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는 한 이불을 덮어야 한다? ‘나 혼자 자는’ 커플이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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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지훈 작성일24-02-24 08:20 조회2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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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조우종은 최근 한 TV 프로그램에서 피치 못할 사정으로 가족들과 떨어져 산다고 고백했다. 잠귀가 밝은 아내와 아이가 자신의 이른 출근에 깨지 않도록 현관 앞 작은방에서 지내고 있다는 점을 돌려 말한 것이다. 개그맨 염경환 역시 아내가 아닌 장인어른과 동거 중이라고 밝혔다. 가족 구성원 수가 방 개수보다 많아 위층을 사무실 겸 숙소로 활용하게 됐는데 그 과정에서 장인어른의 요청으로 함께 생활하게 됐다고 했다.
비단 연예인에 국한된 특별한 사례가 아니다. ‘부부는 한 이불을 덮고 자야 한다’는 불문율이 깨지고 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침대를 따로 사용하는 부부, 괜찮을까요’와 같은 질문이 쏟아지고 저마다의 경험담을 주고받는 댓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가구 시장의 변화 역시 주목해볼 만하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5년 사이 2인용 더블침대가 아닌 1인용 트윈 침대 판매량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분리형 전동 침대 등 각자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제품들도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철학자 칼릴 지브란은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그래서 창공의 바람이 너희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고 조언했다. 수면이혼부터 각방살이·각집살이까지 모습은 다르지만 수면의 질을 위해 ‘거리 두기’를 자처한 이들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을까. 서로의 습관과 공간을 존중하며 관계를 돈독하게 채워가는 이들을 만나봤다.
신혼 때는 눈에 콩깍지가 씌어 사랑으로 극복할 수 있는 문제라고 착각했어요. 1년이 지났을 때부터 고비가 오더라고요.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불안불안했던 시한폭탄 같은 시기가 찾아온 거죠.
결혼 5년 차 김민석(39)·조혜영(35)씨 부부는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날마다 이혼이라는 단어를 언급할 만큼 ‘위기의 부부’로 지냈다. 속사정은 이랬다. 학창 시절 교통사고로 발목을 수술한 김씨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발에 닿는 모든 것을 강하게 차내는 잠버릇이 있다. 물리 치료와 심리 치료도 시도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김씨는 결혼 전엔 심각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다 하루는 아내가 시퍼렇게 멍든 정강이와 배를 보여주는데 ‘올 것이 왔구나’하는 생각이 들더라. 스트레스나 피로가 쌓이는 날에는 그 강도가 세졌는데 그러다 보니 나는 나대로, 아내는 아내대로 잠을 설치는 날들이 늘어났다고 털어놨다. 괴로운 건 조씨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내가 속이 좁은 건 아닐까 여러 차례 자책도 했다. 그런데 겪어보지 않은 이들은 모른다. 아침 일찍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해야 하는데 깊은 잠에 빠지지 못하니 수시로 깼다. 뒤척이다 불면증이 생겼고 성격도 예민해졌다고 말했다.
여파는 일상생활에서도 이어졌다. 모든 말에 가시가 돋았고 누적된 갈등은 감정싸움으로 번졌다. 왜 이것도 하나 배려해주지 못하느냐로 시작한 서운함이 결국엔 ‘이렇게는 못 산다’로 끝이 났다. 김씨와 조씨의 해결책은 침대였다. 두 사람은 신혼살림으로 구매했던 퀸사이즈 침대를 정리하고 슈퍼싱글 침대 2개를 들였다.
인터넷으로 검색하다 보니 우리와 비슷한 사정으로 고민하는 부부들이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각자의 침대를 사용하면서 관계가 개선됐다는 후기를 보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침대를 바꿔봤어요.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숙면의 시간이 길어지며 두 사람의 마음에도 여유가 찾아왔다. 오가는 말부터 달라졌다. 자연스럽게 대화가 많아졌고 스킨십도 늘었다. 김씨는 부부가 한 침대에서 자야 한다는 법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우리는 왜 그 틀을 깨지 못했을까라고 종종 이야기한다며 두 침대 간격이 1m 정도 된다. 물리적 거리는 멀어졌을지 몰라도 심리적 거리는 그만큼 가까워진 것 같다. ‘수면이혼’으로 ‘진짜 이혼’을 막은 셈이라고 회상했다.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고 한 사람의 일방적인 인내와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 더 큰 잘못 아닐까요?
캠퍼스 커플로 만나 인생의 절반 이상을 함께해온 박영환(53)·이선희(53)씨 부부는 서로를 천생연분이라 여기며 살아왔다. 이런 두 사람이 유일하게 극복할 수 없었던 단 하나의 문제는 바로 잠자리 온도 차였다.
추위를 많이 타는 이씨는 한여름에도 도톰한 이불을 덮고 잔다. 반면 남편 박씨는 땀이 많은 체질이다. 영하의 날씨에도 반소매 티셔츠를 입고 지낼 정도로 열이 많아 늦봄부터 에어컨과 선풍기를 켜는 것이 일상이다.
낮에는 각자의 일을 하고, 공간을 분리해 지내다 보니 견딜 만했다. 문제는 밤이었다. 박씨는 사시사철 전기장판을 깔아두고 껐다 켜기를 반복하는 이씨를 이해하기 힘들었다. 반대로 이씨는 온도 조절에 실패한 날이면 어김없이 면역력이 떨어져 몸살을 앓는 자신을 배려해주지 않는 남편이 원망스러웠다.
이씨는 서로 선호하는 침구를 사용한다든가, 창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 식의 노력을 해봤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진 못했다. 습관과 체질이 다른 데서 발생한 문제이다 보니 중간을 찾는 것이 무의미했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이 합의한 묘안은 ‘각방살이’였다. 현재 두 사람은 침실 외에 서재에 침대 하나를 더 두고 각자의 공간에서 잠을 자는 것으로 7년 차 숙면 생활을 유지 중이다.
박씨는 처음부터 반긴 것은 아니다. 아내가 각방살이를 제안했을 땐 나에 대한 거부, 내 결혼 생활에 대한 부정처럼 느껴져 거부감이 들었다. 보통의 한국 남자라면 공감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대화를 하면 할수록 반대할 명분이 없더라. 게다가 그동안 말하지 못했을 뿐 빛, 소리 등에 대한 간극도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됐다. 지금은 내가 더 만족한다. 취침 전 TV나 스마트폰을 마음대로 볼 수도 있다는 점이 가장 좋다고 전했다.
두 사람은 달라진 시선에 대해서도 체감한다고 했다. 이씨는 예전에는 ‘우리 각방 써’ 하면 일단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각방’과 ‘관계에 문제 있는 부부’가 동일시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에는 ‘와, 부럽다’라는 반응이 더 크다면서 남편이 코를 심하게 골아 힘들다는 직장 후배에게도 ‘각방살이’를 추천해줬는데 금실이 더 좋아져 둘째를 가졌다고 했다며 웃었다.
때아닌 분리 수면 예찬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따로 또 같이’ 생활하는 부부의 사례는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으로 공감을 얻고 있는 라이프 패턴 중 하나다.
실제로 인스타그램, 틱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수면 이혼(#Sleep Divorce)’을 검색하면 코골이 등의 잠버릇, 숙면 조건, 수면 시간의 차이 등을 이유로 분리 수면을 시도한 이들의 다양한 성공담이 쏟아진다. 수면 이혼이란 인스타 좋아요 구매 당사자들이 충분한 논의를 거쳐 의식적으로 별도의 침대, 침실에서 잠을 자거나 이 밖에 다른 형태로 자발적 수면 분리를 선택하는 것을 뜻한다.
이처럼 분리 수면이 트렌드로 자리 잡은 데에는 코로나19 이후 건강한 삶의 중요성과 이를 위한 숙면의 필요성이 강조됐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더불어 가족 형태와 라이프 스타일의 다양성이 증가하며 성에 대한 인식이 유연해지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부부 잠자리를 예전처럼 ‘부끄러운 것’ ‘은밀한 것’으로 여기지 않고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논의해야 하는 것으로 보는 분위기가 분리 수면의 붐을 일으켰다는 의미다.
분리 수면에 따른 긍정 효과는 여러 연구 결과를 통해서도 입증되고 있다. 지난해 미국수면의학회(AASM)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분의 1 이상이 숙면을 하기 위해 파트너와 다른 방에서 가끔 또는 지속해서 잠을 자는 이른바 ‘수면 이혼(Sleep Divorce)’ 중이라고 답했다. 학회는 수면 이혼은 수면의 질을 보장해 건강 상태를 개선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고 상대방과의 관계까지 개선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수면의 질이 좋지 않으면 수면 장애를 일으키는 사람에 대한 분노가 발생해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 근거다.
세대별로는 밀레니얼 세대(27~42세) 43%로 가장 많다. 이어 X세대(43~58세)의 33%가, Z세대(18~26세) 28%가, 베이비붐 세대(59~76세)의 22%가 각방을 쓴다고 응답했다. 영국 BBC는 이와 관련한 기사를 전하며 밀레니얼 세대가 왜 침실 분리를 더 선호하는지 그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커플의 분리 수면에 대한 낙인이 덜하다는 가설을 세워볼 수는 있다면서 문화가 바뀌고 있다. 해당 세대는 ‘수면의 질이 높아지면 기분이 더 좋아지는데 왜 안 돼?’라는 식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분리 수면이 부부의 성생활을 방해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수면과학 코치이자 ‘슬립 어드바이저’의 편집인 질 즈와렌스테인은 잠이 부족하면 에스트로겐, 테스토스테론과 같은 호르몬이 떨어진다. 이런 호르몬의 불균형은 성욕과 에너지를 감소시키고 파트너와의 친밀한 시간을 방해한다고 강조한다. 영국 코골이 및 수면 무호흡협회 역시 따로 자는 커플 중 34%가 이전보다 성생활의 질이나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발표했다.
콜린 패럴리 역사 전문가는 분리 수면이 건강과 부의 상징이었다고 정리한다. 그는 1850년대에서 1950년대 사이 거의 한 세기 동안 개인별 침대가 더블 침대보다 더 건강하고 현대적인 옵션으로 간주됐다며 나아가 일부 사회에서는 가구 내에 별도의 침실이 있는 것은 부유한 가구나 귀족층의 특권으로 여겨졌다. 서로 다른 방에서 잠을 잘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공간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인식은 산업화가 진행됨에 따라 공간이 귀해지면서 힘을 잃었다고 언급했다.
할리우드 스타 캐머런 디아즈는 지난겨울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나에겐 내 집이 있고, 남편에겐 그의 집이 있다. 우리 가족의 공간은 집 중앙에 있다. 그곳은 우리가 가족관계를 위해 모일 수 있는 곳이라며 각자의 방에서 자도 괜찮다. 부부가 침실을 따로 쓰는 것을 정상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해 주목받았다.
이는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의 소장인 김용섭 트렌드 분석가의 견해와도 일치한다. 김 소장은 자신의 저서 <라이프 트렌드 2024>에서 올해의 주목 키워드로 ‘각집살이’를 꼽으며 이는 단지 거주에 그치지 않고 라이프스타일과 취향, 효율성까지 포괄하는 문제라고 기술했다. 그는 별거는 관계의 단절을 의미하지만 각집살이는 관계를 유지하면서 서로의 취향을 존중해주는 의미가 있다. 이를 통해 한국 사회는 더 다양한 가족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정우진(45)·김민(42)씨 부부는 각각 서울과 제주에서 4년째 각집살이 중이다. 건강상의 이유로 제주에서 사는 김씨는 처음 2년은 함께 살았다. 그래도 부부인데 함께 살아야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 토박이인 남편은 제주살이를 힘들어했고, 때마침 이직 제안을 받으며 결단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부부는 매일 통화하기, 각자의 집에 번갈아가며 오가기 등 소소한 규칙을 정했다. 김씨는 남편에게 굉장히 의존하는 스타일이었는데 혼자 살면서 자존감이 높아졌다. 두 집 살림 비용이 두 배로 든다는 점을 빼고는 단점이 없다고 말했다. 정씨도 이렇게 살다가 관계가 소원해진다는 걱정을 많이 하시는데, 오히려 떨어져 사니까 애틋함이 더 커졌다고 전했다.
<각방예찬>의 저자이자 부부관계 전문 사회학자인 장클로드 카우프만은 침대는 사랑을 나누고 다투고 웃고 울고 고뇌하고 기뻐하는 등 아주 많은 일이 벌어지는 작은 세계 그 자체다. 인스타 좋아요 구매 그 과정에서 부부관계는 흥망성쇠를 겪는다며 더 잘 사랑하려면 떨어져서 자야 한다. 같이 자는 한 침대는 사랑을 죽일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역설한다.
다만 분리된 침대가 모든 커플에게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박영득(71)·최여혜(69)씨 부부는 지난가을, 19년 만에 다시 합방 생활을 시작했다. 최씨가 갑작스럽게 뇌졸중으로 쓰러지는 일을 경험하면서다. 부부는 보호자의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조언에 따라 한방을 쓰게 됐다.
최씨는 아이들이 독립하면서 각방살이를 시작했다. 처음엔 잠귀가 밝은 데다 혼자 잠드는 것이 습관이 되다 보니 누가 옆에 있는 것이 불편하더라면서 지금은 옆에 누군가가 있다는 안도감이 더 크다. 신뢰가 돈독해지니 부부간 대화가 늘고 관계도 좋아졌다.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는 셈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대다수는 부부의 분리 수면이 상황에 따라 관계 회복에 도움이 되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단순히 유행으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함께 잠드는 것이 불편해진 이유, 즉 그 속에 담긴 이중적인 메시지부터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주은 부부가족상담센터장은 따로 자는 것과 친밀감을 유지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침대나 인스타 좋아요 구매 방을 따로 쓰는 것이 갈등을 회피하기 위한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따로 생활하더라도 최소 하루 10분 정도는 육체적·정신적 교류를 통해 내적 친밀도를 높이길 권한다. 맹목적인 잠자리 분리는 ‘졸혼’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평등한 조건에서의 사전 논의, 충분한 공감도 전제돼야 한다. 이 센터장은 부부는 일심동체가 아니라 일심이체다. 우리 사회에 뿌리내린 ‘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다’ ‘부부는 한 이불을 덮고 같이 자야 한다’는 말속에는 여성의 희생이 내재해 있는 경우가 많다며 감정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채 육체적 쾌락으로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은 무척 폭력적인 발상이다. 분리 수면은 친밀한 관계를 바탕으로 쌍방의 합의와 협의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수연 성신여대 심리학과 교수 역시 과거에는 수면이 개인적이고 내적인 과정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특히 한국 사회는 자녀의 수면 독립이 늦은 편이고 잠자리에 대한 불만족을 곧 상대에 대한 거부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면서 부부의 수면 문제는 성 문제와 유사하다. 말을 안 하면 서로 모른다. 불편한 점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면서 해결해 나가는 것이 장기적으로 관계 해결에도 도움이 된다.
비단 연예인에 국한된 특별한 사례가 아니다. ‘부부는 한 이불을 덮고 자야 한다’는 불문율이 깨지고 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침대를 따로 사용하는 부부, 괜찮을까요’와 같은 질문이 쏟아지고 저마다의 경험담을 주고받는 댓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가구 시장의 변화 역시 주목해볼 만하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5년 사이 2인용 더블침대가 아닌 1인용 트윈 침대 판매량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분리형 전동 침대 등 각자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제품들도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철학자 칼릴 지브란은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그래서 창공의 바람이 너희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고 조언했다. 수면이혼부터 각방살이·각집살이까지 모습은 다르지만 수면의 질을 위해 ‘거리 두기’를 자처한 이들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을까. 서로의 습관과 공간을 존중하며 관계를 돈독하게 채워가는 이들을 만나봤다.
신혼 때는 눈에 콩깍지가 씌어 사랑으로 극복할 수 있는 문제라고 착각했어요. 1년이 지났을 때부터 고비가 오더라고요.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불안불안했던 시한폭탄 같은 시기가 찾아온 거죠.
결혼 5년 차 김민석(39)·조혜영(35)씨 부부는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날마다 이혼이라는 단어를 언급할 만큼 ‘위기의 부부’로 지냈다. 속사정은 이랬다. 학창 시절 교통사고로 발목을 수술한 김씨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발에 닿는 모든 것을 강하게 차내는 잠버릇이 있다. 물리 치료와 심리 치료도 시도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김씨는 결혼 전엔 심각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다 하루는 아내가 시퍼렇게 멍든 정강이와 배를 보여주는데 ‘올 것이 왔구나’하는 생각이 들더라. 스트레스나 피로가 쌓이는 날에는 그 강도가 세졌는데 그러다 보니 나는 나대로, 아내는 아내대로 잠을 설치는 날들이 늘어났다고 털어놨다. 괴로운 건 조씨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내가 속이 좁은 건 아닐까 여러 차례 자책도 했다. 그런데 겪어보지 않은 이들은 모른다. 아침 일찍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해야 하는데 깊은 잠에 빠지지 못하니 수시로 깼다. 뒤척이다 불면증이 생겼고 성격도 예민해졌다고 말했다.
여파는 일상생활에서도 이어졌다. 모든 말에 가시가 돋았고 누적된 갈등은 감정싸움으로 번졌다. 왜 이것도 하나 배려해주지 못하느냐로 시작한 서운함이 결국엔 ‘이렇게는 못 산다’로 끝이 났다. 김씨와 조씨의 해결책은 침대였다. 두 사람은 신혼살림으로 구매했던 퀸사이즈 침대를 정리하고 슈퍼싱글 침대 2개를 들였다.
인터넷으로 검색하다 보니 우리와 비슷한 사정으로 고민하는 부부들이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각자의 침대를 사용하면서 관계가 개선됐다는 후기를 보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침대를 바꿔봤어요.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숙면의 시간이 길어지며 두 사람의 마음에도 여유가 찾아왔다. 오가는 말부터 달라졌다. 자연스럽게 대화가 많아졌고 스킨십도 늘었다. 김씨는 부부가 한 침대에서 자야 한다는 법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우리는 왜 그 틀을 깨지 못했을까라고 종종 이야기한다며 두 침대 간격이 1m 정도 된다. 물리적 거리는 멀어졌을지 몰라도 심리적 거리는 그만큼 가까워진 것 같다. ‘수면이혼’으로 ‘진짜 이혼’을 막은 셈이라고 회상했다.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고 한 사람의 일방적인 인내와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 더 큰 잘못 아닐까요?
캠퍼스 커플로 만나 인생의 절반 이상을 함께해온 박영환(53)·이선희(53)씨 부부는 서로를 천생연분이라 여기며 살아왔다. 이런 두 사람이 유일하게 극복할 수 없었던 단 하나의 문제는 바로 잠자리 온도 차였다.
추위를 많이 타는 이씨는 한여름에도 도톰한 이불을 덮고 잔다. 반면 남편 박씨는 땀이 많은 체질이다. 영하의 날씨에도 반소매 티셔츠를 입고 지낼 정도로 열이 많아 늦봄부터 에어컨과 선풍기를 켜는 것이 일상이다.
낮에는 각자의 일을 하고, 공간을 분리해 지내다 보니 견딜 만했다. 문제는 밤이었다. 박씨는 사시사철 전기장판을 깔아두고 껐다 켜기를 반복하는 이씨를 이해하기 힘들었다. 반대로 이씨는 온도 조절에 실패한 날이면 어김없이 면역력이 떨어져 몸살을 앓는 자신을 배려해주지 않는 남편이 원망스러웠다.
이씨는 서로 선호하는 침구를 사용한다든가, 창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 식의 노력을 해봤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진 못했다. 습관과 체질이 다른 데서 발생한 문제이다 보니 중간을 찾는 것이 무의미했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이 합의한 묘안은 ‘각방살이’였다. 현재 두 사람은 침실 외에 서재에 침대 하나를 더 두고 각자의 공간에서 잠을 자는 것으로 7년 차 숙면 생활을 유지 중이다.
박씨는 처음부터 반긴 것은 아니다. 아내가 각방살이를 제안했을 땐 나에 대한 거부, 내 결혼 생활에 대한 부정처럼 느껴져 거부감이 들었다. 보통의 한국 남자라면 공감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대화를 하면 할수록 반대할 명분이 없더라. 게다가 그동안 말하지 못했을 뿐 빛, 소리 등에 대한 간극도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됐다. 지금은 내가 더 만족한다. 취침 전 TV나 스마트폰을 마음대로 볼 수도 있다는 점이 가장 좋다고 전했다.
두 사람은 달라진 시선에 대해서도 체감한다고 했다. 이씨는 예전에는 ‘우리 각방 써’ 하면 일단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각방’과 ‘관계에 문제 있는 부부’가 동일시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에는 ‘와, 부럽다’라는 반응이 더 크다면서 남편이 코를 심하게 골아 힘들다는 직장 후배에게도 ‘각방살이’를 추천해줬는데 금실이 더 좋아져 둘째를 가졌다고 했다며 웃었다.
때아닌 분리 수면 예찬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따로 또 같이’ 생활하는 부부의 사례는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으로 공감을 얻고 있는 라이프 패턴 중 하나다.
실제로 인스타그램, 틱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수면 이혼(#Sleep Divorce)’을 검색하면 코골이 등의 잠버릇, 숙면 조건, 수면 시간의 차이 등을 이유로 분리 수면을 시도한 이들의 다양한 성공담이 쏟아진다. 수면 이혼이란 인스타 좋아요 구매 당사자들이 충분한 논의를 거쳐 의식적으로 별도의 침대, 침실에서 잠을 자거나 이 밖에 다른 형태로 자발적 수면 분리를 선택하는 것을 뜻한다.
이처럼 분리 수면이 트렌드로 자리 잡은 데에는 코로나19 이후 건강한 삶의 중요성과 이를 위한 숙면의 필요성이 강조됐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더불어 가족 형태와 라이프 스타일의 다양성이 증가하며 성에 대한 인식이 유연해지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부부 잠자리를 예전처럼 ‘부끄러운 것’ ‘은밀한 것’으로 여기지 않고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논의해야 하는 것으로 보는 분위기가 분리 수면의 붐을 일으켰다는 의미다.
분리 수면에 따른 긍정 효과는 여러 연구 결과를 통해서도 입증되고 있다. 지난해 미국수면의학회(AASM)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분의 1 이상이 숙면을 하기 위해 파트너와 다른 방에서 가끔 또는 지속해서 잠을 자는 이른바 ‘수면 이혼(Sleep Divorce)’ 중이라고 답했다. 학회는 수면 이혼은 수면의 질을 보장해 건강 상태를 개선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고 상대방과의 관계까지 개선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수면의 질이 좋지 않으면 수면 장애를 일으키는 사람에 대한 분노가 발생해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 근거다.
세대별로는 밀레니얼 세대(27~42세) 43%로 가장 많다. 이어 X세대(43~58세)의 33%가, Z세대(18~26세) 28%가, 베이비붐 세대(59~76세)의 22%가 각방을 쓴다고 응답했다. 영국 BBC는 이와 관련한 기사를 전하며 밀레니얼 세대가 왜 침실 분리를 더 선호하는지 그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커플의 분리 수면에 대한 낙인이 덜하다는 가설을 세워볼 수는 있다면서 문화가 바뀌고 있다. 해당 세대는 ‘수면의 질이 높아지면 기분이 더 좋아지는데 왜 안 돼?’라는 식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분리 수면이 부부의 성생활을 방해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수면과학 코치이자 ‘슬립 어드바이저’의 편집인 질 즈와렌스테인은 잠이 부족하면 에스트로겐, 테스토스테론과 같은 호르몬이 떨어진다. 이런 호르몬의 불균형은 성욕과 에너지를 감소시키고 파트너와의 친밀한 시간을 방해한다고 강조한다. 영국 코골이 및 수면 무호흡협회 역시 따로 자는 커플 중 34%가 이전보다 성생활의 질이나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발표했다.
콜린 패럴리 역사 전문가는 분리 수면이 건강과 부의 상징이었다고 정리한다. 그는 1850년대에서 1950년대 사이 거의 한 세기 동안 개인별 침대가 더블 침대보다 더 건강하고 현대적인 옵션으로 간주됐다며 나아가 일부 사회에서는 가구 내에 별도의 침실이 있는 것은 부유한 가구나 귀족층의 특권으로 여겨졌다. 서로 다른 방에서 잠을 잘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공간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인식은 산업화가 진행됨에 따라 공간이 귀해지면서 힘을 잃었다고 언급했다.
할리우드 스타 캐머런 디아즈는 지난겨울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나에겐 내 집이 있고, 남편에겐 그의 집이 있다. 우리 가족의 공간은 집 중앙에 있다. 그곳은 우리가 가족관계를 위해 모일 수 있는 곳이라며 각자의 방에서 자도 괜찮다. 부부가 침실을 따로 쓰는 것을 정상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해 주목받았다.
이는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의 소장인 김용섭 트렌드 분석가의 견해와도 일치한다. 김 소장은 자신의 저서 <라이프 트렌드 2024>에서 올해의 주목 키워드로 ‘각집살이’를 꼽으며 이는 단지 거주에 그치지 않고 라이프스타일과 취향, 효율성까지 포괄하는 문제라고 기술했다. 그는 별거는 관계의 단절을 의미하지만 각집살이는 관계를 유지하면서 서로의 취향을 존중해주는 의미가 있다. 이를 통해 한국 사회는 더 다양한 가족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정우진(45)·김민(42)씨 부부는 각각 서울과 제주에서 4년째 각집살이 중이다. 건강상의 이유로 제주에서 사는 김씨는 처음 2년은 함께 살았다. 그래도 부부인데 함께 살아야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 토박이인 남편은 제주살이를 힘들어했고, 때마침 이직 제안을 받으며 결단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부부는 매일 통화하기, 각자의 집에 번갈아가며 오가기 등 소소한 규칙을 정했다. 김씨는 남편에게 굉장히 의존하는 스타일이었는데 혼자 살면서 자존감이 높아졌다. 두 집 살림 비용이 두 배로 든다는 점을 빼고는 단점이 없다고 말했다. 정씨도 이렇게 살다가 관계가 소원해진다는 걱정을 많이 하시는데, 오히려 떨어져 사니까 애틋함이 더 커졌다고 전했다.
<각방예찬>의 저자이자 부부관계 전문 사회학자인 장클로드 카우프만은 침대는 사랑을 나누고 다투고 웃고 울고 고뇌하고 기뻐하는 등 아주 많은 일이 벌어지는 작은 세계 그 자체다. 인스타 좋아요 구매 그 과정에서 부부관계는 흥망성쇠를 겪는다며 더 잘 사랑하려면 떨어져서 자야 한다. 같이 자는 한 침대는 사랑을 죽일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역설한다.
다만 분리된 침대가 모든 커플에게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박영득(71)·최여혜(69)씨 부부는 지난가을, 19년 만에 다시 합방 생활을 시작했다. 최씨가 갑작스럽게 뇌졸중으로 쓰러지는 일을 경험하면서다. 부부는 보호자의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조언에 따라 한방을 쓰게 됐다.
최씨는 아이들이 독립하면서 각방살이를 시작했다. 처음엔 잠귀가 밝은 데다 혼자 잠드는 것이 습관이 되다 보니 누가 옆에 있는 것이 불편하더라면서 지금은 옆에 누군가가 있다는 안도감이 더 크다. 신뢰가 돈독해지니 부부간 대화가 늘고 관계도 좋아졌다.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는 셈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대다수는 부부의 분리 수면이 상황에 따라 관계 회복에 도움이 되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단순히 유행으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함께 잠드는 것이 불편해진 이유, 즉 그 속에 담긴 이중적인 메시지부터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주은 부부가족상담센터장은 따로 자는 것과 친밀감을 유지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침대나 인스타 좋아요 구매 방을 따로 쓰는 것이 갈등을 회피하기 위한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따로 생활하더라도 최소 하루 10분 정도는 육체적·정신적 교류를 통해 내적 친밀도를 높이길 권한다. 맹목적인 잠자리 분리는 ‘졸혼’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평등한 조건에서의 사전 논의, 충분한 공감도 전제돼야 한다. 이 센터장은 부부는 일심동체가 아니라 일심이체다. 우리 사회에 뿌리내린 ‘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다’ ‘부부는 한 이불을 덮고 같이 자야 한다’는 말속에는 여성의 희생이 내재해 있는 경우가 많다며 감정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채 육체적 쾌락으로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은 무척 폭력적인 발상이다. 분리 수면은 친밀한 관계를 바탕으로 쌍방의 합의와 협의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수연 성신여대 심리학과 교수 역시 과거에는 수면이 개인적이고 내적인 과정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특히 한국 사회는 자녀의 수면 독립이 늦은 편이고 잠자리에 대한 불만족을 곧 상대에 대한 거부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면서 부부의 수면 문제는 성 문제와 유사하다. 말을 안 하면 서로 모른다. 불편한 점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면서 해결해 나가는 것이 장기적으로 관계 해결에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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