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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제 관계, 모호해서 처벌 불가? 해외에선 ‘이렇게’ 한다 [더 이상 한명도 잃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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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지훈 작성일24-08-21 02:40 조회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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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재판이 끝나고 난 뒤해외와 대비되는 국내 교제폭력 대응미국, 연방법에 ‘교제폭력’ 정의호주, 정부 차원 대대적 지원영국, 폭력범위 폭넓게 인정
지난 4월 호주에선 여성 폭력에 반대하는 전국적 시위에 수천명이 모였다. 올해 들어 살해된 여성이 28명이었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배 늘어났기 때문이다.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가 직접 시위에 참석해 여성과 아동에 대한 폭력은 ‘국가적 위기’이자 사회 전체의 문제라며 이를 근절하기 위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정부는 가정폭력 피해 여성 보호 등에 10억 호주달러(약 9000억원)를 지원하기로 인스타 좋아요 구매 결정했다.
수사기관도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가정폭력범 소탕’에 나섰다. 뉴사우스웨일스(NSW)주 경찰은 한 달 뒤 가정폭력 범죄자와 고위험자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단속을 실시해 554명을 체포했다. 가정폭력 문제로 경찰에 접수된 신고를 바탕으로 관련 정보를 수년간 축적하고, 고위험 범죄자를 추려 붙잡은 것이다. 수사기관이 여성 폭력 증가에 경각심을 가지고 인력과 자원을 투입한 결과다.
한국은 다르다. 매년 몇 명의 여성이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게 목숨을 잃는지 알 수 있는 국내 공식 통계조차 없다. 19일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발생한 살인 총 764건 중에서 살해 이전 가정폭력, 스토킹, 교제 폭력, 성폭력 등 선행 피해가 있었던 사건이 147건으로 나타났다. 전체 살인 중 약 20%가 남편이나 연인 등 친밀한 관계에 의한 여성 살해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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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이 지난해 처음 집계한 이 통계는 수사기관이 젠더 폭력의 양상을 알아보려고 시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선행 피해 기준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는 점, 여러 피해가 중첩된 경우 하나만 보여준다는 점, 살인이 아닌 상해치사나 폭행치사는 아예 집계에 포함되지 않은 점 등이 한계로 꼽힌다. 김남희 의원은 경찰청은 이와 관련해 피해 유형별 과거 신고 이력이나 당시 경찰 대응 내용조차 관리하고 있지 않다며 피해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려는 노력 없이 수치내는 데 급급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친밀한 관계 남성 파트너에 의한 여성 살해 실태를 파악하고 있는 건 정부 기관이 아닌 시민단체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언론에 보도된 사건을 기준으로 직접 피해를 분석해 15년째 ‘분노의 게이지’ 통계를 내놓고 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남편이나 연인 등에게 살해된 여성은 최소 138명, 살인 미수 등으로 살아남은 여성까지 합하면 449명이다.
호주 인구가 한국의 약 절반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피해자 수치는 비슷하다. 다른 것은 국가의 문제의식이나 정책적 대응, 수사기관의 의지다. 근본적으로 교제폭력을 정의해 법적으로 다루지 못하고 있는 게 큰 한계다. 현재 여성에 대한 폭력을 따로 다루는 건 성폭력처벌법과 가정폭력처벌법, 스토킹범죄처벌법 등이다. 이 법안들은 결혼하지 않은 연인 사이의 범죄를 담지 못하고 폭행과 성폭행이 동시에 벌어지고 스토킹과 불법 촬영 범죄가 중첩되는 양상도 담지 못한다. 특히 연인 관계에서의 폭력은 한 번에 그치지 않고 살인까지 이어질 우려가 크다는 점에서 피해자를 포괄적으로 보호하는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
21대 국회에서도 가정폭력법 개정안과 교제폭력법 제정 법안이 수차례 발의됐지만 어디부터 어디까지를 ‘교제 관계’로 볼 것인지가 모호하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논의도 없이 모두 폐기됐다. 반면 해외에선 이미 수십년 전부터 관련 논의가 이뤄져왔다. 지난해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펴낸 ‘젠더기반폭력으로서 친밀 관계 폭력의 개념화와 대응 방향 모색’ 연구보고서를 보면 미국은 1990년대부터 ‘데이트와 관계 폭력’이라는 용어를 사용했고, 연방법에 교제폭력을 정의하고 있다.
영국에선 2021년 시행된 가정폭력법에 ‘개인적으로 연결된 16세 이상의 사람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폭력적 행동’을 가정폭력으로 정의하고 처벌하고 있다. 가족 구성원보다도 훨씬 넓은 개념으로 다룬다는 것이 특징이다. 김효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친밀한 관계를 정의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며 젠더의 위계에 따라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라는 인식이 없기 때문에 논의가 어렵다는 점이 근본 문제라고 말했다.
▼ 김정화 기자 clean@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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