고, 황 수석 발언은 ‘개인적 일탈’ 차원으로 좁혀 돌파구를 모색하는 모습이다. 수사 외압 의혹, 대통령실 언론관 등 두 사안의 기저에 깔린 문제에는 강경 부인을 이어가 ‘축소 대응’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이날 대변인실 명의의 공지를 통해 이 대사는 공수처의 소환 요청에 언제든 즉각 응할 것이라며 공수처가 조사 준비가 되지 않아 소환도 안 한 상태에서 재외공관장이 국내에 들어와 마냥 대기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이 대사가 귀국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하자 ‘선 소환통보, 후 귀국’ 원칙을 못 박은 것이다. 대통령실은 또 이 대사가 법무부에서만 출국금지 해제 결정을 받은 게 아니라 공수처에서도 출국 허락을 받고 호주로 부임한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이를 두고 공수처가 출국을 허락한 적 없다고 밝히자 즉각 대단히 부적절하다며 재반박했다.
대통령실의 이같은 대응에는 ‘도피 출국’ 의혹이 공수처의 조사 지연과 ‘부적절’한 출국금지(출금) 조치에서 비롯됐다는 인식이 깔렸다. 이 대사의 귀국 시점 역시 공수처의 조사 준비 상황에 달렸다며 공을 공수처로 넘겼다. 공수처를 이번 문제의 진앙지로 지목하면서 정당성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은 또다른 대변인실 명의 공지에서는 특정 현안과 관련해 언론사 관계자를 상대로 어떤 강압 내지 압력도 행사해 본 적이 없고, 하지도 않을 것이라면서 언론의 자유와 언론기관의 책임을 철저하게 존중하는 것이 우리 정부의 국정철학이라고 밝혔다. 황 수석이 일부 기자 오찬에서 MBC를 겨냥해 언론인 피습 사건을 거론한 것을 두고 여야 정치권에서 사퇴 요구가 분출하자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황 수석 개인의 발언을 대통령실 언론관으로 확대해석하지 말라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황 수석은 지난 16일 개인 명의의 사과문을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 고위 참모의 발언에 대해 대통령실 차원의 사과나 유감 표명은 없었다.
여당에서는 이날도 이 대사 귀국과 황 수석 거취 정리를 공개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윤 대통령과 가까운 이용 국민의힘 의원까지 SBS라디오에서 이 대사의 ‘즉각 귀국’과 황 수석의 거취 정리를 주장했다. 이는 대통령실의 이 대사 ‘선 소환, 후 귀국’, 황 수석 거취에 대한 표면적 침묵 분위기와는 차이가 있다.
다만 당·정 엇박자가 확산할 지는 미지수다. 총선을 앞두고 파장을 최소화하고 사안을 조기에 정리해야 한다는 데 양측의 이해관계는 일치한다. 지난 1월 ‘윤·한’(윤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갈등 이후 재차 정면 충돌할 경우 총선에서 ‘내부발 악재’가 될 수 있는 리스크도 공유한다. 한 위원장이 이날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을 돌연 중단한 점도 정면 충돌을 피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많다. 이에 따라 여권이 총선 악재로 떠오른 두 문제를 두고 이 전 장관 귀국과 황 수석 자진사퇴 등으로 본격적인 진화 수순에 들어갈 가능성이 제기된다.
여권이 미묘한 입장차가 집중 조명을 받으며 본질적 쟁점이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야당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 대사 문제는 ‘도피 출국’ 논란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귀국하느냐’ 논란으로 번지면서 사안의 본류인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을 둘러싼 수사 외압 의혹 자체는 부각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대통령실은 특히 이날 공지에서 이 대사에 대한 검증 과정에서 고발 내용을 검토한 결과 문제 될 것이 전혀 없다고 판단했다면서 공수처도 고발 이후 6개월간 소환 요청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간 출국 정당성을 강조하던 데서 수사 외압 사건의 핵심 피의자로 고발된 내용 자체가 ‘문제 될 것 없다’고 한 발 더 나아갔다. 공수처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대통령실이 강경한 부인 입장을 밝히면서 수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논평에서 수사 외압의 진실을 밝히라고 했더니 공수처 수사를 트집 잡고 발목 잡을 궁리만 하는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의 행태가 후안무치하다며 공수처 수사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를 당장 멈추라고 밝혔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종섭 귀국’ 이런 것은 교란이라며 본질은 채 상병의 억울한 죽음과 박정훈 대령이 받고 있는 말도 안되는 처우라고 말했다.
황 수석 발언 논란을 두고도 언론단체 등은 현 정부의 언론관 문제를 지적해 왔다. ‘바이든-날리면’ 논란에 따른 특정 언론사 전용기 탑승 배제 조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징계, 그간 진행된 언론사 압수수색 등에 비춰 일회성 문제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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