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나요···눈이 보이지 않아도 미술을 즐기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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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지훈 작성일24-05-15 10:58 조회2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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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서 이런 대화가 들린다면? 어린이들이 나누는 대화일까? 틀렸다. 다 큰 어른들이 ‘진지하게’ 나누는 대화다. 눈이 보이지 않는 시라토리 겐지와 함께 미술관을 찾은 가와우치 아리오, 마이티의 대화다. 눈이 보이는 두 사람은 최선을 다해 시라토리에게 작품에 대해 설명한다. 작품은 시오야 로타의 대형 조각 작품 ‘태도’다. 이들의 대화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다른 그림을 보며 오징어 같다 꽁치 같다는 의견을 주거니 받거니 한다. 이게 무슨 장난인가 싶겠지만, 뉴욕 현대미술관(MOMA)이 만든 ‘대화형 미술 감상법’과 인스타 한국인 팔로워 유사하다.
다큐멘터리 영화 <눈이 보이지 않는 시라토리 씨, 예술을 보러 가다>에 나오는 장면이다. 영화를 보다 보면 두 가지 측면에서 신선한 ‘충격’을 느낄 수 있다.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이 미술을 관람한다고? 저렇게 마음대로 작품을 감상한다고? ‘충격’은 곧 해방감으로 바뀐다. ‘본다는 것’ ‘예술을 감상한다는 것’에 대한 기존 관념을 해체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
보인다, 보이지 않는다, 앞이 안 보이는 사람이 보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것들을 다양하게 생각하게끔 하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정답을 제시하기보다는 영화가 끝나고 비로소 나의 사고가 시작되는 계기를 제공하고 싶었습니다.
지난달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만난 가와우치 아리오 감독이 말했다. 가와우치는 <눈이 보이지 않는 친구와 예술을 보러 가다>를 책으로 펴낸데 이어 다큐멘터리 영화로 만들었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선 영화 상영과 함께 아티스트 토크가 이뤄졌다. 관객들은 넓은 상영관을 가득 채우고 자리가 모자라 좌석 사이 복도 바닥에 앉아 영화를 관람했다. 아티스트 토크가 끝난 후 가와우치를 인터뷰했다.
시라토리는 전맹이다. 약한 시력을 타고난 그는 중학교 시절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 대학생 때 미술관으로 데이트를 가게 되면서 미술에 ‘눈을 떴다.’ 전시명은 ‘레오나르도 다빈치 인체해부도 특별전’. 호감 가는 여성이 설명해 주는 다빈치의 인체해부도 이야기를 들으면서 전맹인 나도 그림을 즐길 수 있을까란 생각을 품게 됐다. 그 뒤로 미술관 문을 두드렸고, 수없는 거절 끝에 그에게 작품에 대해 설명해 주겠다는 미술관이 나타나면서 ‘전맹의 미술관람자’로의 여정이 시작됐다. 가와우치 감독은 그 여정의 기꺼운 동참자다.
시라토리를 만나 미술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게 되었어요. ‘이렇게도 볼 수 있구나’를 느끼며 자유롭게 바뀌었죠. 미술을 감상하는 방식 뿐 아니라 삶의 방식까지도 바뀌었어요. ‘이렇게 자유롭게 살아도 되는 거구나’를 느꼈죠.
영화는 시각장애, 미술에 대한 이야기이도 하지만 무엇보다 ‘자유’에 관한 이야기다. 시라토리는 전맹이지만 미술관에 간다. 미술을 관람하면서 ‘보이지 않는 것’과 ‘보이는 것’의 경계를 허문다. 시라토리는 미술을 좋아하는게 아니라 미술관을 좋아한다고 말하는데, 같은 작품을 두고도 다양한 의견과 생각이 충돌하는 과정을 즐긴다. ‘보이는 것’이 자명하지 않다는 것에 대한 깨달음이 ‘보이지 않는 것’이 결핍이 아니라는 인식으로 이어진다. 가와우치 감독은 같은 걸 보고 같은 느낌이나 생각을 가질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 서로 다르게 생각하는게 자연스럽고 평범한 것이라는 걸 실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상영회를 찾은 관객 대부분이 책을 읽은 이들이었다. 영화를 보면서 책을 읽는 내내 상상했던 시라토리의 모습을 시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시라토리가 ‘말’을 통해 미술 작품을 머릿속에 상상하는 것과 반대되는 과정인 셈이다. 책과 영화를 함께 감상하는 것이 ‘본다는 것’과 ‘보지 않는 것’의 경계를 허무는 과정의 일부로 느껴져 흥미로웠다.
영화에선 시라토리의 일상이 좀 더 부각된다. 초고속으로 재생되는 뉴스를 듣고, 하얀 지팡이와 함께 거침없이 길을 걷는다. 혼자서 국수도 맛깔스레 말아먹는다. 독립적인 모습과 동시에 타인에게 당당하게 도움을 요청하고 받는 시라토리의 모습이 그려진다. 마트에서 장을 보기 위해 안내를 요청하고 직원의 설명을 들으며 국수에 들어갈 식재료를 장바구니에 담는다.
시라토리를 특별히 자립적으로 담고 싶었던 건 아니에요. 있는 모습 그대로를 담고 싶었죠. 장애인들은 여러 곳의 도움을 받고 의지하면서 자립할 수 있습니다. 비단 장애인 뿐 아니라 우리 모두 타인의 도움을 요청하고 받으면서 인간으로서 자립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시라토리는 안마사에서 ‘전맹 미술관람자’로 바뀌었다가, 자신이 찍은 사진을 전시하는 예술가로 변화한다. 일본 지역 미술관에 시라토리의 방을 그대로 옮긴 ‘겐지의 방’을 설치하고 40만 장의 사진을 볼 수 있게 했다. 시라토리는 그 방에서 상주하며 관람객과 만나는 전시를 진행했다. 그 이후 시라토리는 사진작가, 예술가로 거듭났다. 상영회가 열린 4월에도 예술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 중이었다.
시라토리는 아마 엄청 행복할 거예요. ‘겐지의 방’ 전시가 계기가 돼 여러 곳에서 사진을 발표할 기회가 생겼어요. 사람과 예술의 만남으로 새로운 문을 여는 순간이 됐다고 생각해요.
가와우치 감독에게도 ‘새로운 문’이 열렸다. 친구였던 다이스케 미요시에게 부탁해 시라토리를 영상으로 찍기 시작한 것을 계기로, 영화까지 만들게 됐다. 영화는 가와우치와 다이스케의 공동 연출로 만들어졌다. 시라토리를 만나 바뀌어가는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해요.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어떻게 변하는가에 관한 이야기죠.
국립현대미술관은 시각장애인에게 그림을 설명하는 도슨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늘상 수요가 있는 건 아니어서 신청자가 사전 예약을 하면 안내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신청자는 단 세 명. 시각장애인이 미술관을 찾고, 설명까지 요청한다는 인식이 아직은 자리잡지 않았다.
정상연 학예연구사는 올해 좀 더 적극적으로 홍보를 하려고 한다. 현재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도슨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발달장애인을 위한 도슨트 프로그램도 현재 준비 중으로, 이달 말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영화 <눈이 보이지 않는 시라토리 씨, 예술을 보러 가다>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미술관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들’ 프로그램에서 상영한 다큐멘터리 영화 다섯 편 중 하나로 상영됐다. 영화는 오는 9월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에서 다시 상영회를 갖는다. 부산현대미술관과 울산시립미술관에서도 상영을 준비하고 있다. 오는 11월 서울 베리어프리 영화제에서도 상영된다.
환경 해치는 팜유 재배에오랑우탄 멸종위기 비판
희귀동물 보호 정책 갖춘중 ‘판다 외교’와도 차이
말레이시아가 수출 주력 상품인 인스타 한국인 팔로워 팜유를 사들이는 나라에 멸종위기종인 오랑우탄(사진)을 선물하겠다고 발표해 환경단체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고 CNN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조하리 압둘 가니 농업원자재부 장관은 지난 7일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말레이시아는 ‘판다 외교’를 성공적으로 실현한 중국처럼 ‘오랑우탄 외교’를 실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주요 팜유 수입국인 유럽연합(EU)과 중국, 인도 등을 대상으로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오랑우탄 외교’는 말레이시아의 주요 수출품인 팜유가 환경을 훼손한다는 비판을 잠재우기 위한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분석했다. 앞서 EU는 생산 과정에서 산림을 훼손한 농산물 수입을 금지하는 법안을 지난해 승인했는데, 세계 2위 팜유 수출국인 말레이시아는 해당 법이 차별적이라고 주장해왔다.
동물보호단체 등은 말레이시아 정부의 계획에 반발했다. 이들은 오랑우탄을 멸종위기에 빠뜨린 가장 큰 요인이 팜유인데, 팜유를 수입하는 대가로 오랑우탄을 선물하는 것은 기만적이라고 비판했다. 환경단체들은 동남아시아의 팜유 업계가 야자수를 기르는 농장을 조성하며 벌목하는 과정에서 삼림이 무분별하게 파괴되고, 오랑우탄 서식지가 사라진다고 비판해왔다. 가니 장관이 말레이시아가 산림과 자연 보전을 위해 노력하고 헌신하는 팜유 수출국이라는 것을 세계에 보여주겠다는 설명을 덧붙인 것도 이러한 비판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중국의 ‘판다 외교’와도 차이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미국 듀크대 환경보호학 교수 스튜어트 핌은 중국은 판다를 위한 최첨단 시설을 마련하고 야생 판다 보호구역도 설립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정부가 제안한 것엔 이와 비슷한 것조차 없다고 CNN에 말했다. 동물을 활용해 외교정책을 펴는 국가들은 장기적으로 해당 동물종을 보존하기 위한 방안도 갖고 있는데, 말레이시아는 이 같은 노력이 부족하다고 꼬집은 것이다.
팜유는 아이스크림, 초콜릿, 피자 등 식품은 물론 화장품, 비누 등 생활용품에도 두루 사용된다. 세계자연기금(WWF)은 2022년 산림보고서에서 말레이시아의 육지는 팜유 재배와 벌목으로 인해 위협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기후감시단체인 ‘림바 워치’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에선 지난해에만 팜유 생산으로 230만㏊의 산림이 파괴됐다.
그린피스 동남아시아지부 활동가인 헝키아 춘은 말레이시아의 삼림 벌채 위기는 오랑우탄 외교로 해결될 수 없다며 정부가 진정으로 생물다양성 보존을 원한다면 삼림 벌채를 막는 정책부터 시행해야 한다고 CNN에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12일 김종철 대통령경호처 차장을 신임 병무청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재가했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김 청장이 지난 1월과 2월 ‘입틀막’ 사건 당시 대통령경호처 차장이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보은 인사라고 비판했다.
김 신임 청장은 육군사관학교 44기로 육군 제7보병사단장, 합동참모본부 작전기획부장, 국방대학교 총장 등을 지냈다.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초대 대통령경호처 차장으로 임명됐다. 대통령실은 김 청장은 30여년간 군에 복무하며 합참 작전기획부장과 국방대 총장 등을 역임한 국방 행정·군사 전문가라며 대통령경호처 차장으로 대통령실 용산 이전에 따른 경호 프로토콜 재정립과 국방부·합참 등 유관기관과 협력 업무를 꼼꼼하게 처리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월 강성희 진보당 의원, 지난 2월 카이스트 졸업생이 대통령경호처 요원들에게 강제 퇴장된 소위 ‘입틀막’ 인스타 한국인 팔로워 사건 당시 김 청장이 대통령경호처 차장이었다는 것을 지적하며 인선을 비판했다.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대통령실 경호처는 과잉 경호, 심기 경호로 ‘입틀막’ 논란을 일으키며 국민들의 지탄을 받은 곳이라며 책임자를 경질하고 사과해야 한다는 요구에 모르쇠로 일관하더니 1급인 김종철 차장을 차관급인 병무청장으로 승진 시켜준 셈이라고 지적했다.
강 원내대변인은 국민의 입과 표현의 자유를 틀어막은 행패를 일벌백계해도 모자랄 판에 시혜성 영전을 감행하는 건 총선 민의를 무시하는 귀틀막 처사라며 보은 인사, 회전문 인사는 레임덕만을 초래할 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장 이번 인사를 재고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카이스트 동문 26명은 지난 2월20일 대통령경호처장과 직원 등을 대통령경호법상 직권남용, 폭행·감금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다큐멘터리 영화 <눈이 보이지 않는 시라토리 씨, 예술을 보러 가다>에 나오는 장면이다. 영화를 보다 보면 두 가지 측면에서 신선한 ‘충격’을 느낄 수 있다.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이 미술을 관람한다고? 저렇게 마음대로 작품을 감상한다고? ‘충격’은 곧 해방감으로 바뀐다. ‘본다는 것’ ‘예술을 감상한다는 것’에 대한 기존 관념을 해체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
보인다, 보이지 않는다, 앞이 안 보이는 사람이 보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것들을 다양하게 생각하게끔 하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정답을 제시하기보다는 영화가 끝나고 비로소 나의 사고가 시작되는 계기를 제공하고 싶었습니다.
지난달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만난 가와우치 아리오 감독이 말했다. 가와우치는 <눈이 보이지 않는 친구와 예술을 보러 가다>를 책으로 펴낸데 이어 다큐멘터리 영화로 만들었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선 영화 상영과 함께 아티스트 토크가 이뤄졌다. 관객들은 넓은 상영관을 가득 채우고 자리가 모자라 좌석 사이 복도 바닥에 앉아 영화를 관람했다. 아티스트 토크가 끝난 후 가와우치를 인터뷰했다.
시라토리는 전맹이다. 약한 시력을 타고난 그는 중학교 시절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 대학생 때 미술관으로 데이트를 가게 되면서 미술에 ‘눈을 떴다.’ 전시명은 ‘레오나르도 다빈치 인체해부도 특별전’. 호감 가는 여성이 설명해 주는 다빈치의 인체해부도 이야기를 들으면서 전맹인 나도 그림을 즐길 수 있을까란 생각을 품게 됐다. 그 뒤로 미술관 문을 두드렸고, 수없는 거절 끝에 그에게 작품에 대해 설명해 주겠다는 미술관이 나타나면서 ‘전맹의 미술관람자’로의 여정이 시작됐다. 가와우치 감독은 그 여정의 기꺼운 동참자다.
시라토리를 만나 미술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게 되었어요. ‘이렇게도 볼 수 있구나’를 느끼며 자유롭게 바뀌었죠. 미술을 감상하는 방식 뿐 아니라 삶의 방식까지도 바뀌었어요. ‘이렇게 자유롭게 살아도 되는 거구나’를 느꼈죠.
영화는 시각장애, 미술에 대한 이야기이도 하지만 무엇보다 ‘자유’에 관한 이야기다. 시라토리는 전맹이지만 미술관에 간다. 미술을 관람하면서 ‘보이지 않는 것’과 ‘보이는 것’의 경계를 허문다. 시라토리는 미술을 좋아하는게 아니라 미술관을 좋아한다고 말하는데, 같은 작품을 두고도 다양한 의견과 생각이 충돌하는 과정을 즐긴다. ‘보이는 것’이 자명하지 않다는 것에 대한 깨달음이 ‘보이지 않는 것’이 결핍이 아니라는 인식으로 이어진다. 가와우치 감독은 같은 걸 보고 같은 느낌이나 생각을 가질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 서로 다르게 생각하는게 자연스럽고 평범한 것이라는 걸 실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상영회를 찾은 관객 대부분이 책을 읽은 이들이었다. 영화를 보면서 책을 읽는 내내 상상했던 시라토리의 모습을 시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시라토리가 ‘말’을 통해 미술 작품을 머릿속에 상상하는 것과 반대되는 과정인 셈이다. 책과 영화를 함께 감상하는 것이 ‘본다는 것’과 ‘보지 않는 것’의 경계를 허무는 과정의 일부로 느껴져 흥미로웠다.
영화에선 시라토리의 일상이 좀 더 부각된다. 초고속으로 재생되는 뉴스를 듣고, 하얀 지팡이와 함께 거침없이 길을 걷는다. 혼자서 국수도 맛깔스레 말아먹는다. 독립적인 모습과 동시에 타인에게 당당하게 도움을 요청하고 받는 시라토리의 모습이 그려진다. 마트에서 장을 보기 위해 안내를 요청하고 직원의 설명을 들으며 국수에 들어갈 식재료를 장바구니에 담는다.
시라토리를 특별히 자립적으로 담고 싶었던 건 아니에요. 있는 모습 그대로를 담고 싶었죠. 장애인들은 여러 곳의 도움을 받고 의지하면서 자립할 수 있습니다. 비단 장애인 뿐 아니라 우리 모두 타인의 도움을 요청하고 받으면서 인간으로서 자립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시라토리는 안마사에서 ‘전맹 미술관람자’로 바뀌었다가, 자신이 찍은 사진을 전시하는 예술가로 변화한다. 일본 지역 미술관에 시라토리의 방을 그대로 옮긴 ‘겐지의 방’을 설치하고 40만 장의 사진을 볼 수 있게 했다. 시라토리는 그 방에서 상주하며 관람객과 만나는 전시를 진행했다. 그 이후 시라토리는 사진작가, 예술가로 거듭났다. 상영회가 열린 4월에도 예술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 중이었다.
시라토리는 아마 엄청 행복할 거예요. ‘겐지의 방’ 전시가 계기가 돼 여러 곳에서 사진을 발표할 기회가 생겼어요. 사람과 예술의 만남으로 새로운 문을 여는 순간이 됐다고 생각해요.
가와우치 감독에게도 ‘새로운 문’이 열렸다. 친구였던 다이스케 미요시에게 부탁해 시라토리를 영상으로 찍기 시작한 것을 계기로, 영화까지 만들게 됐다. 영화는 가와우치와 다이스케의 공동 연출로 만들어졌다. 시라토리를 만나 바뀌어가는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해요.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어떻게 변하는가에 관한 이야기죠.
국립현대미술관은 시각장애인에게 그림을 설명하는 도슨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늘상 수요가 있는 건 아니어서 신청자가 사전 예약을 하면 안내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신청자는 단 세 명. 시각장애인이 미술관을 찾고, 설명까지 요청한다는 인식이 아직은 자리잡지 않았다.
정상연 학예연구사는 올해 좀 더 적극적으로 홍보를 하려고 한다. 현재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도슨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발달장애인을 위한 도슨트 프로그램도 현재 준비 중으로, 이달 말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영화 <눈이 보이지 않는 시라토리 씨, 예술을 보러 가다>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미술관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들’ 프로그램에서 상영한 다큐멘터리 영화 다섯 편 중 하나로 상영됐다. 영화는 오는 9월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에서 다시 상영회를 갖는다. 부산현대미술관과 울산시립미술관에서도 상영을 준비하고 있다. 오는 11월 서울 베리어프리 영화제에서도 상영된다.
환경 해치는 팜유 재배에오랑우탄 멸종위기 비판
희귀동물 보호 정책 갖춘중 ‘판다 외교’와도 차이
말레이시아가 수출 주력 상품인 인스타 한국인 팔로워 팜유를 사들이는 나라에 멸종위기종인 오랑우탄(사진)을 선물하겠다고 발표해 환경단체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고 CNN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조하리 압둘 가니 농업원자재부 장관은 지난 7일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말레이시아는 ‘판다 외교’를 성공적으로 실현한 중국처럼 ‘오랑우탄 외교’를 실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주요 팜유 수입국인 유럽연합(EU)과 중국, 인도 등을 대상으로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오랑우탄 외교’는 말레이시아의 주요 수출품인 팜유가 환경을 훼손한다는 비판을 잠재우기 위한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분석했다. 앞서 EU는 생산 과정에서 산림을 훼손한 농산물 수입을 금지하는 법안을 지난해 승인했는데, 세계 2위 팜유 수출국인 말레이시아는 해당 법이 차별적이라고 주장해왔다.
동물보호단체 등은 말레이시아 정부의 계획에 반발했다. 이들은 오랑우탄을 멸종위기에 빠뜨린 가장 큰 요인이 팜유인데, 팜유를 수입하는 대가로 오랑우탄을 선물하는 것은 기만적이라고 비판했다. 환경단체들은 동남아시아의 팜유 업계가 야자수를 기르는 농장을 조성하며 벌목하는 과정에서 삼림이 무분별하게 파괴되고, 오랑우탄 서식지가 사라진다고 비판해왔다. 가니 장관이 말레이시아가 산림과 자연 보전을 위해 노력하고 헌신하는 팜유 수출국이라는 것을 세계에 보여주겠다는 설명을 덧붙인 것도 이러한 비판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중국의 ‘판다 외교’와도 차이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미국 듀크대 환경보호학 교수 스튜어트 핌은 중국은 판다를 위한 최첨단 시설을 마련하고 야생 판다 보호구역도 설립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정부가 제안한 것엔 이와 비슷한 것조차 없다고 CNN에 말했다. 동물을 활용해 외교정책을 펴는 국가들은 장기적으로 해당 동물종을 보존하기 위한 방안도 갖고 있는데, 말레이시아는 이 같은 노력이 부족하다고 꼬집은 것이다.
팜유는 아이스크림, 초콜릿, 피자 등 식품은 물론 화장품, 비누 등 생활용품에도 두루 사용된다. 세계자연기금(WWF)은 2022년 산림보고서에서 말레이시아의 육지는 팜유 재배와 벌목으로 인해 위협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기후감시단체인 ‘림바 워치’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에선 지난해에만 팜유 생산으로 230만㏊의 산림이 파괴됐다.
그린피스 동남아시아지부 활동가인 헝키아 춘은 말레이시아의 삼림 벌채 위기는 오랑우탄 외교로 해결될 수 없다며 정부가 진정으로 생물다양성 보존을 원한다면 삼림 벌채를 막는 정책부터 시행해야 한다고 CNN에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12일 김종철 대통령경호처 차장을 신임 병무청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재가했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김 청장이 지난 1월과 2월 ‘입틀막’ 사건 당시 대통령경호처 차장이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보은 인사라고 비판했다.
김 신임 청장은 육군사관학교 44기로 육군 제7보병사단장, 합동참모본부 작전기획부장, 국방대학교 총장 등을 지냈다.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초대 대통령경호처 차장으로 임명됐다. 대통령실은 김 청장은 30여년간 군에 복무하며 합참 작전기획부장과 국방대 총장 등을 역임한 국방 행정·군사 전문가라며 대통령경호처 차장으로 대통령실 용산 이전에 따른 경호 프로토콜 재정립과 국방부·합참 등 유관기관과 협력 업무를 꼼꼼하게 처리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월 강성희 진보당 의원, 지난 2월 카이스트 졸업생이 대통령경호처 요원들에게 강제 퇴장된 소위 ‘입틀막’ 인스타 한국인 팔로워 사건 당시 김 청장이 대통령경호처 차장이었다는 것을 지적하며 인선을 비판했다.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대통령실 경호처는 과잉 경호, 심기 경호로 ‘입틀막’ 논란을 일으키며 국민들의 지탄을 받은 곳이라며 책임자를 경질하고 사과해야 한다는 요구에 모르쇠로 일관하더니 1급인 김종철 차장을 차관급인 병무청장으로 승진 시켜준 셈이라고 지적했다.
강 원내대변인은 국민의 입과 표현의 자유를 틀어막은 행패를 일벌백계해도 모자랄 판에 시혜성 영전을 감행하는 건 총선 민의를 무시하는 귀틀막 처사라며 보은 인사, 회전문 인사는 레임덕만을 초래할 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장 이번 인사를 재고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카이스트 동문 26명은 지난 2월20일 대통령경호처장과 직원 등을 대통령경호법상 직권남용, 폭행·감금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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