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백의 신부’ 거부한다…블랙 웨딩드레스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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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지훈 작성일24-05-15 03:44 조회3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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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의 신부.’ 드라마 제목이 아니다. ‘순백의 신부’라는 고전적인 타이틀을 버리고 블랙 웨딩드레스를 선택하는 신부들이 늘고 있다. 유령신부냐, 상복이냐…. 주변의 훈수나 사회의 고정관념보다는 개인의 취향을 중요시하는 신부들이 버진로드를 개성 있는 색으로 바꾸고 있다.
웨딩드레스=순백, 공식 깨졌다
지난해 4월 결혼식을 올린 패션디자이너 장지영씨는 ‘셀프 웨딩’으로 예식을 준비했다. 웨딩의 기본이라 불리는 ‘스드메’(스튜디오 웨딩 화보, 드레스, 메이크업) 중 가장 신중하게 선택한 것이 웨딩드레스였다. 결혼식의 주인공은 나인 만큼 흰색만 고집하지 않고 ‘내가 좋아하고 어울리는 색의 옷을 입겠다’는 생각이었다. 장씨는 유색 드레스로 유명한 업체를 방문해 다양한 컬러의 드레스를 ‘피팅’해보았고 가장 마음에 드는 드레스를 골랐다. 얄궂게도 검은색 드레스였다.
제가 검은색 드레스를 고르자마자 업체에서 ‘그건 본식용이 아니다’라며 난감해하더라고요. 유색 드레스는 보통 본식을 마치고 2부 피로연에서 입는데, 더구나 블랙을 본식에 입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니라고 말이죠. 그런데 전 블랙에 이미 꽂혀버린 거예요. 아무리 봐도 그 드레스를 빼고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우리나라 신부에게 ‘블랙’은 아직은 허락이 필요한 색이다. 결혼식은 집안 행사인 만큼 여러 부분이 양가 부모의 선택으로 결정된다. 신부의 웨딩드레스 색과 디자인도 그 일부가 될 수 있다. 장씨는 개방적 사고를 가진 부모님 덕분에 무사히 자신이 원하는 드레스를 입고 식을 치렀다. 블랙 웨딩드레스를 처음 보는 하객들 사이에서 ‘이색적이다’ ‘멋지다’라는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신부가 웬 검은 드레스를…이라는 뒷말이 나오지 않은 것만으로도 성공이었다.
최근 검은 드레스가 웨딩업계에서 유행을 타면서 ‘전통의 흰색이냐, 개성의 블랙이냐’를 두고 집안 갈등이 일고 있다. 한 웨딩 준비 커뮤니티에서 한 예비 신부는 웨딩 촬영으로 입은 블랙 드레스 사진을 본 어른들이 ‘좋은 날 왜 검은색을 입냐’며 앨범에서 빼라고 했다며 흰 드레스가 우리 전통 혼례복도 아닌데 다 똑같은 색의 옷을 입고 공장형 결혼식을 하는 것은 이상하지 않냐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신랑·신부가 주도하는 결혼식이 점점 대세를 이루면서 소규모로 진행하는 스몰 웨딩, 하우스 웨딩, 한옥 웨딩 등 개성 넘치는 결혼식 형태가 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웨딩드레스의 디자인과 색도 다양해졌다. 앞서 장씨의 사례처럼 본식에 검은 드레스를 입는 것은 아직 흔치 않지만 웨딩 화보나 피로연 드레스로 흰색이 아닌 블랙을 포함한 유색 드레스를 선택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기존 관념을 깨고 나만의 개성을 찾으려는 시도다.
또 블랙 웨딩드레스 열풍의 이유를 ‘핫한’ 제주도 웨딩 화보에서 찾는 이도 있다. 사진작가 이경섭씨는 요즘 해 질 무렵 제주 바닷가에 노을이 지기 시작하면 적어도 5~6팀이 2~3m 간격으로 서서 분주하게 웨딩 화보를 촬영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초봄에서 5월까지 결혼 시즌이면 함덕, 김녕, 협재 등 제주 해변은 화보의 성지로 변신한다며 특히 보랏빛 노을을 배경으로 블랙 드레스를 입으면 별다른 조명이나 오브제 없이도 강렬하면서도 로맨틱한 감성을 연출할 수 있다. 노을과 블랙 드레스의 조합은 웨딩 화보 콘셉트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블랙 웨딩드레스 열풍…어디서 왔나?
미국에서 블랙 웨딩드레스가 화제가 된 것은 1997년 배우 세라 제시카 파커의 결혼식에서였다. 할리우드 배우 중에서도 패션 트렌드세터로 유명한 그가 결혼식에서 기성복 브랜드인 ‘모르간 르 페이’의 수수한 검은 드레스를 입자 대중의 시선은 더욱 쏠렸다. 이후 그는 검은 드레스를 입은 이유에 대해 결혼식이라고 흰색 드레스를 입기 너무 부끄러웠고 세간에 너무 많은 관심을 인스타 팔로워 구매 끌지 않으려고 검은색 드레스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그의 의도와 달리 블랙 웨딩드레스는 웨딩 패션의 새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블랙 웨딩드레스는 이미 보편화했다. 미국 패션디자이너협회(CFDA)가 주관하는 2024년 뉴욕 브라이덜 패션 위크에서는 대부분의 웨딩 컬렉션에 블랙 드레스가 등장하는 등 블랙 컬러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웨딩 패션계의 대세가 될 것이라는 업계 전망을 보여줬다.
미국의 웨딩 컨설팅업체 ‘더 노트’는 1840년 영국 빅토리아 여왕이 결혼식에서 흰색 드레스를 입고 사진을 찍기 전까지 궁정과 평민들 사이의 전통 결혼식에서는 블랙 드레스가 주류였다며 즉 블랙 웨딩드레스를 입는다고 전통을 깨뜨린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미국에서 블랙 웨딩드레스는 다채롭게 변화하고 있는 웨딩 패션의 한 트렌드다. 현지 웨딩업계는 풍성하고 고전적인 공주풍 웨딩드레스에서 벗어나 ‘웨딩 슈트’라고 불리는 여성용 턱시도나 상하의 일체형의 점프슈트, 드레스와 슈트 디자인을 합친 하이브리드 버전까지 내놓고 다양한 취향을 가진 신부들의 선택을 기다린다.
일본에서도 블랙 웨딩드레스 열풍이 불고 있다. 일본의 웨딩전문업체 ‘하라다야’를 운영하는 하라다 교코는 일본에서 검은색 옷은 장례식용 의상으로 ‘애도’의 의미를 담고 있어 10년 전까지만 해도 결혼식에서 검은색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흰색 드레스는 ‘깨끗하고 순결한 신부’의 모습으로 오래도록 사랑받았다. 반면 검은 드레스는 나를 물들일 수 있는 건 너뿐이야라는 주체적이며 결의가 담긴 것으로 여겨지며 요즘 세대 여성들에게 선택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2019년 모델 최소라와 사진작가 이코베의 결혼식이 새 시대의 분기점으로 통한다. 당시 최소라는 웨딩드레스 대신 프라다 블랙 미니 드레스를 입고 하객과 양가 부모는 흰색 옷을 맞춰 입어 ‘반전 웨딩룩’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어 걸그룹 AOA의 전 멤버 유나, 가수 레이디제인, 코미디언 김경진·전수민 부부도 블랙 웨딩 화보를 공개해 시선을 끌었다.
웨딩 컨설팅업체 ‘아이웨딩’ 브랜드팀 이은경 부장은 요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결혼 관련 업체의 마케팅이 활발하다 보니 신랑·신부가 능동적으로 정보를 찾고, 원하는 그림의 화보를 찍길 원한다며 과거에는 신부가 청순하고 청초한 매력을 발산하길 원했다면 요즘은 선명한 비비드 컬러 드레스에서 블랙 드레스까지 개성 표현에 더 중점을 두며 식을 준비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웨딩드레스=순백, 공식 깨졌다
지난해 4월 결혼식을 올린 패션디자이너 장지영씨는 ‘셀프 웨딩’으로 예식을 준비했다. 웨딩의 기본이라 불리는 ‘스드메’(스튜디오 웨딩 화보, 드레스, 메이크업) 중 가장 신중하게 선택한 것이 웨딩드레스였다. 결혼식의 주인공은 나인 만큼 흰색만 고집하지 않고 ‘내가 좋아하고 어울리는 색의 옷을 입겠다’는 생각이었다. 장씨는 유색 드레스로 유명한 업체를 방문해 다양한 컬러의 드레스를 ‘피팅’해보았고 가장 마음에 드는 드레스를 골랐다. 얄궂게도 검은색 드레스였다.
제가 검은색 드레스를 고르자마자 업체에서 ‘그건 본식용이 아니다’라며 난감해하더라고요. 유색 드레스는 보통 본식을 마치고 2부 피로연에서 입는데, 더구나 블랙을 본식에 입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니라고 말이죠. 그런데 전 블랙에 이미 꽂혀버린 거예요. 아무리 봐도 그 드레스를 빼고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우리나라 신부에게 ‘블랙’은 아직은 허락이 필요한 색이다. 결혼식은 집안 행사인 만큼 여러 부분이 양가 부모의 선택으로 결정된다. 신부의 웨딩드레스 색과 디자인도 그 일부가 될 수 있다. 장씨는 개방적 사고를 가진 부모님 덕분에 무사히 자신이 원하는 드레스를 입고 식을 치렀다. 블랙 웨딩드레스를 처음 보는 하객들 사이에서 ‘이색적이다’ ‘멋지다’라는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신부가 웬 검은 드레스를…이라는 뒷말이 나오지 않은 것만으로도 성공이었다.
최근 검은 드레스가 웨딩업계에서 유행을 타면서 ‘전통의 흰색이냐, 개성의 블랙이냐’를 두고 집안 갈등이 일고 있다. 한 웨딩 준비 커뮤니티에서 한 예비 신부는 웨딩 촬영으로 입은 블랙 드레스 사진을 본 어른들이 ‘좋은 날 왜 검은색을 입냐’며 앨범에서 빼라고 했다며 흰 드레스가 우리 전통 혼례복도 아닌데 다 똑같은 색의 옷을 입고 공장형 결혼식을 하는 것은 이상하지 않냐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신랑·신부가 주도하는 결혼식이 점점 대세를 이루면서 소규모로 진행하는 스몰 웨딩, 하우스 웨딩, 한옥 웨딩 등 개성 넘치는 결혼식 형태가 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웨딩드레스의 디자인과 색도 다양해졌다. 앞서 장씨의 사례처럼 본식에 검은 드레스를 입는 것은 아직 흔치 않지만 웨딩 화보나 피로연 드레스로 흰색이 아닌 블랙을 포함한 유색 드레스를 선택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기존 관념을 깨고 나만의 개성을 찾으려는 시도다.
또 블랙 웨딩드레스 열풍의 이유를 ‘핫한’ 제주도 웨딩 화보에서 찾는 이도 있다. 사진작가 이경섭씨는 요즘 해 질 무렵 제주 바닷가에 노을이 지기 시작하면 적어도 5~6팀이 2~3m 간격으로 서서 분주하게 웨딩 화보를 촬영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초봄에서 5월까지 결혼 시즌이면 함덕, 김녕, 협재 등 제주 해변은 화보의 성지로 변신한다며 특히 보랏빛 노을을 배경으로 블랙 드레스를 입으면 별다른 조명이나 오브제 없이도 강렬하면서도 로맨틱한 감성을 연출할 수 있다. 노을과 블랙 드레스의 조합은 웨딩 화보 콘셉트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블랙 웨딩드레스 열풍…어디서 왔나?
미국에서 블랙 웨딩드레스가 화제가 된 것은 1997년 배우 세라 제시카 파커의 결혼식에서였다. 할리우드 배우 중에서도 패션 트렌드세터로 유명한 그가 결혼식에서 기성복 브랜드인 ‘모르간 르 페이’의 수수한 검은 드레스를 입자 대중의 시선은 더욱 쏠렸다. 이후 그는 검은 드레스를 입은 이유에 대해 결혼식이라고 흰색 드레스를 입기 너무 부끄러웠고 세간에 너무 많은 관심을 인스타 팔로워 구매 끌지 않으려고 검은색 드레스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그의 의도와 달리 블랙 웨딩드레스는 웨딩 패션의 새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블랙 웨딩드레스는 이미 보편화했다. 미국 패션디자이너협회(CFDA)가 주관하는 2024년 뉴욕 브라이덜 패션 위크에서는 대부분의 웨딩 컬렉션에 블랙 드레스가 등장하는 등 블랙 컬러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웨딩 패션계의 대세가 될 것이라는 업계 전망을 보여줬다.
미국의 웨딩 컨설팅업체 ‘더 노트’는 1840년 영국 빅토리아 여왕이 결혼식에서 흰색 드레스를 입고 사진을 찍기 전까지 궁정과 평민들 사이의 전통 결혼식에서는 블랙 드레스가 주류였다며 즉 블랙 웨딩드레스를 입는다고 전통을 깨뜨린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미국에서 블랙 웨딩드레스는 다채롭게 변화하고 있는 웨딩 패션의 한 트렌드다. 현지 웨딩업계는 풍성하고 고전적인 공주풍 웨딩드레스에서 벗어나 ‘웨딩 슈트’라고 불리는 여성용 턱시도나 상하의 일체형의 점프슈트, 드레스와 슈트 디자인을 합친 하이브리드 버전까지 내놓고 다양한 취향을 가진 신부들의 선택을 기다린다.
일본에서도 블랙 웨딩드레스 열풍이 불고 있다. 일본의 웨딩전문업체 ‘하라다야’를 운영하는 하라다 교코는 일본에서 검은색 옷은 장례식용 의상으로 ‘애도’의 의미를 담고 있어 10년 전까지만 해도 결혼식에서 검은색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흰색 드레스는 ‘깨끗하고 순결한 신부’의 모습으로 오래도록 사랑받았다. 반면 검은 드레스는 나를 물들일 수 있는 건 너뿐이야라는 주체적이며 결의가 담긴 것으로 여겨지며 요즘 세대 여성들에게 선택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2019년 모델 최소라와 사진작가 이코베의 결혼식이 새 시대의 분기점으로 통한다. 당시 최소라는 웨딩드레스 대신 프라다 블랙 미니 드레스를 입고 하객과 양가 부모는 흰색 옷을 맞춰 입어 ‘반전 웨딩룩’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어 걸그룹 AOA의 전 멤버 유나, 가수 레이디제인, 코미디언 김경진·전수민 부부도 블랙 웨딩 화보를 공개해 시선을 끌었다.
웨딩 컨설팅업체 ‘아이웨딩’ 브랜드팀 이은경 부장은 요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결혼 관련 업체의 마케팅이 활발하다 보니 신랑·신부가 능동적으로 정보를 찾고, 원하는 그림의 화보를 찍길 원한다며 과거에는 신부가 청순하고 청초한 매력을 발산하길 원했다면 요즘은 선명한 비비드 컬러 드레스에서 블랙 드레스까지 개성 표현에 더 중점을 두며 식을 준비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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