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태로운 공공병원…“아들 죽음 뒤에도 달라진 게 없다”[코로나 4년, 안녕하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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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지훈 작성일24-02-23 12:39 조회22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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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정유엽 군의 아버지 정성재씨(57)는 지난해 5월 코로나19 감소에 따른 엔데믹 소식을 듣고도 웃지 못했다. 정군은 2020년 3월 고열로 인근 병원에 갔지만 ‘코로나 검사 결과를 확인해야 한다’는 이유로 진료를 거부당했다. 응급차는 불러도 오지 않았고, 부친 정씨가 대구 영남대병원으로 차를 몰고 갔다. 정군은 입원을 기다리며 영남대병원에서 총 13차례 코로나 검사를 받았지만 엿새 뒤 급성 폐렴으로 숨졌다. 국가 의료체계에 대한 정씨의 믿음도 무너졌다.
2021년 2월 정씨는 인스타 좋아요 늘리기 공공의료를 확대하라고 외치며 경북 경산에서 서울 청와대까지 370㎞를 두 발로 걸었다. 아들을 잃게 만든 의료공백의 책임을 묻기 위해 경산시와 영남대병원 등 4곳을 상대로 소송도 냈다. 2019년 치료받아 나은 줄 알았던 직장암이 지난해 재발했다.
아들의 죽음으로부터 약 4년이 흐른 지금 정씨는 공공의료 수준이 퇴보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19일 경향신문과 통화에서 국가가 하라는 대로 다 따랐다. 기저질환 하나 없던 건강한 학생이 치료받지 못하고 방치됐다가 폐렴으로 숨졌다라면서 지금도 ‘응급실 뺑뺑이’를 돌다가 사망하는 이들이 나오는 게 우리 의료시스템의 민낯이라고 말했다.
사회 취약 계층을 주로 진료하던 공공병원은 코로나 대유행 시기 환자들을 대거 떠맡았다. 24시간 운영을 위해 인력 등 자원이 총동원됐고 병원의 적자 폭도 커졌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민간병원은 일반환자를 못 보게 될까봐 코로나 환자를 잘 받지 않으로 하다보니 주로 공공병원이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지정됐다라면서 한국은 초기 방역을 잘했지만 공공병원 부족으로 대응 능력이 떨어졌다라고 말했다.
공공병원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의 의료손실은 2019년 340억원에서 2020년 703억원, 2021년 577억원, 2022년 727억원으로 늘었다. 서울적십자병원은 2019년 54억원에서 2020년 354억원, 서울의료원은 2019년 288억원에서 2020년 828억원으로 적자가 커졌다. 두 병원 감염병·코로나 전담병원으로 운영됐다.
이서영 좋은공공병원만들기 운동본부 활동가는 전 정부 때 공공의료 이야기가 많이 나왔지만 실질적으로 병상이 늘어난 건 아니었다라면서 오히려 코로나 시기 민간 종합병원들이 분원을 설립하는 등 몸집을 크게 불렸고 공공병원 비중은 코로나 전보다 줄어들었다라고 밝혔다.
지난해 5월 엔데믹 선언 이후로도 공공병원의 재정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코로나 전담병원인 전남 강진의료원에서는 재정난으로 임금체불까지 발생했다. 이선희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은 코로나 발생 전인 2019년 70~80% 정도였던 공공병상 가동률은 현재 50% 수준이라면서 관리비나 약제비 지출을 최대한 줄이고,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아서 메우는 상황이라고 했다.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공공병원 회복기 지원예산으로 1000억원이 책정됐다. 이를 위해 공공병원 관계자들이 단식투쟁까지 나섰지만 필요한 예산에는 한참 못 미치는 규모라는 게 현장 반응이다. 곽경선 보건의료노조 사무처장은 공공병원 회복에 지원한 1000억원은 석 달 정도 버티는 수준이라며 앞으로도 감염병은 계속 발생할 텐데 그때마다 땜질식 지원으로는 위기를 극복하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한국 의료 체계는 민간과 공공의 격차가 크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공공병상 비중은 9.6%에 불과하다. 민간 병상이 공공에 비해 9배 이상 많다. 2018년 기준 공공병상이 40.7%인 독일이나 27.2%인 일본에 비해 턱없이 적다.
지역별 격차도 크다. 전진한 국장은 울산, 광주 등 대도시에도 공공병원이 없다라면서 코로나 때 이런 대도시 환자들도 다른 지역으로 이송해야 했다라고 했다.
울산의료원과 광주의료원 건립 사업은 지난해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탈락하면서 무산됐다. 이서영 활동가는 학교 같은 공공사업은 수익성이 목표가 아니기 때문에 예타를 면제받는데 공공병원에는 이 같은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전진한 국장은 예타는 사람을 살렸을 때 편익에 가치를 매겨 조사하는 것이라면서 노동 가치가 적은 80대 노인은 400만원, 30대는 4억원이라는 식으로 생명의 비용을 측정하는 비인간적 계산법이라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지원도 기대하기 어렵다. 이 부위원장은 손실을 메우려면 3~4년 정도 지원이 필요한데 지방자치단체 별로 재정자립도 차이가 커 입장이 제각각이라면서 일부 지자체는 ‘중앙정부에서 벌인 일인데 왜 지자체가 손실을 떠맡느냐’는 식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윤 중심의 의료 체계가 바뀌지 않는다면 다가올 팬데믹도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이선희 부위원장은 현 정부는 의료 산업화 정책을 펼치면서 공공의료는 언급 자체를 꺼리고 있다면서 의사 수를 늘린다면 공공의대 등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 의사를 늘리는 정책도 동반돼야 한다고 했다.
2021년 2월 정씨는 인스타 좋아요 늘리기 공공의료를 확대하라고 외치며 경북 경산에서 서울 청와대까지 370㎞를 두 발로 걸었다. 아들을 잃게 만든 의료공백의 책임을 묻기 위해 경산시와 영남대병원 등 4곳을 상대로 소송도 냈다. 2019년 치료받아 나은 줄 알았던 직장암이 지난해 재발했다.
아들의 죽음으로부터 약 4년이 흐른 지금 정씨는 공공의료 수준이 퇴보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19일 경향신문과 통화에서 국가가 하라는 대로 다 따랐다. 기저질환 하나 없던 건강한 학생이 치료받지 못하고 방치됐다가 폐렴으로 숨졌다라면서 지금도 ‘응급실 뺑뺑이’를 돌다가 사망하는 이들이 나오는 게 우리 의료시스템의 민낯이라고 말했다.
사회 취약 계층을 주로 진료하던 공공병원은 코로나 대유행 시기 환자들을 대거 떠맡았다. 24시간 운영을 위해 인력 등 자원이 총동원됐고 병원의 적자 폭도 커졌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민간병원은 일반환자를 못 보게 될까봐 코로나 환자를 잘 받지 않으로 하다보니 주로 공공병원이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지정됐다라면서 한국은 초기 방역을 잘했지만 공공병원 부족으로 대응 능력이 떨어졌다라고 말했다.
공공병원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의 의료손실은 2019년 340억원에서 2020년 703억원, 2021년 577억원, 2022년 727억원으로 늘었다. 서울적십자병원은 2019년 54억원에서 2020년 354억원, 서울의료원은 2019년 288억원에서 2020년 828억원으로 적자가 커졌다. 두 병원 감염병·코로나 전담병원으로 운영됐다.
이서영 좋은공공병원만들기 운동본부 활동가는 전 정부 때 공공의료 이야기가 많이 나왔지만 실질적으로 병상이 늘어난 건 아니었다라면서 오히려 코로나 시기 민간 종합병원들이 분원을 설립하는 등 몸집을 크게 불렸고 공공병원 비중은 코로나 전보다 줄어들었다라고 밝혔다.
지난해 5월 엔데믹 선언 이후로도 공공병원의 재정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코로나 전담병원인 전남 강진의료원에서는 재정난으로 임금체불까지 발생했다. 이선희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은 코로나 발생 전인 2019년 70~80% 정도였던 공공병상 가동률은 현재 50% 수준이라면서 관리비나 약제비 지출을 최대한 줄이고,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아서 메우는 상황이라고 했다.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공공병원 회복기 지원예산으로 1000억원이 책정됐다. 이를 위해 공공병원 관계자들이 단식투쟁까지 나섰지만 필요한 예산에는 한참 못 미치는 규모라는 게 현장 반응이다. 곽경선 보건의료노조 사무처장은 공공병원 회복에 지원한 1000억원은 석 달 정도 버티는 수준이라며 앞으로도 감염병은 계속 발생할 텐데 그때마다 땜질식 지원으로는 위기를 극복하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한국 의료 체계는 민간과 공공의 격차가 크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공공병상 비중은 9.6%에 불과하다. 민간 병상이 공공에 비해 9배 이상 많다. 2018년 기준 공공병상이 40.7%인 독일이나 27.2%인 일본에 비해 턱없이 적다.
지역별 격차도 크다. 전진한 국장은 울산, 광주 등 대도시에도 공공병원이 없다라면서 코로나 때 이런 대도시 환자들도 다른 지역으로 이송해야 했다라고 했다.
울산의료원과 광주의료원 건립 사업은 지난해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탈락하면서 무산됐다. 이서영 활동가는 학교 같은 공공사업은 수익성이 목표가 아니기 때문에 예타를 면제받는데 공공병원에는 이 같은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전진한 국장은 예타는 사람을 살렸을 때 편익에 가치를 매겨 조사하는 것이라면서 노동 가치가 적은 80대 노인은 400만원, 30대는 4억원이라는 식으로 생명의 비용을 측정하는 비인간적 계산법이라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지원도 기대하기 어렵다. 이 부위원장은 손실을 메우려면 3~4년 정도 지원이 필요한데 지방자치단체 별로 재정자립도 차이가 커 입장이 제각각이라면서 일부 지자체는 ‘중앙정부에서 벌인 일인데 왜 지자체가 손실을 떠맡느냐’는 식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윤 중심의 의료 체계가 바뀌지 않는다면 다가올 팬데믹도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이선희 부위원장은 현 정부는 의료 산업화 정책을 펼치면서 공공의료는 언급 자체를 꺼리고 있다면서 의사 수를 늘린다면 공공의대 등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 의사를 늘리는 정책도 동반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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