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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연의 색다른 인터뷰] “대통령은 공수표, 한동훈은 헛공약…메가서울 혼란 누가 책임질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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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지훈 작성일24-02-22 07:24 조회2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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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경기도지사
집권여당이 ‘메가시티 서울’ 공약을 내걸고 김포시 등의 서울 편입론으로 경기도 표심을 공략하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잇따라 김포와 의정부를 방문해 목련이 피는 봄이 오면 김포가 서울이 될 것이라거나 22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서울 편입·경기 분도 원샷법을 발의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정작 핵심 공약으로 경기북부특별자치도를 2년 가까이 추진해온 김동연 경기지사(67)와는 전혀 협의되지 않은 내용이다.
‘흙수저 신화’의 입지전적 인물로 잘 알려진 김 지사는 노무현 정부부터 문재인 정부까지 진영을 넘나들며 대한민국 경제정책을 수립한 정통 관료 출신이다.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서 총리직을 제안받고, 직접 후보로 나섰다가 중도 사퇴한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영입전쟁을 벌였을 만큼 진영논리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이념’보다 ‘가치’와 ‘혁신’을 강조해왔다.
그런 그가 요즘 정부·여당 비판에 날을 세우고 있다. 경기도는 서울 편입론뿐만 아니라 재정정책, 기후변화 대응 등 많은 분야에서 정부·여당과 정반대의 행보를 걷고 있다. 지난 16일 경기도청 도지사 집무실에서 김 지사를 만났다.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3일 김포에 가서 목련이 피는 봄이 오면 김포가 서울이 될 것이라며 서울 편입도, 경기 분도도 해당 주민의 뜻을 존중해서 모두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했어요. 16일 의정부에선 22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서울 편입·경기 분도 원샷법을 발의해 추진하겠다고 말했고요.
분명한 것은 한동훈 위원장이 이미지 정치를 하고 있다는 거예요. 지금 한 위원장은 상대방을 악마화하는 증오정치, 헛공약, 그리고 진영과 이념으로 갈라치기를 하고 있습니다. 김포 등의 서울 편입은 헛공약입니다. 나쁜 포퓰리즘의 전형이죠. 그러면 대한민국이 그동안 견지해온 국토균형발전과 지방분권, 지방자치에 대한 철학은 어디로 간 건가요?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부산에 가서 수도권 집중 문제를 언급하고 지방시대를 열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여당 비대위원장은 서울 확장 이야기를 하니, 이런 엇박자와 모순이 또 있을까요? 윤 대통령은 서울 확장에 대한 분명한 답을 내놔야 합니다.
- 왜 그런 엇박자가 난다고 보나요.
윤 대통령은 총선을 앞두고 경기도에 7번, 한동훈 위원장은 5번 왔습니다. 이게 뭘 의미하는 것이겠습니까? 당연히 선거운동이죠. 경기도가 전략지역 중 하나라고 판단한 겁니다. 예를 들어 대통령이 (집토끼라 생각하는) TK(대구·경북)에 가서 민생토론회 했나요? 또 민생토론회라면서 민생은 없고 대통령이 지역 공약만 하고 있잖습니까. 실천 가능성이 희박한 내용을 급조해 마구 던지는 것은 얄팍한 정치적 속임수에 불과해요. 그로 인한 혼란의 사회적 비용은 누가 책임질 것인지, 개탄스러울 뿐입니다.
- 여당은 4·10 총선 이후 김포를 비롯한 경기도 일부 도시의 서울 편입을 위한 주민투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원한다고 다 서울에 편입시킨다면 왜 경기도 지역만 합니까? 강원도나 제주도는 안 되나요? 그리고 한 위원장은 목련이 피는 봄이 오면 김포가 서울이 될 것이라고 말했는데, 행정구역 개편이 그렇게 간단한 일입니까? 한 위원장이 말한 목련은 대체 어느 해 목련을 말하는 건가요?
-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는 김 지사의 역점 사업이죠. 이를 위한 주민투표를 지난해 중앙정부에 요청했는데, 응답이 전혀 없나요.
지금껏 답이 없어 이번 국회에서 처리가 불가능해졌습니다. 지난 2년간 비전과 전략을 수립하고 주민 의견 수렴을 위한 공청회·토론회를 100번 가까이 열었습니다. 국회 토론회도 수차례 했고 도의회 의결까지 다 거쳤죠. 그리고 마지막 단계로 작년 9월에 특별법 제정을 위한 법적 절차인 주민투표 실시에 대한 답을 중앙정부에 공식 요청한 겁니다. 경기 북부 발전에 집권여당이 진정성을 갖고 있다면 경기도가 만든 비전부터 공부하고 경기도가 요청한 주민투표에 응해야죠.
- 30%대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은 어떻게 해석합니까.
그 같은 지지율을 국가 신용등급에 비유하자면 ‘C-’ 수준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거의 모라토리엄(채무지불유예)에 해당하죠.
-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공개된 KBS와의 신년 대담에서 자신의 지지율이 낮은 것에 대해 국제 금리가 높고 하다 보니 외국도 경기가 많이 위축돼 있다. 전 세계 정상들의 지지율도 많이 떨어져 있다고 말했어요.
저는 전혀 동의하지 않습니다. 윤 대통령이 크게 착각하고 있는 거예요.
- 이유는요.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은 원인은 외부 환경이 아닌 내부에 있습니다. 국정운영의 총체적 난맥상이 가장 큰 이유거든요. 남북관계 악화로 전쟁 위험도가 높아지고 (미국을 향한) 일방적 줄서기로 인해 한반도와 동북아의 지정학적 긴장감이 커졌습니다. 또 외교에 있어선 신뢰와 균형이 중요한데, 이미 여러 나라와 척졌죠. 대통령이 이달 18일부터 예정된 독일과 덴마크 순방을 불과 나흘 앞두고 돌연 연기한 것도 국제적 신인도를 엄청나게 떨어뜨리는 일입니다. 외교 관례상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외교의 원칙과 균형, 신뢰를 저버린 행위입니다.
- 경제전문가로서, 윤 대통령이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겠다며 공매도 개혁, 소액주주 이익 제고를 위한 상법 개정,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상속세 완화 등을 언급한 것은 어떻게 평가하나요.
대통령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뭔지 모르시는 게 확실해요.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앞서 언급한 지정학적 위험과 외교에 있어서의 원칙과 철학의 부재, 신뢰 상실, 그리고 여기에 더해 거꾸로 가는 경제정책, 대통령의 낮은 지지도와 갈라치기 등 여러 요인이 맞물린 결과예요. 세금은 디스카운트와 별로 상관이 없습니다.
- 대통령 주변에 경제전문가들이 포진해 있습니다만.
경제수석, 정책실장도 함께 일했던 제 후배이고 훌륭한 친구들입니다. 그러니 그들이 그렇게 답변을 썼을 것 같지는 않아요. 이른바 ‘59분 대통령’(회의 1시간 중 59분을 윤 대통령이 말한다는 뜻)이란 말이 있을 정도이니, 직언할 분위기가 안 될 것이라 짐작되긴 하죠. 하지만 참모라면 그래도 대통령께 직언을 해야 합니다.
- 앞서 정부의 경제정책이 거꾸로라고 이야기했는데, 경기도는 정부가 긴축재정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것과 달리 확대재정을 하고 있더군요.
지금 경제 상황에선 그래야 경제 성장을 끌어올릴 수 있으니까요. 나라 살림도 집안 살림과 똑같습니다. 첫째, 아이가 아프면 빚을 내서라도 치료해야 하고, 둘째, 아주 좋은 기회가 생겨 미래를 위한 투자가 필요할 때도 돈을 써야죠. 마찬가지로 국가도 경제 위기나 코로나 팬데믹 같은 시기, 그리고 세계적 큰 흐름 속에서 미래 투자가 필요한 시기에는 돈을 풀어야 합니다. 지금이 바로 그때죠. 하지만 중앙정부는 건전재정을 말하면서 올해 재정 증가율을 2.8%로 못 박았어요. 경기도는 올해 6.8%입니다.
그는 쇼트트랙에 비유해 왜 지금 확대재정, 적극재정을 해야 하는지 설명을 이어갔다.
작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1.4%로 25년 만에 일본에 뒤질 만큼 경제상황이 나쁩니다. 국제정치는 신냉전 블록화로 가고 있고, 세계 경제는 패권주의, 보호주의 카르텔, 자국 우선주의로 가고 있습니다. AI(인공지능)가 인간 지능을 곧 뛰어넘을 것 같고 기후위기도 심각하죠. 쇼트트랙에선 코너를 돌 때가 앞 선수를 추월할 절호의 기회라고 하더군요. 쇼트트랙에 비유하자면 지금은 세계적으로 큰 전환기를 맞아 선진국·후진국 할 것 없이 코너를 돌고 있는 상황입니다.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고 미래에 투자해야 할 시기임에도 정부는 반대로 하고 있는 거죠.
화제를 더불어민주당으로 옮겼다. 김 지사는 지난 대선에서 새로운물결 창당 후 대권에 도전했다가 민주당과의 합당과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중도 사퇴했다.
- 당시 국민의힘에서도 영입전쟁을 벌인 것으로 아는데, 왜 민주당을 선택했습니까.
제가 정치를 하는 이유는 제가 달성하고자 하는 가치를 실행하고 싶어서예요. 정책적 결정을 하는 관료 입장에서 보면 모든 결정이 정치로 이뤄지니까요. 그러려면 정치판을 확 바꿔야 하죠. 제가 가진 가치를 함께 펼칠 수 있겠다는 판단에서 당시 이재명 후보로의 단일화에 합의한 겁니다.
- 기대한 대로입니까.
아쉽습니다. 많이 아쉽죠. 하하하….
- 최근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합니다. 민주당이 정부의 실정에만 기대어 반사이익만 노리면서 혁신을 하지 않고, 당내 계파 싸움에 몰두하면서 총선 패배론이 대두되고 있어요.
답답하죠. 민주당은 지금부터라도 감나무 전략이 아니라 비전과 정책을 심는 사과나무 전략으로 가야 합니다. 공천 문제가 아닌 혁신과 변화의 경쟁에서 이기는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래야 윤석열 정부의 역주행을 막을 수 있습니다.
-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진영에 비해 민주당을 비롯한 진보진영에는 대권 경쟁력이 있는 스타 정치인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시각이 많습니다. 김동연 지사는 이른바 ‘비상장 저평가 우량주’라는 평가와 함께 여전히 존재감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시선이 지배적인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지금 누가 부상하고 있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제가 비상장 저평가 우량 주식이라고 하니, 상장이 되면 달라지지 않을까요(웃음)?
- 문재인 정부의 초대 경제부총리였습니다. 민주당이 5년 만에 정권을 잃은 것과 관련해 스스로 가장 뼈아프게 생각하는 점은 뭔가요.
제가 부총리를 1년6개월 하루 했습니다. 4번째로 장수한 부총리니, 제법 한 인스타 팔로워 구매 거죠. 그 기간 동안 제가 한 일에 대해 전혀 후회가 없습니다. 소신껏 했으니까요. 다만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법인세 인상, 52시간 근무제, 부동산 정책 등에서 청와대와 크게 대립각을 세웠지만 반영 안 된 안들이 일부 있었죠. 제일 안타까운 것은 진보의 가치를 제대로 실천해보지 못한 거예요. 부총리를 그만둘 즈음 당시 물밑에서 제 편을 들어준 김부겸·김영주·김현미·김영춘 등 의원 겸직 장관 몇분에게 제가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당신들은 지금 진보의 가치를 추구한다면서 진보의 가치를 해치고 있다. 진보의 가치를 모르거나 설령 안다고 해도 그 실체를 옮길 일머리가 없다.’
- 진보의 가치가 뭐라고 생각합니까.
경제정책에 있어선 이런 거죠. 어설픈 진보는 시장만능주의를 깨자면서 시장이나 시장 원리를 무시합니다. 반대로 어설픈 보수는 시장 원리를 추구한다면서 시장만능주의로 가죠. 이런 어설픈 진보와 보수가 지금까지 대한민국을 장악해왔어요. 시장은 우리가 지켜야 하는 중요한 원리이지만, 과정에서의 불공정, 결과에서의 불형평이라는 두 가지 태생적 결함이 있습니다. 보수든 진보든 시장 원리를 살리면서도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그는 부총리로 지명된 후 문재인 대통령과의 첫 면담에 대해 이야기했다.
제가 세 가지 말씀을 드렸어요. 경제는 저한테 맡겨달라는 것과 소득주도성장만으로는 안 되니 혁신성장과 같이 가도록 시정하겠다고 했어요. 그리고 적어도 1주일 또는 2주일에 한 번씩 제가 직접 대통령께 보고하게 해달라고 요청했죠. 대통령은 셋 다 흔쾌히 수용하며 대한민국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꿔달라고 하셨습니다. 전율이 일었어요. 제가 꼭 하고 싶었던 일이니까요. 그러나 하지 못했습니다. 가장 아쉬운 점이에요.
- 경제정책을 둘러싸고 특히 장하성 정책실장과 파열음이 컸다죠. 대통령과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두 분이 언성을 높여 다퉜다는 전언도 있습니다.
대통령 앞에서도 고성을 지르며 싸웠습니다(웃음).
그는 11살에 아버지를 여의고 소년가장으로서 청계천 무허가 판잣집과 천막촌을 전전했다. 덕수상고를 졸업도 하기 전에 한국신탁은행에 취직했고 ‘낮엔 은행원, 밤엔 야간대학생, 새벽엔 고시생’으로 주경야독했다. 25살이던 1982년 행정고시와 입법고시에 동시에 합격해 경제기획원 사무관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국비 장학금과 미국 정부의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아 미시간대학에서 정책학 석·박사 학위를 땄다. 대통령 경제비서관,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이상 이명박 정부), 국무조정실장(박근혜 정부),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문재인 정부) 등을 지냈다. 문재인 정부 입각 전 아주대 총장으로 재임하기도 했다.
-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소외된 청소년들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 같은데, 힘들었던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된 건가요(그는 이명박 정부 예산실장일 때 가정 형편이 어려운 청소년에게 기회를 주기 위한 ‘교육희망사다리’ ‘드림장학생’ 사업을 벌였다. 아주대 총장 시절엔 ‘After You’와 ‘아주 희망 SOS’, 경기도 정책으로는 ‘경기청년 사다리’를 도입했다. 모두 청년들의 계층이동을 촉진하는 프로그램이다).
내가 입에 물고 태어난 숟가락의 색깔로 내 인생이 결정된다면 그 사회는 역동성이 떨어지는 죽은 사회가 됩니다. 사회적 이동, 계층이동은 그래서 제게 굉장히 중요한 가치죠. 흙수저 또는 수저가 없는 젊은이들도 사다리를 타고 꿈을 이룰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합니다.
인터뷰하면서 그는 두 가지 질문에 속내를 밝히지 않았다. 사법 리스크와 함께 ‘사당화’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이재명 대표가 민주당을 계속 이끄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느냐는 질문과, 경기도지사직에 또다시 도전할 계획이 있느냐는 것이다. 속내를 드러내기엔 둘 다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듯했다. 재차 대권 도전 계획을 묻자 그는 이렇게 모범답안을 내놨다.
현재로선 경기도 일하기도 바쁩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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