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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전쟁 이후의 세계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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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지훈 작성일24-02-25 00:03 조회1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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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이후의 세계
소련 출신 지식인인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교수가 러시아 사회 작동 원리를 내부자의 눈으로 분석한 책이다. 박 교수는 소련 붕괴 후의 러시아 사회에 대해 알아야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책은 전쟁 이후 세계 정세가 어떻게 변할지도 예측해본다. 한겨레출판. 2만원
재일 디아스포라의 목소리
김석범, 서경식, 최덕효, 정영환 등 재일조선인 디아스포라 1~3세대들의 대담집이다. 공식적 자리에서 말하지 않았던 살아온 이야기들을 담았다. 1세대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는 중에 후속 세대들은 일본 사회에서 어떤 정체성을 유지할 것인지 고민이 깊다. 소명출판. 1만9000원
장벽 너머
독일계 영국인 역사학자가 쓴 동독에 대한 책이다. 인터뷰, 편지 등 기록을 바탕으로 장벽 너머에 존재했던 동독의 생생한 풍경을 그린다. 저자는 동독이 풍부한 사회적, 문화적 풍경을 간직한 곳이었으며 서구사회의 시각보다 훨씬 역동적인 곳이었다고 주장한다. 서해문집. 3만3000원
제네시스
힉스 입자 발견에 기여한 실험 물리학자 귀도 토넬리가 쓴 과학 교양서다. 물리학에서 최근 발견된 사실들을 바탕으로 우주 탄생의 중요한 7가지 순간을 이야기한다. 우주 전체의 시작이 된 힉스 보손 입자에서 출발해 다중우주 이론과 외계 은하까지 톺아본다. 쌤앤파커스. 1만9000원
세균에서 생명을 보다
미생물학자가 세균학 발전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연구들을 한데 모아서 풀어 쓴 책이다. 병원균, 페니실린, 박테리오파지, 헬리코박터균 등을 최초로 발견한 연구부터 PCR 기술 발명까지 중요한 사건들을 짚어보며 이로 인해 인류의 삶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보여준다. 계단. 2만원
방 안의 호랑이
SF어워드의 여러 상을 수상한 박문영이 등단 후 처음 내는 SF소설집이다. 이야기 13편이 담겼다. 언뜻 보잘것없고 작게만 느껴지는 존재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표제작은 스캐너로 그림을 읽으면 그림이 그려질 당시 풍경이 그려지는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창비. 1만7000원
모든 것을 본 남자
2020년 프랑스 페미나상 수상 작가인 데버라 리비의 장편소설. 1988년 26세 주인공은 자동차 사고를 당한 뒤부터 기묘한 일을 겪는다. 우연히 같은 이름의 56세 또 다른 사람을 만나고 두 사람의 내러티브가 교차하며 기억과 기억 속의 나를 추적하는 이야기다. 민음사. 1만6000원
타니오스의 바위
11회 박경리 문학상 수상 작가인 아민 말루프의 소설이 재출간됐다. 레바논의 한 마을에는 왕좌 현상 바위에 앉은 사람은 누구든 감쪽같이 사라진다는 전설이 있다. 소설은 이 전설을 신화적으로 그려내며 주인공 타니오스를 통해 19세기 레바논 민족 수난사를 보여준다. 교양인. 1만7800원
눈물꽃 소년
박노해 시인의 첫번째 자전 수필이다. 장에 다녀온 할머니가 주신 빨간 알사탕에 관한 이야기 등 전남 작은 마을에서 자라 국민학교를 졸업하기까지 소년 시절의 성장기다. 33편의 글마다 박노해 시인이 직접 그린 연필 그림이 함께 담겼다. 느린걸음. 1만8000원
우리말 꽃 外
깊은 밤의 파수꾼 外
2024신춘문예 당선시집
각본 없음
<철의 여인> <더 스플릿> 등 에미상을 수상한 영국의 극작가 아비 모건이 낸 에세이다. 누구보다 그녀를 사랑하고 지지해주던 배우자가 어느날 갑자기 쓰러진다. 그는 아비 모건에 관한 기억만 잃는다. 한편의 드라마 같은, 사랑과 상실에 관한 3년의 시간을 그려냈다. 현암사. 1만8500원
프라이스 킹!!!
김홍 지음 | 문학동네 |264쪽 |1만5000원
웃음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어이없지만 자다가 떠올라 ‘피식’ 웃게 되는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웃음, 김홍 작가의 신간 장편소설 <프라이스 킹!!!>(문학동네)은 그런 웃음이 나오게 하는 책이다. 난해하기도 하지만 웃고 나면 자본주의와 한국 정치를 향해 ‘이단 옆차기’를 날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문학계의 주성치’라는 그의 별명이 딱 들어맞는다. 지난해 말 제29회 문학동네 소설상을 받은 <프라이스 킹!!!>을 두고 소설가 은희경은 현란한 동시에 날렵하며, 어이없고 싱거우면서도 한편 묵직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소설은 절대로 팔 수 없는 것을 절대로 사지 않을 사람에게 팔아내고 아무것도 사들이지 않고서 모든 것을 팔아내는 기괴한 장사꾼 배치 크라우더를 소개하면서 시작한다. 일개 노점상인이었던 그는 ‘ㄱ’ 실종 사건으로 전설적 장사꾼으로 등극한다. ‘ㄱ’ 실종사건이란 자음 ㄱ이 모두 사라진 것. 이를테면 ‘계기’를 ‘ㅖㅣ’라 써야 했다. 이 사건으로 나라의 공문서는 물론 서태지 팬클럽까지 동요한다. 서태지의 앨범 <울트라맨이야> 9번 트랙 ‘ㄱ나니’가 ‘ 나니’로 읽힌 것. 서태지 팬클럽은 일본어의 ‘나니’가 아니라고 해명하기까지 이른다.
배치 크라우더는 이 시국에 ‘뭐든 사고팝니다’라는 광고를 내고 ‘ㄱ’을 갖고 있음을 드러낸다. 서태지 팬클럽 회원이었던 재정경제부 사무관은 이 광고를 보고 정부에 보고한다. 배치 크라우더는 해외 교포 자녀에게 흩어져 있던 ‘ㄱ’을 끌어모아 전 국민이 100년 동안 쓰기 넉넉한 ‘ㄱ’을 확보해준다. 배치 크라우더가 전설적 장사꾼에 이르게 된 배경이다. 배치 크라우더는 이후 서울 외곽 어느 작은 마을에 모든 것을 팔 것만 같은 ‘킹 프라이스 마트’를 떠들썩하게 개업한다.
‘킹 프라이스 마트’에 유일한 직원이 바로 동네 밖을 벗어나 본 적 없는 27세 청년 구천구. 구천구는 정치인과 고위 관료를 성공으로 이끈 영험한 무당 엄마 억조창생 여사의 셋째 아들이다. 두 형의 이름은 구이구, 구칠구다. 엄마의 성씨는 무려 ‘억씨’다. 무당 엄마는 모종의 계획을 갖고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아들 구천구를 ‘킹 프라이스 마트’에 취업시킨다. 무당 엄마의 계획은 자신이 직접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것.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선 ‘신적인’ 물건이 필요했다. 어떤 선거에서든 53% 득표율로 승리하게 해준다는 전설의 성물 ‘베드로의 어구’를 손에 넣어야 했다. 이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이 ‘무엇이든 사고판다’는 배치 크라우더뿐. 구천구는 엄마를 위해 베드로가 153마리 물고기를 낚았다는 낚시 그물을 가져와야 했다. ‘베드로의 어구’는 배치 크라우더만 아는 비밀금고에 있다.
이때 선글라스를 낀 ‘위원회’ 사람이 마트를 찾아온다. 선글라스 사람들은 백종원을 선거에 내보내야겠다고 한다. 승리를 위해 ‘베드로의 어구’가 필요하다는 것. 배치 크라우더는 내어줄 수 없다 했다. 성물을 사용하면 탈이 나기 마련이라는 입장. 결국 위원회는 다른 명목으로 배치 크라우더를 잡아간다. 남은 건 직원 구천구. 구천구는 어떤 선택을 할까. 선거에서 이기게 해준다는 ‘베드로의 어구’를 찾아 엄마에게 가져갈지, 사장 배치 크라우더를 구하는 데 사용할지 고민에 빠진다.
소설은 시작부터 끝까지 평범한 구석이 하나도 없다. 돈키호테식의 서사에 놀라며 읽어가다보면 <프라이스 킹!!!>은 자본주의와 정치 이야기를 냉소적으로 비판하는 블랙코미디임을 알 수 있다. 사고팔지 못하는 건 아무것도 없다며 자음 ‘ㄱ’을 제공할 수 있는 장사꾼이라는 설정 자체부터 자본주의를 비튼다. 선거에서 53%로 신승하게 해준다는 ‘베드로의 어구’도 신박한 설정이다. 진짜인지 가짜인지 또는 어느 평행세계인지 모를 공간에서 진짜 ‘베드로’도 등장한다.
이 소설이 정치를 비트는 클라이맥스는 백종원이 대통령 후보로 등장하면서다. ‘위원회’가 미는 후보 백종원은 서사가 필요하다며 갑자기 실종됐다가 멋지게 재등장하고, ‘새마을식당’의 7분 돼지김치찌개 레시피를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막판 공약으로 선거에서 이긴다. 자기 편이 아니면 적이라고 생각하는 놈들이니까 등의 대사라든가 무당이 아예 자신이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서는 등 소설은 정치와 예능의 경계가 사라진 씁쓸한 정치 현실을 한없이 비꼰다.
평범하지 않은 설정과 예상치 못한 전개로 흘러가는 소설은 배치 크라우더와 구천구의 대화에서는 철학서나 자기계발서 분위기도 풍긴다. 엄마와 형들에게 한번도 반기를 들지 않고 순응하며 살았던 구천구는 사장 배치 크라우더를 만나 자신과 세상에 눈을 뜬다. 거절해야 하는 일을 제대로 거절해내지 못하면 필요한 일을 할 시간이 부족해지는 거다 한번 들이받을 생각도 안 하고 평생 그렇게 산거야? 내가 볼 땐 학습된 무력감이야 옳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틀린 일을 하지마 등의 대화는 밑줄 긋고 싶은 문장이다. 사장의 조언으로 구천구는 그래도 어떻게 그래 가족인데라며 순응해왔던 세월을 딛고 일어선다. 못되게 굴었던 두 형과 엄마에게 ‘거절’을 하고, 또 그들을 받아들이며 새로운 ‘형체’로 다시 태어난다.
김홍 작가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독특한 이름과 설정에 대해 소설을 쓸 때 있는 사람에서 생각하기보다는 없는 사람에서 생각하는 것 같다며 이름부터 많이 생각하는데 억씨 성이 없길래 억조창생이라고 지어봤고, 구천구가 있으면 구이구, 구칠구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우리 사회가 자본주의와 정치라는 두개의 틀로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한국 정치에 대해선 냉소와 회의가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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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중간에는 ‘원세훈’도 등장한다. 소설 속 ‘원세훈’은 낚시터에 지나가는 사람, 투표소에 제일 먼저 달려가는 사람이다. 그저 시나리오상 ‘지나가는 사람 1’ 정도로 아무 의미 없이 ‘원세훈’이라는 이름을 쓴 것. 김홍은 동네에 지나가는 캐릭터 느낌으로 조롱하고 싶었다고 했다. 소설 말미에는 또 장사의 신이지만 다만 자기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자신까지는 팔아넘기지는 않는 배치 크라우더는 한국을 뒤로하면서 전당포에 담보로 잡혀 있던 스텔스기를 대리로 불러 떠난다. 김홍은 ‘문학계의 주성치’가 맞다.
난해한데 이상하게 재미있는 소설이라는 평가가 제일 좋습니다. 읽다보면 ‘엥’ 하는 부분이 있을텐데 너무 현실과 정합성을 따지지 말고, 재미 위주로 따라가다보면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질테니 재미있게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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