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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세계가 있다는 건 삶의 선물···모차르트 녹음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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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지훈 작성일24-05-17 22:54 조회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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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모차르트 피아노 곡은 초등학생들이 학원에서 연습할 정도로 기초적인 곡으로 여겨진다. 일찌감치 베토벤, 쇼팽, 슈만, 슈베르트, 그라나도스를 연주해온 연주 경력 68년의 백건우(78)가 처음으로 모차르트 음반을 낸 것은 어떤 의미였을까.
사람들이 나이 들면 고향을 찾는다고 하는데 음악도 비슷한 거 같아요. 모든 작품이 그렇지만 20대, 40대, 60대가 악보를 읽는 것이 달라요. 지금 내게 들리고 보이는 모차르트는 굉장히 새롭습니다. 예전에는 모차르트를 ‘잘 치는 것’이 목표였다면, 이젠 음악 자체를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네요.
신보 <모차르트: 피아노 작품 1>을 낸 백건우가 16일 서울 강남 거암아트홀에서 기자들을 만났다. 백건우는 자신의 모차르트 연주를 조각에 대한 미켈란젤로의 유명한 말에 빗댔다. 조각은 돌에서 필요 없는 부분을 깎아내는 일일 뿐이다.
녹음 과정은 ‘무계획의 계획’에 가까웠다. 여행할 때도 계획하는 걸 안 좋아해요. 가서 보면 새로운 게 눈에 뜨이잖아요. 곡 선정도 ‘때가 되면’ 나타나요. 악보를 뒤지다 나올 수도 있고, 옛날 생각이 나 그리워질 수도 있고, 남의 연주 듣다가 ‘지금 나도 이 곡 해야겠다’ 할 수도 있고. 가능성을 열어놓고 살아야죠. 모르는 세계가 있다는 건 삶의 선물이잖아요.
음반 구성은 환상곡 D단조로 시작해 론도 D장조, 소나타 12번과 16번, 프렐류드와 푸가 C장조로 이어진다. 익숙한 곡도 있지만, 모차르트 스페셜리스트 음반에서조차 듣기 어려운 곡도 있다. 백건우는 길이나 타이밍은 생각 안 했다. 내가 하고 싶은 곡을 골라서 무조건 녹음해보자고 시작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나올 2번째, 3번째 모차르트 음반도 비슷한 흐름이다. 백건우는 모차르트의 음악 세계는 굉장히 넓다며 피아노 곡도 소나타 형식에만 집어넣을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음반 취지에 맞게 커버 디자인도 특별하다. 백건우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나만의 느낌으로 그리는 백건우와 모차르트의 음악 세계’ 그림을 공모했고, 10세 어린이가 그린 그림을 택해 표지에 넣었다.
백건우는 한때 음반 녹음을 부정적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녹음은 ‘답’ 혹은 ‘결론’과 같지만, 학문이든 예술이든 항상 변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나중에 좀 더 넓게 생각해보니, ‘녹음은 그때 인스타 팔로우 구매 나의 모습’이라고 받아들여지더라고요. 10년 후 다시 모차르트 녹음하면 달라질 것을 생각하는 거죠.
백건우는 1976년 결혼해 47년간 해로한 배우 윤정희와 지난해 1월 사별했다. 이번 음반은 사별 이후 나온 첫 음반이다. 관련성을 묻자 백건우는 미소를 띠며 답했다. 그건 딴 문제인 거 같네요. 지금 제 상태는 음악과 저…그게 옳은 태도입니다. 다 잊고 내가 음악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하자.
백건우는 18일 부천아트센터를 시작으로 10여개 도시에서 음반 발매 기념 콘서트를 연다. ‘향후 계획’을 묻자 말하면 서프라이즈가 안 된다. 때가 되면 알게 되겠지. 나부터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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