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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타쌍피스토리노믹스]“돈같은거 필요없어. 당장 불태우가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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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지훈 작성일24-03-03 11:25 조회1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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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사오(6/45)>와 최후통첩게임
로또의 1등 당첨확률은 814만5060분의 1. 평생을 사도 한번 되기 힘든 확률이지만, 오늘도 대박을 꿈꾸며 많은 사람들은 로또판매점 앞에 줄을 선다. 만약 이 천금같은 행운을 군사분계선 너머 북한 병사가 얻었다면?
박태규 감독의 영화 <육사오(6/45)>는 황당한 아이디어를 코미디로 풀어냈다. <육사오>는 북한 병사가 남한에서 발행된 로또를 우연히 ‘줍게’ 된 가상의 상황을 설정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주운 사람이 임자’라지만, 현금화 시키지 못한다면 로또는 종이쪼가리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포기할 순 없다. 1등 복권은 무려 57억원짜리다.
<육사오>는 베트남에서 상영된 한국영화 중 최대 흥행작으로 남아있다. 2022년 <육사오>가 베트남에서 동원한 관객은 232만명으로 국내 관람객 수(198만명)를 넘어섰다. <육사오>가 베트남 관객들을 사로 잡은 데는 영화 자체가 재밌고, 번역도 훌륭했지만, 남과 북으로 분단돼 대치하는 한국의 상황이 한때 분단됐던 베트남인들에게도 상당히 공감됐기 때문일 수도 있다.
북한 하사 리용호는 군사분계선 너머 비무장지대서 근무하다 우연히 바람에 날아온 로또 한장을 줍는다. 후임병은 로또를 보며 마흔다섯개 번호 중 여섯개를 맞추면 거금을 준다며 남조선 인민들의 고혈을 쥐어짜는 극악무도한 자본주의 착취기술이라고 비웃는다. 하지만 알고보니 1등 로또다. 둘의 입가에서 웃음기가 사라진다.
문제는 북한에서는 로또를 현금으로 바꿀 수 없다는 것. 로또는 NH농협은행 서울 서대문 본점에서 가능하다. 사돈에 팔촌까지 찾아보면 남한에 있는 탈북자 친적이 있을 수도 있지만, 믿고 맏기긴 어렵다. 동네방네 소문내서는 이로울 것도 없다. 리용호가 생각해낸 것은 남한 병사에게 직접 로또 교환을 요청하는 것. 비무장지대에서 3일간 잠복하다 마침내 한국군 말년병장 박천우를 만난다. 리용호는 박천우에게 로또를 바꿔 오면 10%를 주겠다고 제안한다. 그런데 어렵쇼, 박천우는 이 로또가 자신의 것이란다. 알고보니 박천우의 로또가바람을 타고 북쪽으로 넘어간 거다. 박천우는 남한의 유실물 관리법을 들이대며 로또를 돌려주면 20%를 주겠다고 역제안한다. 리용호가 말한다. 협상결렬이라우!
로또를 소유한 리용호는 박천우가 없으면 돈으로 바꿀 방법이 없다. 반대로 박천우는 리용호의 로또가 인스타 팔로우 구매 없으면 돈으로 바꿀 수 없다. 둘의 지분은 누가 더 큰 것일까.
여기에 변수가 또생긴다. 상관과 동료에게 이 ‘비밀’이 발각된다. 상관과 동료의 도움과 협조가 없다면 둘의 협상도 불가능하다. 박천우 병장은 소초장 강은표 대위에게 10%를 제안하지만 강 대위는 즉답하지 않는다. 우리애 피아노도 사줘야하고, 노모 요양원에도 모셔야하고···. 결국 15%에 합의한다. 후임 김상병에게는 선수를 쳐 7%에 강제 합의한다. 북한군 리용호 대위도 상관인 최승일 대위와 후임 방철진 상병에게 일정액을 떼주기로 한다.
이제 남북 양측의 3대3 등분협상이 시작한다. 협상은 원래 뗐다 붙였다 하는 것. 우리 즉시 만나자는 남측의 제안에 북측도 곧바로 응한다. 하지만 협상은 쉽지 않다. 더 많은 지분을 가져올 수록 개개인에 돌아가는 몫도 많은 상황. 한치의 물러섬이 있을 수 없다. 양측은 최종적으로 합의에 이를 수 있을까?
협상과 합의는 경제학의 주된 관심사 중 하나다. 상대방의 반응, 전략 등을 고려해 최적의 결과를 도출해 내는 것을 수학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게임이론이 도입됐다.
공동급수구역에서 마주 앉은 남과 북. 남측은 8대2를 제안한다. 정말 많이 양보한 겁니다. 여러분들은 대한민국 재산을 불법점유하고 있는 겁니다 그러나 북측이 발끈한다.
우리 돈같은 거 필요없어. 당장 불태워 버리가쓰!
이같은 상황은 ‘최후통첩게임’이 연상된다. 최후통첩게임이란 A에게 돈을 준 뒤 이를 B와 나누도록 하는데, 나눠줄 돈의 액수는 A가 일방 결정한다. B는 이 제안을 받을 수도 있고, 거부할 수도 있다. 만약 B가 이 제안을 받아들이면 제안된 액수만큼 둘다 돈을 나눠갖게 된다. 하지만 B가 거부하면 둘다 돈을 한푼도 받지 못한다.
인간이 경제학적이라면 B는 A의 제안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 얼마가 됐든 자신도 돈이 생기기 때문이다. 거부하면 한푼도 받지 못한다. 하지만 실제 게임에서는 제안이 너무 낮으면 거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눠주는 몫이 기대보다 너무 적을 때, 나도 못받지만 너도 못받는 선택을 한다는 것이다. 너무 작은 액수는 상대가 굴욕감을 느끼거나 불공정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처럼 인간의 판단에는 경제적 실리와 함께 심리가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얼마 이하를 주면 이렇게 ‘판’을 없게 될까? 국가마다 민족마다 사회적, 문화적 차이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적으로는 25% 미만이면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즉 100만원일 경우 25만원 미만을 제안하면 상대는 ‘둘다 안받기’를 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니까 남측이 제안한 20%는 북측이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적았다는 얘기다. 더구나 자신들이 로또까지 보유한 상황에서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제 남측은 불안하다. 인스타 팔로우 구매 저 녀석들 진짜로 태울 수도 있어. 저렇게 무식한 놈들 처음본다 실은 거부한 북측도 조마조마하기는 마찬가지다. 고저 10%라도 받을 껄 그랬습니다.그것만해도 우리에게는 큰 거 아닙니까?
최후통첩게임에서 발전된 게임으로 ‘독재자게임’이 있다. A가 B에게 일방을 제안을 하면 B는 무조건 응해야 하는 게임이다. 100만원을 가진 A는 10만원을 주든 20만원을 주든 B에게 줄 금액을 정할 수 있고 B는 이를 무조건 받아야 한다. 이 경우 A는 B에게 얼마를 주게 될까. 합리적인 판단이라면 A는 B에게 최소한의 금액을 제안해야 한다. 적게 줄 수록 가져가는 몫이 많기 때문이다. 데니얼 카너먼 교수가 대학생들에게 20달러를 나줘주면 실험을 해본 결과 평균적으로 25%를 나눠줬다고 한다. 즉 20달러를 공짜로 받으면 자발적으로 5달러는 상대에게 주더란다. 주는 사람 역시 상대에게 어떤 제안을 할 때는 상대에 대한 배려, 공정함 등을 고려한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상대의 만족감이 자신에게도 만족감을 준다.
부자가 된다면 무얼하고 싶을까. 박천우 상병은 젖소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젖소농장을 차리고 싶어한다. 리용호 하사는 아버지와 여동생 등 가족에게 해주고 싶은게 많다. 두 사람의 꿈은 과연 이뤄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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