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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보니 알겠더라 인생은 길지만 짧다…신중년, 길 위로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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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지훈 작성일24-05-16 16:13 조회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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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를 가장 많이 타는 세대이자 여행비를 가장 많이 쓰는 사람들.’ 미국은퇴자협회(AARP)는 시니어 세대의 여행에 대해 이렇게 묘사했다. 팬데믹 직전인 2019년 미 항공 이용객의 절반가량이 60세 이상 여행자였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노년층에 더 치명적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시니어 여행객은 급감했다. 엔데믹 전환 이후에도 더디게 회복되던 시니어 세대의 여행이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포브스는 2024년 여행 트렌드로 ‘시니어 여행 붐’을 꼽았다. 인생의 황혼기에 더 넓은 세계로 발걸음을 내딛는 이들의 여정을 따라가 봤다.
팬데믹 겪으며 더 늦기 전에 떠나보자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윤양선씨(65)는 지난달 휴가를 내고 생애 첫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자녀들이 여행을 다녀오라며 일본 규슈 온천 여행 상품을 예약해준 덕이다. 사실 몇년 전 해외여행을 계획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계획도 틀어졌다. 하지만 더 미뤘다가는 평생 해외여행 한 번 가보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못 이기는 척 자녀들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윤씨는 팬데믹처럼 예기치 못하는 일이 또 언제 일어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더 늦기 전에 여행을 자주 다녀야겠다고 말했다.
윤씨처럼 나이가 지긋한 시니어들이 다시 여행 가방을 꾸리고 있다. 시니어에 접어든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생)는 주로 1970~1980년대 산업화의 주역들이지만, 일하고 가정을 꾸리느라 여행을 삶의 후순위로 둔 세대였다. 뒤늦게나마 젊은 시절 해보고 싶었던 것들에 투자하며 제2의 인생을 찾아가는 시기이기도 하다. 현대의학의 발달로 50·60대는 ‘신중년’으로 불릴 정도로 사회경제 인스타 좋아요 늘리기 활동이 왕성하고 교육 수준도 높다.
국내는 물론 해외여행업계에서도 60세를 전후한 시니어 세대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항공편을 이용해 지난겨울(2022년 12월~2023년 1월) 휴가를 떠난 사람 중 60대 이상(36.93%) 비율이 Z세대(28.12%)를 압도했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엔 60대 이상 여행객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46.32%에 달할 정도였다.
포브스는 올해 시니어 여행자들이 급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엔데믹 전환 이후에도 한동안 시니어 세대들은 여행 짐을 꾸리지 않았다. 코로나19 치명률이 50대 이상부터 높아지는 만큼 건강에 대한 염려가 더 큰 탓이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시니어 세대의 여행도 회복 곡선을 그리고 있다. AARP에 따르면, 60대 이상 미국인의 65%가 올해 해외여행을 떠날 것이라고 답했다.
국내에서도 뚜렷한 증가 흐름이 감지됐다. 하나투어의 2024년 1분기 해외 송출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105% 증가했는데, 그중 50대 이상이 인스타 좋아요 늘리기 111% 증가하는 등 중장년층에서 더 높은 증가율이 나타났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50대 이상 중장년·시니어 여행객 비율이 높지 않았는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올해 상반기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행계 큰손’으로 떠오른 시니어 세대
시니어 세대는 ‘여행계 큰손’으로 꼽힌다. 여행비 지출이 가장 많은 세대이기 때문이다. 데이터 분석 매체 피망츠(pymnts)가 조사한 2023년 미국 여름휴가 여행비 세대별 자료를 보면, 베이비부머·시니어 세대가 2387달러로 가장 많은 비용을 지출했다. 여행에 가장 적극적인 젊은 Z세대(1703달러)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여름휴가 여행비로 쓰고 있었다. 이들의 씀씀이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AARP도 ‘2023년 여행 트렌드’에서 60대 미국인이 여행 시장의 가장 큰 소비자라며 한 해 평균 여행비로 7300달러를 계획한다고 밝혔다. 같은 조사에서 18~49세의 한 해 여행비는 5000달러 정도로 60대 이상의 여행비보다 30% 정도 덜 소비했다.
국내 흐름도 비슷하다. 지난해 BC카드 데이터사업본부가 발표한 60세 이상 고객 소비 트렌드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23년 1~8월 60대 이상 고객 결제액 증가율 상위 업종은 ‘여행’ 분야였다. 결제액 기준으로 여행은 전년 동기 대비 94.6%, 면세점은 83.5% 증가했으며 2021년 코로나19 시기 대비해서 각각 277.7%, 153.7% 급증했다. 인당 평균 결제액은 전년 대비 65% 증가했고 전체 연령과 비교해도 시니어 고객의 지출은 평균 24% 높았다.
‘넉넉한 시간, 두둑한 지갑’은퇴 후 여유 있는 5060
뻔한 효도관광 패키지는 별로전통주 체험·인문학·트레킹…취미·관심사 살린 상품이 ‘인기’
이미 다녀온 유럽·동남아 대신중남미 공정여행 등에도 관심
이 때문에 여행업계는 시니어 세대를 가장 중요한 여행 소비자로 주목하고 있다. 과거 노년층 여행 상품은 자녀들이 보내주는 효도관광 패키지 상품이 많았지만, 이제 효도관광이라는 단어 자체를 찾아보기 힘들다. 시니어 세대가 주도적인 여행을 선호해서다.
한국관광공사가 지난해 발표한 ‘관광트렌드 전망’을 보면 베이비부머 세대는 취미로 산책·걷기(56.3%), 여행(54.3%), 스포츠·레저(16.7%) 활동을 즐겼다. 1년에 국내여행을 하는 횟수로는 2~3회(32%), 6~11회(30.5%), 4~5회(19.3%)로 나타났다. 1년에 6~11회 국내여행을 떠나는 전 연령대 비율(25.1%)과 견줘볼 때 이들은 다른 연령대보다 더 적극적으로 여행을 즐기는 세대였다. 실제로 하나투어에서 1년에 10회 이상 해외여행 상품을 구매한 우수고객 중에는 60대 이상이 대다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효도관광은 옛말…베이비부머 취향 잡아라
그렇다면 베이비부머 세대는 어떤 여행에 관심이 많을까. ‘관광트렌드 전망’ 보고서에서 한국 50~60대는 취미여행(63.5%), 친환경여행(56.9%), 로컬관광(44.2%), 체류형관광(43.7%) 순으로 국내 테마 여행을 떠나고 싶다고 답했다. 평소 전통주를 즐기는 60대 남성 윤모씨는 최근 딸이 선물한 막걸리 키트로 집에서 막걸리를 빚어 본 것을 계기로, 전통주 주조를 제대로 배워 보기 위해 아내와 함께 춘천에 있는 우리술 문화체험교실을 찾았다. 윤씨가 참여한 프로그램은 전통주를 직접 빚어 보고 만든 술을 가져갈 수 있는 당일 체험 코스였다.
윤씨처럼 취미나 관심사를 여행과 연계하는 흐름도 강화되고 있다. MZ세대 전용 패키지 등 세대별 특화상품을 내놓은 하나투어는 중장년층을 위해 인문학, 트레킹 등 취미를 테마로 한 여행상품을 확대하고 있다. 노랑풍선은 지난해 ‘청춘은 바로 지금’이라는 이름의 기획전을 진행했다. 해외 주요 관광지를 방문하는 일정에 ‘비즈니스석’ 선택권 등을 넣어 보다 편안한 여행 경험을 추가했다.
색다른 여행지를 찾는 발길도 늘고 있다.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브라질, 페루 등 중남미 공정여행 상품을 운영 중인 트래블러스맵 변형석 대표는 여행 경험이 많은 50대 중반~70대 후반 여행자들이 주로 신청한다면서 여행 기간이 길고 가격이 비싼 만큼 은퇴를 해 시간적 금전적 여유가 있으면서도 유럽이나 동남아 등 잘 알려진 여행지를 두루 다녀본 여행자들이 선택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3대가 함께 가는 가족여행도 늘어나고 있다. 포시즌스 리조트 매니저 제이슨 드 브리스는 가족여행은 더 이상 엄마, 아빠, 아이들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제 조부모가 함께 여행에 참여해 3대가 함께 휴가를 즐기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시니어 세대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자유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서비스도 나오고 있다. 액티브시니어 여행 커뮤니티 기반 웰니스 플랫폼 ‘노는법’은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한 ‘관광벤처사업 공모전’ 사업에 선정됐다. ‘노는법’은 사용자 성별 인증을 통해 중년 여성 소모임 커뮤니티, 농촌에서 즐기는 웰니스 여행, 건강 코칭 관리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항공권 검색 플랫폼 ‘스카이스캐너’도 젊은 세대는 물론 50대 이상 인스타 좋아요 늘리기 시니어 세대들이 직접 항공권의 가격을 비교해 구매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면서 특히 ‘비즈니스석’으로 필터 설정을 해 저렴한 항공권이 나왔을 때 알려주는 알람 서비스를 이용하는 시니어들도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행에서 새로운 경험을 추구하는 시니어 여행자도 늘고 있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여행 상품이 나오면 젊은 세대보다 50대 이상 여행자들이 더 빨리 예약을 하는 추세라면서 특히 요즘 50~60대는 신중년이라고 할 만큼 체력도 좋고 여행 경험도 많아서 짧은 기간 여러 나라를 여행하는 것보다 유럽 한 도시에 최대한 오래 머무는 여행을 추구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AARP는 틱톡, 릴스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젊은 여행자들이 통통 튀는 행보를 보이면서 마치 Z세대가 여행 트렌드를 선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나이가 지긋한 여행객들이 여행산업을 움직이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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