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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달은 유통·물류업체 ‘블랙리스트’ 논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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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지훈 작성일24-02-27 04:24 조회1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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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컬리에 이어 쿠팡도 최근 블랙리스트 논란을 겪는 것은 유통·물류업 노동시장이 단기 비정규직 중심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계는 상시·지속 업무의 정규직 고용 원칙이 무너지면서 발생한 사각지대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쿠팡은 지난 20일 입장문에서 물류 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의 블랙리스트 작성은 부인하면서도 불법 행위, 사규 위반 등으로 채용이 제한되는 노동자 명단이 담긴 인사평가 관리 자료는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마켓컬리도 2020년 3월부터 2022년 7월까지 서울 송파구 장지물류센터에서 일했던 일용직 노동자 중 재취업 배제 대상인 486명의 명단을 작성해 5개 채용대행업체에 공유했다.
쿠팡·마켓컬리의 자사 재취업 배제 명단 작성은 노동조합 활동 경력이 있는 노동자 명단을 만들어 같은 업계에 공유하는, 전통적 블랙리스트와는 다른 유형이다. 이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때문에 블랙리스트 작성·공유를 금지한 근로기준법 40조 위반 여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법원이 근기법 40조 위반이 아니라는 판단을 한다고 가정해도 ‘자사 재취업 배제 명단 작성이 사용자 고유권한인 채용·인사권 행사여서 문제가 없다고 볼 수 있는지’라는 쟁점이 남는다.
쿠팡·마켓컬리가 명단을 작성하는 것은 물류센터 취업을 반복하는 일용직·계약직 노동자 중 일부를 걸러내기 위한 것이다. 특히 물류센터 노동자 다수가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회사로선 명단 작성 필요성을 느끼는 구조다.
고용노동부가 매년 발표하는 고용형태공시 결과를 보면 지난해 3월 기준 쿠팡풀필먼트서비스의 무기계약직 노동자는 1만1374명, 기간제 노동자는 2만6325명이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정규직 노동자보다 2배 이상 많다. 물류센터 현장직으로 범위를 좁힐 경우 비정규직 비중은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2020년 5월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부천 물류센터의 경우 당시 정규직은 98명에 불과했고 계약직이 984명, 일용직이 2591명이었다.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도 무기계약직이 1450명, 기간제 노동자가 3293명으로 비정규직 비중이 더 높다.
문제는 일용직·계약직 노동자들은 재취업 배제 명단에 오르더라도 배제 사유가 정당한지 다툴 수 없다는 점이다. 정규직 노동자는 회사가 징계를 하면 징계위원회에서 이의제기를 할 수 있지만 재취업이 막혀버린 비정규직 노동자는 왜 자신이 명단에 올랐는지조차 알 수 없다. 회사는 기준과 절차에 따라 인사평가를 했다고 하지만 노동조건에 대해 정당한 문제제기를 한 노동자에게 다른 사유를 붙여 명단에 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비정규직 중심의 고용구조는 노조 결성도 어렵게 해 노조를 통한 문제제기도 쉽지 않다.
배달의민족·카카오모빌리티 등 플랫폼 기업으로부터 일감을 받는 배달라이더·대리운전기사 등도 유사한 상황에 처해 있다. 이들은 애플리케이션 계정정지(계약해지)를 당해 더 일을 할 수 없는데도 정지 기준을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 이는 배달라이더가 계정정지를 당할까봐 배차 거부나 취소를 쉽게 하지 못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이 문제 때문에 호주 의회는 최근 계정정지 기준을 설정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오민규 플랫폼노동희망찾기 집행책임자는 산업구조 변화에 따라 기간제 노동자,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플랫폼 노동자 등의 비중이 커지면서 ‘신종 블랙리스트’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며 근본적인 해결책은 상시·지속 업무는 정규직으로 고용하고, 형식상 개인사업자인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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