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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이 고발하고 경찰이 수사하고 방심위가 차단한 ‘윤 대통령 풍자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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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지훈 작성일24-02-27 21:10 조회2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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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후보 시절 연설을 짜깁기 해 만든 영상이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고발을 한 주체가 국민의힘인 것으로 확인됐다. 여당의 신고 후 경찰은 삭제 요청·게시자 수사에 착수했고 심의당국은 접속 차단을 의결했다. 정치권이 권력기관을 동원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26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최근 논란이 된 윤 대통령 발언 ‘짜깁기’ 영상에 대해 2월 초 국민의힘으로부터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으로 고발이 들어왔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고발 내용 자체에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없었다라면서 다만 공직선거법 82조8에 인공지능 기술 등을 이용해 만든 실제와 구분하기 어려운 가상의 음향, 이미지 또는 영상 등 딥페이크 영상에 대한 내용이 있다라고 밝혔다. 경찰이 해당 영상을 ‘선거운동을 위한 딥페이크 영상’으로 규정하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경찰은 영상을 올린 것으로 보이는 아이디를 확보해 당사자가 어떤 의도로 올렸는지 수사할 방침이다. 경찰은 게시자를 특정하기 위해 관련기관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경찰은 지난 21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윤 대통령의 연설을 짜깁기한 것으로 추정되는 영상에 대해 삭제 및 차단을 요구했다. 이에 방심위는 지난 23일 긴급소위를 열고 사회적 혼란을 현저히 야기할 우려가 있는 내용이라며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접속 차단을 의결했다.
심의 대상은 지난해 11월23일 틱톡에 게재된 ‘가상으로 꾸며본 윤(석열)대통(령) 양심고백연설’이라는 제목의 44초 분량 영상이었다. 윤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이었던 2022년 2월 TV조선 제20대 대선 후보 방송 연설을 가져다 짜깁기한 영상으로, 원본에서 윤 대통령은 저 윤석열의 사전에 민생은 있어도 정치 보복은 없습니다라고 말하지만 짜깁기 영상에서는 저 윤석열의 사전에 정치 보복은 있어도 민생은 없습니다라는 발언이 나온다.
경찰과 심의당국의 이같은 조처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경찰이 문제 삼은 딥페이크 영상 관련 공직선거법 조항은 ‘선거일 전 90일부터 선거운동을 위해 제작·유포된 영상’이 대상이다. 그런데 해당 영상이 게재된 시점은 선거일로부터 139일 전인 지난해 11월23일이었다.
여당 문제제기 후 권력기관이 동원된 양상도 지적됐다. 권순택 언론개혁연대 사무처장은 ‘바이든-날리면’ 발언 때는 외교부가 나서고, 이번엔 정당이 나선 것이라면서 정말 문제가 된다면 대통령실에서 나서는 것이 맞다고 했다.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는 이런 일은 항상 여당이나 지지자들이 고발의 주체라며 대통령이 직접 명예훼손을 문제 삼기엔 작은 사안이라는 것을 스스로도 아는 것이라고 말했다.
압수수색 등 공권력의 개입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총선을 앞두고 공직선거법 저촉 여부를 따지는 것은 불가피하나 권력자에 관한 것일수록 표현의 자유를 충분히 보장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윤명 한림국제대학원 교수는 지금껏 수많은 딥페이크 영상이 나왔는데, 그걸 다 압수수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면서 기술 자체의 중립적 의미·객관적 가치가 위축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 영상은 디스클로저(해당 영상이 딥페이크 영상이라고 고지하는 자막)도 걸었다라면서 경찰 수사는 창작자의 자기검열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상욱 한양대 교수는 이번 경찰의 조치에서는 ‘겁주기 의도’가 읽힌다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인터넷에 떠도는 모든 명예훼손적인 영상에 대해 경찰이 조치할 수 없다라면서 한두 개의 처벌 케이스가 본보기가 되면 시민들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과거 연설을 편집해 만든 영상이 확산하자 심의당국이 차단 조치에 나섰다.
서울경찰청은 22일 ‘윤석열 대통령 양심고백 영상’이라는 제목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확산 중인 영상에 대해 삭제 및 차단 조치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영상을 제작·배포한 이에 대한 수사도 검토 중이다.
경찰은 해당 영상에 대한 신고가 접수돼 조치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영상이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정보통신망법 제70조2항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44초 분량의 영상에는 윤 대통령 모습으로 제작된 인물이 무능하고 부패한 윤석열 정부는 특권과 반칙, 부정과 부패를 일삼았다라면서 저 윤석열은 상식에서 벗어난 이념에 매달려 대한민국을 망치고 국민을 고통에 빠뜨렸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담겼다. 해당 영상은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당시 TV조선을 통해 방영된 연설 장면을 편집해 만든 것으로 추정됐다.
방심위는 23일 긴급 통신심의소위원회를 열어 해당 안건을 심의해 곧바로 삭제 및 차단 조치를 할 예정이다. 애초 방심위 통신소위는 26일 열리기로 돼 있었으나, 긴급소위를 열고 해당 안건을 상정키로 했다.
전국언론노조 방심위지부는 해당 영상에 대해 대통령 연설 영상을 짜깁기 편집해 풍자하는 영상이라면서 긴급심의 결정을 비판했다. 노조는 가상으로 꾸몄다고 친절히 적어둔 영상을 두고, 대통령의 명예가 훼손됐다는 이유로 방심위에 삭제요청 공문을 보내는 것도 코미디이지만, 작년에 게시된 영상을 두고 빨리 긴급심의를 열어서 사회적 혼란을 막겠다는 (류희림) 위원장의 호들갑이야말로 비극이라면서 경찰청 공문에는 ‘사회혼란’이라는 말도, ‘딥페이크’라는 말도 없다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삭제·차단 요청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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