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답변

붐비는 진료 대기실 옆 ‘썰렁한 병실’…“병원이 환자 못 받으니 5인실 혼자 써”

페이지 정보

작성자 김지훈 작성일24-02-28 23:07 조회6회 댓글0건

본문

충북 청주에서 농사를 짓는 이길순씨(57)의 남편은 대형병원 전공의들의 ‘집단 이탈’이 본격화된 지난 20일 서울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했다. 구강암이 재발한 데다 두경부로 암이 전이돼 수술을 받기 위해서였다. ‘의료대란’이 벌어져 수술 일정에 차질이 생길까 걱정했던 이씨는 남편이 가까스로 수술을 마쳤다고 안도하면서도 마음이 편치 않다고 했다. 전에는 입원실 병상이 꽉 차 있었는데 지금은 5인실을 혼자 쓰고 있어요. 병원이 환자들을 못 받는 거지.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집단사직 등으로 병원을 비운 지 일주일째인 26일, 대형병원은 입원실 곳곳이 비어 있는 ‘썰렁한 병실’과 외래 진료를 보러 온 환자들로 가득 차 ‘붐비는 대기실’이 혼재된 모습이었다.
대구에서 4시간 걸려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으로 왔다는 심연정씨(46)는 일주일 전 친오빠가 담도암 수술을 받기로 했다가 의사 파업 때문에 일정이 일주일 연기돼서 오늘에야 수술을 받았다면서 병실이 원래 꽉 차 있었는데 지금은 6인실에 2명뿐이라고 했다.
대형병원 응급실로 밀려들었던 환자도 서울 지역은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서울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12~18일 하루 평균 출동 건수는 1427건, 이송 환자 수는 836명이었다. 이에 비해 전공의 집단행동이 시작된 19~25일 하루 평균 출동 건수와 이송 환자 수는 각각 1370건과 747명이었다.
하지만 의료진 공백 기간이 길어지면서 실제 병원에 닥친 혼란은 심화하는 모양새다. 이날 오후 1시 기준 통합응급의료정보 종합상황판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응급실 병상은 총 26개지만 이미 14개를 초과해 수용하고 있었다. 서울 주요 병원 응급실 일부는 의료인력 부족과 당직자 부재 등으로 정형외과·소아청소년과 진료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세브란스병원 응급실 앞 길가에 앉아 있던 정모씨(56)는 심장 수술을 한 시어머니가 혈변 증세가 있어서 지난주 목요일 응급실에 왔다 퇴짜를 맞았다며 걱정했다.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으로 가는 지하 통로에서 만난 이모씨(33)는 희소 질환을 앓고 있는 어린 인스타 좋아요 구매 자녀가 위급 상황에서 적절한 대처를 받지 못할까 걱정된다고 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의사 집단에 대한 신뢰가 깨졌다는 환자도 있었다. 지난해 12월까지 10차례에 걸쳐 방사선 치료를 받았다는 혈액암 환자 김은옥씨(61)는 의사들을 진심으로 신뢰했었는데 이번 일로 배신감이 느껴진다면서 생명을 다루는 직업인들이 어떻게 이익만 보고 행동할 수가 있나. 고마웠던 마음이 싹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길순씨는 정부가 전공의들이 복귀하면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하는 그때까지라도 꼭 돌아와야 한다고 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