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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라고 모욕 안 당하는 사회를”···주거 사각지대 청년들이 바라는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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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지훈 작성일24-03-06 20:22 조회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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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겨울, 7년 차 직장인 박혜빈씨는 직장 생활로 모은 돈과 대출받은 돈을 합쳐 대전에 전셋집을 마련했다. 월세살이를 반복해오던 박씨가 부모에게 손 벌리지 않고 자력으로 마련한 첫 공간이었다. ‘이제는 돈을 조금씩 모아갈 수 있겠다’는 희망에 부풀었다.
그런 박씨의 희망은 물거품이 됐다. 전세로 옮긴 지 채 2년이 되지 않은 지난해 10월, 살고 있는 집이 임대인과 공인중개사가 짜고 대규모 전세사기를 벌인 집이라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이후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을 받긴 했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박씨는 정부는 피해 임차인에게 대출만 제안하고, 정치권은 여야 남 탓만 하면서 전세사기를 이슈로 소비하고 있다라면서 총선에서 미봉책이 아닌 근본적인 대안을 제시해달라고 했다.
민달팽이유니온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1대 총선을 준비하는 각 당에 청년 세대를 위한 세입자 중심의 주거 안정 정책을 수립해 달라고 촉구했다. 민달팽이유니온은 2021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서울 지역 10평 이하·보증금 5000만원 이하 주택의 월세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2020년 이후 신축한 월셋집은 2년 사이 월세가 30.4%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대학가에 있는 6평 월셋집은 대학가가 아닌 곳보다 월세가 약 5만원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국회에서는 앞다퉈 ‘실거주 의무 유예’와 ‘1기 신도시 특별법’ 등 부동산 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다라며 세입자도 동네와 도시를 구성하고 있지만, 집 소유권을 가진 이들의 권한만 대변된다라고 했다.
사회초년생 박혜연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친절한 집주인과 좋은 집이라는 말만 듣고 계약했다. 이후 벽지 한구석을 뜯어보니 여러 겹의 벽지가 나왔다라면서 집주인에게 알렸더니 ‘원래 그런 것이다. 벽지를 뜯어보지 않으면 되지 않냐’는 식의 답만 들었다고 했다. 박씨는 벽지 뒤에 곰팡이가 피고, 하수구에서 냄새가 역류할 때마다 ‘다음 집은 괜찮기를, 내가 좀 더 똑똑해져서 속지 말아야지’라고 되뇐다고 했다.
성공회대 재학생 최보근씨는 대학생들은 기숙사비가 올라도, 통금이나 벌점 등 인권침해를 당해도 ‘전세사기는 없으니까’라며 기숙사 입사 신청을 한다라고 했다. 최씨는 6개월마다 다시 입사 신청을 하고 탈락하지 않을까 봐 마음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졸여야 한다. 내 이름으로 된 집이 없더라도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이들은 전세사기 예방을 위해 보증금 상한을 주택가격 70% 이하로 규제하고, 갭 투기 근절을 위해 보증금에 대해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적용하는 등의 규제 대책이 필요하다고 정치권에 요구했다. 또 현행 최저 주거기준은 가구원 수당 바닥면적과 부엌 등 필수시설만 제시하고 있을 뿐이라며 위생·환경·안전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임대주택 품질 기준을 마련하고, 삭감된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대폭 확대할 것을 촉구했다.
재미있게 놀 생각에 신나요. 미니어처 만들기 수업도 많이 듣고 싶어요.
4일 오전 서울 양천구 갈산초등학교 입학식에서 한수아양(7)이 종이 꽃다발을 흔들며 말했다. 어머니 김소영씨(41)는 무엇보다 친구들과 재미있게 잘 놀고 급식도 맛있게 먹었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아침부터 입학생 124명이 학부모 손을 잡고 갈산초 교문으로 들어섰다. 운동장에 마련된 포토존에는 10m 넘는 줄이 생겼다. 재학생 선배들은 강당에서 오케스트라 공연으로 신입생을 반겼다. 학부모 김태현씨(40)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다닐 때는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았는데 이제 독립을 하는 거라 내 마음도 떨린다라고 했다. 황영욱씨(39)도 어제 아이한테 ‘이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한다’라고 당부를 했다라며 아이는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다고 마냥 좋아하더라라고 말했다. 황씨는 부모 품을 떠나서 홀로서기를 하는 게 뿌듯하고 ‘잘 자라줬다’ 싶어 울컥한 심정이라고 했다.
다른 학교 입학식 풍경도 비슷했다. 이날 오후 광진구 성자초등학교에서 열린 입학식에는 입학생 56명이 노란 가운을 입고 축하를 받았다. 낯선 분위기에 굳은 표정을 지었던 학생들은 식이 진행되자 조금씩 웃음을 되찾았다. 이지안양은 많이 떨린다. 유치원 선생님이 보고 싶다면서도 초등학교 수업은 어떨지 궁금하다라고 말했다.
아이의 건강과 안전을 바라는 마음은 학부모 마음은 한결같았다. 이양의 아버지 이진호씨(41)는 딸이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할까 걱정도 된다라면서 공부로는 딱히 바라는 게 없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건강했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이하준군 어머니 홍진희(32)는 요즘 학교폭력이나 사건·사고가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는데 그런 것 없이 잘 자랐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이런 떠들썩한 입학식은 앞으로 점차 보기 힘들어질 수도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 0.72명으로 집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4분기로만 좁히면 0.65까지 떨어졌다. 올해 초등학교 157곳이 2024학년도 신입생을 받지 못했다. 인천·경기 등 수도권 초등학교 9곳도 포함됐다.
입학식에 온 이들도 ‘초저출생 사회’를 걱정했다. 성자초 입학식에서 만난 김혜진씨(39)는 놀이터에 가면 놀 친구가 없을 때 저출생이 체감된다라면서 원래는 놀이터 가면 늘 시끌벅적했는데 이제는 1~2명 있을까 말까 해서 전화해서 약속을 잡고 만나야 하더라고 했다. 김지유양 아버지 김동현씨(45)는 4학년인 큰 애가 입학할 때는 5개 반이었는데 지금은 1학년이 3개 반으로 줄었다면서 나 때는 40명씩 15반이라 교실을 나누어 쓸 정도였는데 사회가 달라졌다라고 했다.
학부모들은 교육비·주거비 부담이 줄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태현씨는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수학, 영어도 사교육을 받아야 하고 요즘은 체육활동도 학원에서 해결하는 추세라면서 배우는 건 좋지만 이런 것들이 막 결혼하는 이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 같다라고 했다. 박정환씨(43)는 신혼부부들이 첫 집 장만하는 게 어렵고, 설령 구하더라도 대출을 많이 받아야 하니 젊은 세대들이 비전을 찾기 어렵다. 주거 안정이 최우선이라고 했다.
일과 양육을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소영씨는 요즘 주변에 결혼하는 친구들도 대부분 애가 한 명이다라며 나도 돌봄교실을 보내지만 그래도 보육에 대한 부담이 줄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부모가 일하는 시간을 줄여서 함께 저녁을 보낼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줘야 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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