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 ‘에코델타동’ 추진에…부산시 ‘당혹’ 한글단체 ‘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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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지훈 작성일24-03-11 02:43 조회17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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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강서구가 전국 처음으로 동(洞) 이름을 외국어로 짓기로 하자 한글단체가 오는 8일 대규모 시위를 예고했다. 강서구는 명칭 승인을 행정안전부에 건의해 달라며 부산시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상태다. 2년 전 ‘영어상용도시’ 정책을 내놓았다가 한글단체의 뭇매를 맞은 전력이 있는 부산시는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6일 부산시에 따르면 새로운 법정동 신설이 추진되는 곳은 강서구 대저2동·강동동·명지동 일대 11.77㎢(356만평)에 조성 중인 친환경도시 ‘에코델타시티’다. 부산시와 수자원공사, 부산도시공사가 2028년까지 6조원을 투입해 3만8000가구, 7만6000명이 거주할 주거·상업시설을 짓고 있다.
공사가 진행되면서 새로운 행정구역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강서구는 지난해 10~11월 주민 3719명을 상대로 의견을 물었다. 법정동 신설엔 96%가 찬성했다. 명칭 선호도 조사에선 후보군 20개 가운데 에코델타동(48%)이 1위였고 가람동(16%), 삼성동(9%) 순이었다. 주민들은 친환경적(에코)이라는 느낌과 낙동강 하류 삼각주(델타)를 잘 반영한 이름이라고 평가했다.
강서구는 지난해 12월 지명위원회를 열고 외국어를 금지하는 규정이 없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새로운 동명으로 ‘에코델타동’을 선정했다. 그러나 강서구의회는 지난 1월 법정동 신설엔 찬성하지만 외국어 명칭은 지양한다는 의견을 냈다. 구의회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서구는 2월27일 에코델타동의 법정동 설치를 위한 기본계획서와 주민의견 등을 담은 실태조사서를 부산시에 제출하고 행안부에 승인을 건의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한글단체 등은 반발하고 있다. 한글문화연대·한글학회 등 단체 75곳은 반대 성명서를, 동아대 국어문화원은 우리말 명칭 선정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냈다. 이들은 지자체가 앞장서서 외국어 남용을 부추기고 있다며 지난 3일 에코델타동취소운동본부를 결성, 오는 8일 부산시청 앞에서 대규모 반대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부산시는 강서구 요청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2022년 ‘영어상용도시 부산’ 정책을 내놓았다가 전국적으로 거센 비판을 받은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아파트 명칭에 외국어 사용을 자제해달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작·배포한 서울시 등 다른 지자체와도 상반된다.
부산시는 절차적 타당성을 살피는 동시에 여론 동향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부산시가 ‘영어상용도시’ 정책을 ‘영어하기 편한 도시’로 바꿔 추진하는 상황에서 ‘에코델타동’이 악재가 될 우려가 있다면서도 지역에 미치는 영향, 절차 등을 검토한 뒤 이달 중 행안부에 건의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말했다.
동 신설은 행안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지방자치법을 보면 구·군의 실태조사·기본계획 수립 후 광역자치단체가 타당성을 검토해 행안부에 승인을 건의하고, 승인이 이뤄지면 구·군 조례를 제정하는 순으로 진행된다. 외국어 금지 규정은 없다. 행안부 관계자는 해당 지자체가 공식 건의하면 동 이름에 외국어가 들어가는 게 적절한지 등을 여러모로 검토해 승인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간 경향] 우연과 우연이 겹쳤다. 그 사이에서 결정을 내린 건 이동환 목사(43) 자신이었다. 하나님 앞에서 나아갈 방향을 구하며 걸어온 길이다. 그래서 후회하지 않는다고 그는 말했다.
지난 3월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리회관 회의실. 피고인(이 목사)의 상소를 기각한다. 감리회 총회 재판위원회가 선고를 내렸다. 이 목사의 출교가 확정됐다. 감리회법인 ‘교리와 장정’의 동성애 찬성·동조 금지 조항을 어겼다는 게 주된 이유다. 마음이 좋지 않았죠. 결국 이렇게 됐구나. 이 목사는 착잡한 마음에 고개를 숙였다. 재판위원회는 유죄 판단의 이유를 읽어 내려갔다. 퀴어문화축제에 참석해 꽃잎을 뿌리며 성소수자를 축복하는 축복식을 집례한 점,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대형 무지개 깃발을 흔드는 퍼포먼스를 한 점…. 그간 자신의 행적이 정리된 내용을 들을수록 이 목사는 의아했다. ‘성소수자 환대가 잘못인가.’ 그는 다시 떳떳하게 고개를 들었다. 퇴출이라는 결과만 놓고 보면 실패라고 볼 수 있겠다. 그러나 그 과정은 의미가 컸다. 앞으로 꽃을 피우는 밑거름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 목사는 이날 선고 직후 ‘복직 투쟁’을 예고했다. 이 단어가 낯설지 않다. 그는 2013년 재능교육 학습지 해고노동자들의 농성장을 시작으로 여러 복직 투쟁 현장에서 기도를 집례했다. 다른 개신교인들과 함께 ‘개신교대책위원회’를 꾸려 활동했다. 특히 2018년 12월 25일 성탄절에는 서울 양천구 목동 열병합발전소 굴뚝에도 올랐다. 75m 위에서 정리해고를 당한 파인텍 노동자 2명이 농성 중이었다.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가장 낮은 이들’을 위해 이 목사는 기도했다. 이제 이 목사 스스로 복직 투쟁의 주체가 됐다. 그의 곁에는 ‘이동환 목사 대책위원회’가 함께하고 있다.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게 각서 포기
이 목사는 모태신앙으로 어릴 때부터 부모님을 따라 교회에 다녔다. 교회 안에서 배웠던 대로 동성애를 ‘뭔가 무섭고 잘못된 존재’로 여겼다. 신학대를 졸업하고 2014년 작은 교회의 목사로 부임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 교인이 커밍아웃했다. 등줄기에 땀이 흐를 정도로 당황했다. 그러나 교인에게 ‘동성애는 죄입니다’라고 정색하고 말할 순 없었다. 교인은 ‘무섭고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이상한’ 존재가 아니었다. 이 사회가 쉽게 대상화하며 뭉뚱그려 지칭하는 성소수자가 아니라 교회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평범한 이웃이었다. 이후 성경과 교회 내 각종 논의, 해외사례, 심리학·의학 등을 공부하면서 성소수자를 향한 자신의 기존 시각이 얼마나 편협했는지 깨달았다.
그의 앞길을 바꾼 결정적인 계기는 2019년 8월 31일 개최된 인천 퀴어문화축제였다. 행사 며칠 전 주최 측은 축복식을 진행할 목회자 1명이 급히 필요하다며 이 목사의 아내에게 연락했다. 기독교 내 페미니즘 운동 활동가인 아내는 이 목사에게 참가를 제안했다. 이 목사는 잠시 고민도 했다. 감리회법에 동성애 찬성·동조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면 처벌하는 조항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나 축복식 집례가 교회법에 저촉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목회자가 축복기도를 올리는 건 일상적인 일이다. 특히 행사 참가자들은 누구보다 축복이 필요한 이들이었다. 요청을 떨치는 게 외려 목회자의 본분을 저버리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이 목사는 축제에 참석해 기도하면서 꽃잎을 뿌렸다. ‘낮은 곳’으로 임했던 예수의 삶을 따르기 위해 해고노동자들과 함께했던 것처럼.
그러자 교단 내 반동성애 진영에서 문제를 제기했다. 재판 회부 여부를 심사하는 첫 단계인 경기연회 자격심사위원회가 이 목사를 소환했다. 이들은 동성애는 죄냐, 아니냐 등을 따져 물었다. 자격심사위는 이 목사에게 각서도 제안했다. ‘동성애는 죄다, 다시는 이런 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에 서약하면 이번 일은 문제 삼지 않고 넘어가겠다는 것이다. 이 목사는 각서를 앞에 두고 이걸 쓰지 않으면 재판을 받게 될 텐데 어떻겠냐고 아내에게 물었다.
아내는 대답했다. 어차피 미래에는 교회법에서 성소수자 차별 조항이 사라질 거고, 그렇게 세상이 변할 것이기 때문에 역사 앞에 부끄럽게 남지 말자. 힘을 얻은 이 목사는 ‘각서를 대신하여’라는 글을 자격심사위에 제출했다. 내 행동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각서는 내 신앙과 양심에 배치된다는 취지였다. 각서 포기는 이 목사가 교회 내 성소수자 차별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한 ‘운동’에 발을 딛게 된 변곡점이 됐다.
■거대한 적대감
교단은 2020년 6월 이 목사를 교회법정에 세웠다. 감리회 재판은 2심제다. 1심에 해당하는 경기연회 재판위원회는 정직 2년을 선고했다. 2심 법원인 총회 재판위원회도 2022년 10월 징계를 확정했다. 재판은 규정보다 긴 2년 이상 진행됐다. 또 재판을 공개해야 한다는 원칙은 지켜지지 않을 때가 많았고, 이 목사를 심사(기소)했던 사람이 재판위원장을 맡는 등 절차적 문제로 줄곧 논란이 됐다.
이 목사는 재판을 받는 도중에도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다시 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해 축복식을 집례했고, 무지개 깃발을 흔들었다. ‘Q&A(큐앤에이)’라는 단체도 설립했다. 정기적으로 성소수자들과 함께 기도를 올리는 등 이들의 인권을 옹호하는 곳이다.
재판에서 정직 2년이 확정되고 5개월 뒤인 2023년 3월 감리회 목사와 장로 등이 이 목사를 고발했다. 그는 다시 재판을 받게 됐다. 이번에도 동성애 찬성·동조가 이유였다. 여기에 더해 언론 인터뷰 등에서 교회를 비판한 발언 때문에 ‘교회를 모함 및 악선전’ 혐의가 추가됐다. 기소 과정에서 하자가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공소기각 결정이 나기도 했지만 재차 기소됐다. 2023년 12월 1심은 출교를 선고했고, 지난 3월 4일 2심은 이를 확정했다. 이 목사의 감리회 목사직은 물론 교인 자격까지 박탈됐다.
4년 반이 넘는 기간 동안 심신이 많이 상했다. 재판보다 더 괴로웠던 건 사방에서 날아오는 적개심 가득한 ‘화살’이었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전화 통화와 문자메시지로 욕을 해댔다. 새벽에 전화를 걸어 ‘방언기도(신자와 하나님 사이의 특별한 언어를 통한 기도)’를 하고 끊기도 했다. 대인기피증과 공황장애가 왔다. 지하철에서 졸도한 적도 있고, 지금도 대중교통을 타지 못한다.
그러면서 깨달은 바도 있다. 자신도 이런데, 성소수자인 당사자들은 얼마나 힘들까. 소외와 차별로 인한 고통을 가늠하기 어려웠다. 재판 결과보다 속상한 건 재판 과정에서 성소수자가 그저 하나의 부류로 묶여 부정적으로 호명됐다는 점이다. 큐앤에이 활동을 하면서 만났던 성소수자 개개인은 모두 고유한 존재였는데, 재판에서는 그저 ‘그들’로 불렸다. 사회에서 소외당하는 이들이 사랑과 자비를 말하는 종교 안에서조차 죄인 취급 당하는 게 슬펐다. 재판 전략상 ‘축복식 집례는 동성애 찬성·동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부분도 마음에 짐이었다. ‘동성애는 죄’라는 인식이 있는 것처럼 주변에 비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법원이 개입해야
이 목사는 향후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고민 중이다. 목사직을 회복할 수 있는 수단은 사회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게 유일해 보인다. 감리회 목사직에 미련은 없다. 그러나 복직 투쟁을 통해 이번 판결과 교회법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무감도 느낀다. 이대로 두면 교단 내에서 성소수자 환대가 위축되는 분위기가 짙어질 수 있다.
앞서 이 목사는 2023년 2월 정직 2년 처분에 대한 징계 무효 확인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이번 출교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하면, 두 사건이 병합될 수도 있다. 징계 수위만 다를 뿐 쟁점은 유사하다.
이 목사는 진행 중인 소송에서 동성애 찬성·동조를 금지하는 교회법 조항은 헌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양심·표현·종교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또 교회재판 과정에서 절차적 문제가 발생했던 점도 피력한다. 이에 따라 징계가 취소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무엇보다 기본적인 인권을 심대하게 침해한 사건인 만큼 법원이 심사해 달라고 요청한다. 반대로 감리회 측은 종교단체 내부의 징계 결의이기 때문에 법원이 개입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맞선다. 종교단체 내부 사안은 원칙적으로 심사를 자제하되,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예외적으로 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게 대법원의 기존 태도다.
이 목사 측은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서도 법원에 냈다. 인권법 전문가인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감리교신학대학교에서 30년 동안 신학·종교철학을 강의한 이정배 교수 등이다. 내용은 종교 집단 내부의 문제라고 해도 사회질서를 위반하고 사회적 해악을 끼친다는 점이 명백하거나, 개인의 권리가 구체적으로 침해되거나, 중대한 절차 위반이 있다면 불가피하게 법의 개입이 필요하다, 법원의 적극적 개입과 판단이 없다면 향후 성소수자들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종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용인될 수 있고, 이는 다시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등이다. 다음 변론기일은 오는 4월 3일이다.
6일 부산시에 따르면 새로운 법정동 신설이 추진되는 곳은 강서구 대저2동·강동동·명지동 일대 11.77㎢(356만평)에 조성 중인 친환경도시 ‘에코델타시티’다. 부산시와 수자원공사, 부산도시공사가 2028년까지 6조원을 투입해 3만8000가구, 7만6000명이 거주할 주거·상업시설을 짓고 있다.
공사가 진행되면서 새로운 행정구역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강서구는 지난해 10~11월 주민 3719명을 상대로 의견을 물었다. 법정동 신설엔 96%가 찬성했다. 명칭 선호도 조사에선 후보군 20개 가운데 에코델타동(48%)이 1위였고 가람동(16%), 삼성동(9%) 순이었다. 주민들은 친환경적(에코)이라는 느낌과 낙동강 하류 삼각주(델타)를 잘 반영한 이름이라고 평가했다.
강서구는 지난해 12월 지명위원회를 열고 외국어를 금지하는 규정이 없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새로운 동명으로 ‘에코델타동’을 선정했다. 그러나 강서구의회는 지난 1월 법정동 신설엔 찬성하지만 외국어 명칭은 지양한다는 의견을 냈다. 구의회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서구는 2월27일 에코델타동의 법정동 설치를 위한 기본계획서와 주민의견 등을 담은 실태조사서를 부산시에 제출하고 행안부에 승인을 건의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한글단체 등은 반발하고 있다. 한글문화연대·한글학회 등 단체 75곳은 반대 성명서를, 동아대 국어문화원은 우리말 명칭 선정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냈다. 이들은 지자체가 앞장서서 외국어 남용을 부추기고 있다며 지난 3일 에코델타동취소운동본부를 결성, 오는 8일 부산시청 앞에서 대규모 반대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부산시는 강서구 요청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2022년 ‘영어상용도시 부산’ 정책을 내놓았다가 전국적으로 거센 비판을 받은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아파트 명칭에 외국어 사용을 자제해달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작·배포한 서울시 등 다른 지자체와도 상반된다.
부산시는 절차적 타당성을 살피는 동시에 여론 동향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부산시가 ‘영어상용도시’ 정책을 ‘영어하기 편한 도시’로 바꿔 추진하는 상황에서 ‘에코델타동’이 악재가 될 우려가 있다면서도 지역에 미치는 영향, 절차 등을 검토한 뒤 이달 중 행안부에 건의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말했다.
동 신설은 행안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지방자치법을 보면 구·군의 실태조사·기본계획 수립 후 광역자치단체가 타당성을 검토해 행안부에 승인을 건의하고, 승인이 이뤄지면 구·군 조례를 제정하는 순으로 진행된다. 외국어 금지 규정은 없다. 행안부 관계자는 해당 지자체가 공식 건의하면 동 이름에 외국어가 들어가는 게 적절한지 등을 여러모로 검토해 승인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간 경향] 우연과 우연이 겹쳤다. 그 사이에서 결정을 내린 건 이동환 목사(43) 자신이었다. 하나님 앞에서 나아갈 방향을 구하며 걸어온 길이다. 그래서 후회하지 않는다고 그는 말했다.
지난 3월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리회관 회의실. 피고인(이 목사)의 상소를 기각한다. 감리회 총회 재판위원회가 선고를 내렸다. 이 목사의 출교가 확정됐다. 감리회법인 ‘교리와 장정’의 동성애 찬성·동조 금지 조항을 어겼다는 게 주된 이유다. 마음이 좋지 않았죠. 결국 이렇게 됐구나. 이 목사는 착잡한 마음에 고개를 숙였다. 재판위원회는 유죄 판단의 이유를 읽어 내려갔다. 퀴어문화축제에 참석해 꽃잎을 뿌리며 성소수자를 축복하는 축복식을 집례한 점,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대형 무지개 깃발을 흔드는 퍼포먼스를 한 점…. 그간 자신의 행적이 정리된 내용을 들을수록 이 목사는 의아했다. ‘성소수자 환대가 잘못인가.’ 그는 다시 떳떳하게 고개를 들었다. 퇴출이라는 결과만 놓고 보면 실패라고 볼 수 있겠다. 그러나 그 과정은 의미가 컸다. 앞으로 꽃을 피우는 밑거름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 목사는 이날 선고 직후 ‘복직 투쟁’을 예고했다. 이 단어가 낯설지 않다. 그는 2013년 재능교육 학습지 해고노동자들의 농성장을 시작으로 여러 복직 투쟁 현장에서 기도를 집례했다. 다른 개신교인들과 함께 ‘개신교대책위원회’를 꾸려 활동했다. 특히 2018년 12월 25일 성탄절에는 서울 양천구 목동 열병합발전소 굴뚝에도 올랐다. 75m 위에서 정리해고를 당한 파인텍 노동자 2명이 농성 중이었다.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가장 낮은 이들’을 위해 이 목사는 기도했다. 이제 이 목사 스스로 복직 투쟁의 주체가 됐다. 그의 곁에는 ‘이동환 목사 대책위원회’가 함께하고 있다.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게 각서 포기
이 목사는 모태신앙으로 어릴 때부터 부모님을 따라 교회에 다녔다. 교회 안에서 배웠던 대로 동성애를 ‘뭔가 무섭고 잘못된 존재’로 여겼다. 신학대를 졸업하고 2014년 작은 교회의 목사로 부임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 교인이 커밍아웃했다. 등줄기에 땀이 흐를 정도로 당황했다. 그러나 교인에게 ‘동성애는 죄입니다’라고 정색하고 말할 순 없었다. 교인은 ‘무섭고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이상한’ 존재가 아니었다. 이 사회가 쉽게 대상화하며 뭉뚱그려 지칭하는 성소수자가 아니라 교회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평범한 이웃이었다. 이후 성경과 교회 내 각종 논의, 해외사례, 심리학·의학 등을 공부하면서 성소수자를 향한 자신의 기존 시각이 얼마나 편협했는지 깨달았다.
그의 앞길을 바꾼 결정적인 계기는 2019년 8월 31일 개최된 인천 퀴어문화축제였다. 행사 며칠 전 주최 측은 축복식을 진행할 목회자 1명이 급히 필요하다며 이 목사의 아내에게 연락했다. 기독교 내 페미니즘 운동 활동가인 아내는 이 목사에게 참가를 제안했다. 이 목사는 잠시 고민도 했다. 감리회법에 동성애 찬성·동조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면 처벌하는 조항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나 축복식 집례가 교회법에 저촉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목회자가 축복기도를 올리는 건 일상적인 일이다. 특히 행사 참가자들은 누구보다 축복이 필요한 이들이었다. 요청을 떨치는 게 외려 목회자의 본분을 저버리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이 목사는 축제에 참석해 기도하면서 꽃잎을 뿌렸다. ‘낮은 곳’으로 임했던 예수의 삶을 따르기 위해 해고노동자들과 함께했던 것처럼.
그러자 교단 내 반동성애 진영에서 문제를 제기했다. 재판 회부 여부를 심사하는 첫 단계인 경기연회 자격심사위원회가 이 목사를 소환했다. 이들은 동성애는 죄냐, 아니냐 등을 따져 물었다. 자격심사위는 이 목사에게 각서도 제안했다. ‘동성애는 죄다, 다시는 이런 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에 서약하면 이번 일은 문제 삼지 않고 넘어가겠다는 것이다. 이 목사는 각서를 앞에 두고 이걸 쓰지 않으면 재판을 받게 될 텐데 어떻겠냐고 아내에게 물었다.
아내는 대답했다. 어차피 미래에는 교회법에서 성소수자 차별 조항이 사라질 거고, 그렇게 세상이 변할 것이기 때문에 역사 앞에 부끄럽게 남지 말자. 힘을 얻은 이 목사는 ‘각서를 대신하여’라는 글을 자격심사위에 제출했다. 내 행동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각서는 내 신앙과 양심에 배치된다는 취지였다. 각서 포기는 이 목사가 교회 내 성소수자 차별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한 ‘운동’에 발을 딛게 된 변곡점이 됐다.
■거대한 적대감
교단은 2020년 6월 이 목사를 교회법정에 세웠다. 감리회 재판은 2심제다. 1심에 해당하는 경기연회 재판위원회는 정직 2년을 선고했다. 2심 법원인 총회 재판위원회도 2022년 10월 징계를 확정했다. 재판은 규정보다 긴 2년 이상 진행됐다. 또 재판을 공개해야 한다는 원칙은 지켜지지 않을 때가 많았고, 이 목사를 심사(기소)했던 사람이 재판위원장을 맡는 등 절차적 문제로 줄곧 논란이 됐다.
이 목사는 재판을 받는 도중에도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다시 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해 축복식을 집례했고, 무지개 깃발을 흔들었다. ‘Q&A(큐앤에이)’라는 단체도 설립했다. 정기적으로 성소수자들과 함께 기도를 올리는 등 이들의 인권을 옹호하는 곳이다.
재판에서 정직 2년이 확정되고 5개월 뒤인 2023년 3월 감리회 목사와 장로 등이 이 목사를 고발했다. 그는 다시 재판을 받게 됐다. 이번에도 동성애 찬성·동조가 이유였다. 여기에 더해 언론 인터뷰 등에서 교회를 비판한 발언 때문에 ‘교회를 모함 및 악선전’ 혐의가 추가됐다. 기소 과정에서 하자가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공소기각 결정이 나기도 했지만 재차 기소됐다. 2023년 12월 1심은 출교를 선고했고, 지난 3월 4일 2심은 이를 확정했다. 이 목사의 감리회 목사직은 물론 교인 자격까지 박탈됐다.
4년 반이 넘는 기간 동안 심신이 많이 상했다. 재판보다 더 괴로웠던 건 사방에서 날아오는 적개심 가득한 ‘화살’이었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전화 통화와 문자메시지로 욕을 해댔다. 새벽에 전화를 걸어 ‘방언기도(신자와 하나님 사이의 특별한 언어를 통한 기도)’를 하고 끊기도 했다. 대인기피증과 공황장애가 왔다. 지하철에서 졸도한 적도 있고, 지금도 대중교통을 타지 못한다.
그러면서 깨달은 바도 있다. 자신도 이런데, 성소수자인 당사자들은 얼마나 힘들까. 소외와 차별로 인한 고통을 가늠하기 어려웠다. 재판 결과보다 속상한 건 재판 과정에서 성소수자가 그저 하나의 부류로 묶여 부정적으로 호명됐다는 점이다. 큐앤에이 활동을 하면서 만났던 성소수자 개개인은 모두 고유한 존재였는데, 재판에서는 그저 ‘그들’로 불렸다. 사회에서 소외당하는 이들이 사랑과 자비를 말하는 종교 안에서조차 죄인 취급 당하는 게 슬펐다. 재판 전략상 ‘축복식 집례는 동성애 찬성·동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부분도 마음에 짐이었다. ‘동성애는 죄’라는 인식이 있는 것처럼 주변에 비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법원이 개입해야
이 목사는 향후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고민 중이다. 목사직을 회복할 수 있는 수단은 사회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게 유일해 보인다. 감리회 목사직에 미련은 없다. 그러나 복직 투쟁을 통해 이번 판결과 교회법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무감도 느낀다. 이대로 두면 교단 내에서 성소수자 환대가 위축되는 분위기가 짙어질 수 있다.
앞서 이 목사는 2023년 2월 정직 2년 처분에 대한 징계 무효 확인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이번 출교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하면, 두 사건이 병합될 수도 있다. 징계 수위만 다를 뿐 쟁점은 유사하다.
이 목사는 진행 중인 소송에서 동성애 찬성·동조를 금지하는 교회법 조항은 헌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양심·표현·종교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또 교회재판 과정에서 절차적 문제가 발생했던 점도 피력한다. 이에 따라 징계가 취소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무엇보다 기본적인 인권을 심대하게 침해한 사건인 만큼 법원이 심사해 달라고 요청한다. 반대로 감리회 측은 종교단체 내부의 징계 결의이기 때문에 법원이 개입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맞선다. 종교단체 내부 사안은 원칙적으로 심사를 자제하되,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예외적으로 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게 대법원의 기존 태도다.
이 목사 측은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서도 법원에 냈다. 인권법 전문가인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감리교신학대학교에서 30년 동안 신학·종교철학을 강의한 이정배 교수 등이다. 내용은 종교 집단 내부의 문제라고 해도 사회질서를 위반하고 사회적 해악을 끼친다는 점이 명백하거나, 개인의 권리가 구체적으로 침해되거나, 중대한 절차 위반이 있다면 불가피하게 법의 개입이 필요하다, 법원의 적극적 개입과 판단이 없다면 향후 성소수자들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종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용인될 수 있고, 이는 다시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등이다. 다음 변론기일은 오는 4월 3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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