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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영화 ‘콘클라베’가 대선에 던지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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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지훈 작성일25-06-01 09:18 조회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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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소설에는 없는 ‘거북이’가 영화 <콘클라베>의 가장 강력한 상징이다. 영국 아카데미 작품상을 포함해 4관왕을 차지하고, 미국 아카데미에서 각색상을 수상한 이 영화에서, 로렌스(레이프 파인스)는 거북이를 “영적 독립의 상징”이라 표현했다. 느리지만 확실하게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는 이 작은 생명체는 단순한 동물이 아니다. 그것은 정치적 격변기에 필요한 용기와 신중함의 상징이다.
영화의 음악은 이러한 용기 있는 선택의 순간을 청각적으로 강화한다. <콘클라베>의 음악을 맡은 폴커 베르텔만(예명 하우슈카)은 ‘크리스털 바셰트’라는 특별한 악기를 활용했다. 유리 막대를 젖은 손으로 문질러 연주하는 이 악기의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음색은 종교적 신성함과 정치적 긴장감을 동시에 표현한다. 거북이가 느리게 움직이는 장면에서 울려 퍼지는 저음 현악기의 선율은 묵묵히 앞으로 나아가는 용기의 울림이다.
영화 속 대립 구도는 명확하다. 벨리니 추기경은 “교회는 변하지 않으면 죽을 것”이라고 외치고, 테데스코 추기경은 “우리는 세상에 맞춰 변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대립은 우리 정치 현실의 진보와 보수 사이 갈등과 닮아 있다. 눈에 보이는 적과 싸우기는 쉽다. 그러나 로마노 주교처럼 대립 속에서 균형을 찾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용기다.
로마노 주교는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그는 변화의 시작점을 제시한다. 그의 목소리는 흔들림 없다. “진정한 변화는 내면에서 시작된다.” 어쩌면 조기 대선을 앞둔 우리 정치에 필요한 것은 외적 정책만 쏟아내는 구호가 아닌, 내면의 본질적 가치가 아닐까? 거북이를 대하는 로마노 주교의 따뜻한 시선은 정치인이 국민을 대하는 태도와도 연결된다.
시스티나 성당의 거대한 천장화와 작은 거북이를 오가는 카메라 앵글은 이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강화한다. 권력의 상징인 교황직을 향한 경쟁 속에서도, 거북이를 돌보는 마음을 잃지 않는 것. 이것이 진정한 리더십의 본질이다. 폐쇄된 공간에서 진행되는 콘클라베의 비밀스러움과 거북이의 맑은 존재감은 권력의 어두운 면과 투명한 정치의 대비를 보여준다.
로렌스 단장은 영화에서 온갖 술수와 음모, 권력 다툼 속에서도 올바른 선택을 내릴 용기를 보여준다. 그가 지닌 용기는 단순한 강인함이 아닌, 진영 논리에 갇히지 않는 양심의 목소리를 따르는 것이다. 정치적 계산보다 소신을 우선시하는 그의 태도는, 오늘날 우리 정치에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거북이처럼 느리더라도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용기, 그것이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
지난 3월 개봉한 <콘클라베>는 21일 만에 20만 관객을 돌파했고, 실제 교황 선출 이슈와 맞물려 4월 말에는 30만 관객을 넘어섰다. 이는 정치적 메시지에 대한 우리 사회의 갈증을 보여준다. 영화 속 콘클라베는 우리의 민주주의 과정과 닮아 있다. 다양한 의견이 충돌하고 타협하며 하나의 결론에 이르는 과정은, 대선을 앞둔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2025년 실제 교황 선출은 영화와 달리 이틀 만에 신속하게 마무리됐다. 133표 중 105표라는 압도적 지지로 레오 14세가 선출됐다. 그러나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성이다. 영화의 흰 연기(fumata bianca)가 복잡한 갈등 끝에 피어오른 희망의 신호처럼, 이번 6·3 대선에서도 우리는 진정한 변화의 희망을 품는다.
“진리는 시대에 따라 바뀌지 않는다”는 보수와 “변하지 않으면 죽을 것”이라는 진보 사이에서, 우리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거북이의 용기처럼 눈에 띄지 않지만 확고한 신념으로, 갈등과 술수를 극복하고 본질적 가치를 지키며 나아가는 정치. 이것이 영화 <콘클라베>가 대선을 앞둔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거북이의 발걸음처럼 느리지만, 올바른 방향을 향한 용기 있는 행보가 우리 사회를 진정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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