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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제 발등 찍은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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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지훈 작성일24-03-03 11:30 조회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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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추락이 놀랍다. 공천이 본격화된 지 3주 만에 벌어진 일이다. 지난달 이재명 대표의 151석 목표는 가능성이 보였다. 윤석열 정부 심판론이 팔팔 살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많은 전문가들의 예측은 한 달 전과 너무 달라졌다. 1주일 전엔 새누리당 152석, 민주통합당 127석의 결과가 나온 2012년 총선이 회자되더니, 이젠 한나라당 153석, 통합민주당 81석을 얻은 2008년 총선 결과까지 언급되고 있다. 당장 내일 총선이 치러진다면 국민의힘이 160석을 가뿐히 넘어서고, 민주당은 120석조차 위태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지난 2년간, 윤석열 정부가 보여준 국정운영 능력은 최악이었다. 서울 한복판에서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어도 무책임으로 일관하던 정부였다. 상저하고니 하는 말장난으로 일관하던 경제정책은 이제 아예 포기한 듯싶다. 잼버리 사태와 엑스포 유치 실패로 국제적 위신은 땅에 떨어졌고, 극우 유튜버 수준의 역사 인식은 중도는 물론 보수 유권자들까지 고개를 가로젓게 만들었다. 민주당의 국회 과반은 가만히만 있어도 올 것 같았다.
그런데 민주당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이재명 지도부에서 민주당이 국민에게 더 관심이 있었는지, 지도부의 안위에 더 관심이 있었는지를 알기가 어렵다. 민주당의 적지 않은 국회의원들이 국정과 민생에서 정책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대안을 중심에 놓고 정부·여당과 싸우자고 한 것으로 안다. 그러나 지도부는 ‘당대표가 검찰과 싸우고 있는데 한가한 소리 좀 그만하라’는 식으로 대응했다고 복수의 관계자에게 들었다. 정부의 야당 대표 탄압이 상식적 수준을 넘어섰으니, 그런 입장도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그렇게 야당 탄압 프레임으로 일관하더라도 총선에서 넉넉히 승리해서, 국정지지율이 바닥인 정부를 잘 견제할 수 있으면 문제가 없다. 그런데 상황이 그렇게 되지 않았다는 게 문제다.
최근 민주당 공천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정권 교체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물러나야 한다’는 기준이다. 귀를 의심했다. ‘전 정부 탓’은 윤석열 정부의 전매특허가 아니었던가. 문재인 정부 말기, 정권교체 여론보다 낮은 국정지지율을 자랑하던 모습은 보기 딱했다. 부동산 정책이나 검찰개혁 실패 등 과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정권 교체의 책임이 전 정부에 있는지 대선 후보에게 있는지는 민주당에서 합의된 적 없고 여론에서도 그러하다.
사실 지금은 공천이 문제가 아니다. 원래 공천이라는 것은 비정하다. 다만 잡음을 최소화하면서, 형식적이든 실질적이든 ‘원팀’을 내세워 지지자들을 결속하는 것이 선거의 상식 아니었던가. 그런데 김영주 국회부의장의 탈당 선언에 대표 측근으로 알려진 김지호 정무조정부실장은 ‘마음 편히 여행 다녀오시라’는 글을 남겼고, 서울 은평을에 출마한 김우영 강원도당위원장은 ‘꼬락서니를 보니 하위 20%가 아니라 하위 2%가 맞을 듯하다’며 비아냥댔다. 박용진 의원이 하위 10%라니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오자 대표가 직접 해명에 나섰는데, ‘동료의원 평가에서 거의 0점 맞은 분도 있다고 한다. 짐작하실 수 있을 거다’는 답을 하면서 웃음을 지었다.
고민정 최고위원이 이런 문제를 논의할 수 없는 최고위가 무의미하다며 당무를 거부하자, 정성호 의원은 ‘차라리 최고위원을 못하겠다고 하는 게 낫다’고 비판해서 기어이 그만두게 만들었다. 박영훈 전략공천관리위원은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에게 ‘나한테 전화했어야 한다’는 말을 농담처럼 뱉었다. 공천 갈등이 첨예해진 상황에서 당대표나 측근들이 당의 통합을 이뤄 총선을 승리하겠다는 생각이 있다면 나올 수 없는 태도다. 그러니 이재명 지도부가 ‘총선 승리에 큰 관심이 없고 8월 전당대회에 관심이 있다’는 황당한 의심까지 나오는 것일 테다.
연금개혁, 후세대는 누가 대변하나
‘운동권’ 때리기
말 한마디 정치
그런데 민주당의 지지율이 급락한 이유가 과연 지도부 탓일까? 아니다. 민주당 내의 침묵한 다수가 지금의 민주당을 만든 주역이다. 당이 논란에 휩싸일 때 이를 지적하는 목소리는 거의 없었다. 다수는 ‘공천을 앞두고 있으니 납작 엎드려야 할 때’라는 변명으로 일관해 온 것이 사실이다. 막상 공천이 발표되자 ‘공천 아닌 사천’ ‘사당화’를 외치지만, 그마저 반응이 싸늘한 것은 ‘지금까지 가만있었던 이유가 결국 공천 때문이었나’ 하는 탄식을 자아내기 때문이다. 공천을 받은 후보들이라고 좋은 것만은 아니다. 공천을 받아도 당선이 어려워진 지역구가 수도권에서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결국 제 발등 제가 찍은 셈이다.
진짜 비극은 여기에 있다. 민주당이야 80석을 받든 120석을 받든 자기들 문제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를 심판하고 싶었던 국민들, 유권자들은 어쩌란 말인가.
인천과 대전 사이엔 시차가 존재한다. 1년 전 인천 미추홀구에선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사기 피해자 한 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인천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전세사기 피해가 확산하며 뒤늦은 ‘외양간 고치기’ 시도가 있었다. 지난해 5월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특별법’이 제정된 것이다.
하지만 특별법은 대전 피해자들에게는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었다. 대전에서 지난 23일까지 전세사기 피해를 접수한 피해자의 75.1%(1459건)가 ‘다가구주택’에 거주하는데, 이들은 특별법 사각지대에 속했다. ‘다세대주택’은 각 세대를 사고팔 수 있는데, 이와 달리 다가구주택은 집주인이 오직 한 명이다. 건물 내 개별 등기가 불가하고 권리관계가 복잡한 다가구주택 세입자들은 우선매수권을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확보하기가 어렵다.
지난해 6월 말 대전 다가구주택에 거주하던 한 50대 전세사기 피해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특별법이 제정된 이후 처음으로 알려진 전세사기 관련 희생자였다. 그는 사망 당일 아침 다른 피해 세입자들에게 돈 받기는 틀렸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 지역 전세사기대책위원회는 지난해 7월 말, 이 같은 특별법 사각지대 한가운데에서 출범했다. 대책위원 18명은 피해자들의 절절한 사연과 목소리를 모은 책을 발간하는 등 ‘다가구주택’ 전세사기의 위험성을 알리는 활동을 활발하게 펼쳐왔다. 이들은 다른 지역과 유형이 너무 다른 저희 피해 사례를 공론화하기 위해 노력한 1년이었다라고 했다.
대전의 전세사기 피해자는 20대(42.6%, 827명)와 30대(43.5%, 844명)가 85%에 달한다. 직장생활로 모은 돈에 청년 지원 대출을 보태 전세를 구했다가 보증금을 떼인 이들이 허다하다.
대전 동구 가오동의 5층짜리 다가구주택에 거주하는 직장인 박상연씨(30)와 조원희씨(31)는 같은 층에 살면서도 왕래는 없었다. 그러던 지난해 5월, 조씨는 당근마켓에서 박씨가 다음 세입자를 찾기 위해 올려둔 전세 매물을 발견했다. 희한하게 전세 매물이 홍보가 안 돼서 저도 중개 사이트에 직접 매물을 올렸었다는 조씨는 불안한 마음에 박씨에게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혹시 집주인 분이 전세금 반환에 대해서 따로 말씀하신 게 있을까요? 저도 만기에 나가려고 하는데 자꾸 연장을 말하네요.
첫 대화 후 넉 달여가 지난 뒤 두 사람은 모두 자신이 전세사기 피해자가 됐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됐다. 이들은 각각 1억5000만원의 전세보증금을 떼였다. 조씨는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1억원을, 박씨는 7000만원을 대출받아 마련한 전세금이었다. 대출금은 고스란히 빚으로 남았고, 차곡차곡 모은 수천만원도 한순간에 날아갔다. 조씨의 경우 공인중개사가 경매 배당에서 ‘2순위’가 보장된다고 해 이를 믿었지만 실제 경매에 넘어가는 상황에 맞닥뜨려 보니 달랐다. 조씨는 저는 그나마 배당 순위가 3순위로 밀렸지만, 15순위까지 밀린 사람도 있더라라고 했다.
박씨는 다세대주택은 보증금을 못 돌려받더라도 주택을 떠안아 피해를 줄일 수 있지만 다가구주택은 건물이 통이다 보니 그런 구조가 되지 않는다라며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도, 당장의 주거권을 보장받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이 건물에는 현재 대책위에서 활동 중인 두 사람을 포함해 총 16가구가 거주하고 있다. 한 임대인으로 인해 동시에 사기 피해를 입은 것이다. 아직은 경매 초기라 다들 건물을 떠나지 않았지만 여름이 다가오면, 하나둘 퇴거하는 이들이 생길 전망이다.
다가구주택 대다수가 근린생활시설을 주거용으로 사용하거나 불법 쪼개기·증축으로 방을 나눠 놓았다는 점도 피해 복구가 어려운 이유다.
연구원 이호원씨(34)가 사는 다가구주택에는 26가구가 입주해 있다. 이씨는 전세사기 피해를 당한 후에야 원래 16가구가 입주할 수 있는 건물인데 불법 쪼개기·증축한 건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불법 건축물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주택매입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씨는 애초에 전입신고가 가능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라며 불법 증축이 드러나더라도 집주인은 벌금을 내면 끝이고, 그 피해는 세입자가 떠안는 게 말이 되느냐라고 했다.
해당 건물은 신축인데도 타일이 갈라지는 등의 문제가 속출하고 있다. 하지만 임대인이 구속돼 있어 건물 보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씨는 1억7000만원가량의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없게 되면서 장래 계획이 어그러졌다. 지난해 12월 결혼한 그는 원래 돌려받은 보증금에 신혼부부디딤돌 대출을 더해 아파트로 옮겨가려 했으나, 15평 다가구주택 투룸에 발이 묶인 상태다. 그는 월세로 시작해 돈 모으고 빚을 내서 전세를 들어가고, 2년 혹은 4년 동안 최대한 돈을 모아 자기 집을 갖는 게 모두의 꿈이지 않나라며 그 꿈을 실현하려던 시기에, 오히려 돈을 다 잃고 빚이 생긴 상황이라고 했다.
그가 거주하는 대전 문지동은 연구단지 인근으로 연구원들의 밀집지다. 주변 동료들을 통해 다른 연구원 중에도 사기 피해를 본 이들이 많다는 걸 들은 이씨는 동네 자체가 사실상 지뢰밭이었다라고 했다.
대전 대책위는 피해 사례를 모아 올 초 <월세, 전세 그리고 지옥>이라는 책을 엮어냈다. 다음 달에는 자신들과 유사한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대처 방안 등을 안내하는 온라인 웹사이트도 열 계획이다.
대책위 관계자들은 다가구주택이 특별법 논의에서 논외일 정도로 공론화되지 않던 때의 무력감을 잘 알기 때문에 우리가 나설 수밖에 없다라고 입을 모았다. 부위원장을 맡은 장선훈씨는 이사를 많이 하는 3~4월에 전세사기 피해가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대처 가이드 플랫폼을 3월 중엔 완성하려 한다라고 했다.
주말과 야간에 물류센터 등에서 ‘투잡·쓰리잡’을 뛰고 있는 조씨는 수많은 피해자들을 만났고, 다들 얼마나 절박한지 알기에 대책위 일을 놓을 수 없다라고 했다. 그는 저부터도 20년 동안 빚을 갚을 생각에 인생이 사라진 것 같은 기분을 느꼈고 생을 끝내고 싶다는 생각도 한 달쯤은 했다라면서 하지만 박씨와 방법을 강구하려고 머리를 맞댄 게 위안이 되더라. 한 사람이라도 상황을 알아주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했다.
이들은 보증금을 다 돌려받을 수 없을지라도 실질적인 구제책을 담은 특별법 개정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이씨는 특별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저는 보증금을 돌려받을 방법이 전혀 없다라며 국가에서 청년전세대출을 받았고 은행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대출이 나온 상황에서 개인 사이의 사기로 치부할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아주길 바란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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