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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석의 문화유랑]옛날 극장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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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지훈 작성일24-05-14 09:05 조회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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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의 대한극장이 올해 9월30일 운영을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1958년, 당시 최대 규모로 개관하여 <벤허>와 <사운드 오브 뮤직> 등 70㎜ 대작을 상영한 대한극장은 시대 변화에 따라 2001년 멀티플렉스로 전환했지만 결국 문을 닫고 말았다. 이로써 단성사, 명보, 스카라, 국도, 중앙 등 추억의 극장들은 모두 사라졌다. CGV에서 인수한 피카디리극장만이 ‘CGV피카디리1958’이라는 이름으로 그나마 남아 있다.
아쉬운 것은 극장의 이름만이 아니다. 대한, 명보, 단성사 등은 멀티플렉스로 전환하기 위해 기존의 건물을 헐었다. 국도, 스카라는 변신의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1999년과 2005년에 문화재로 남았어야 할 극장 건물을 철거해 버렸다. 최근 원주에서도 아카데미극장을 보존하는 대신 부숴버렸다. 20세기의 영화관은 서울에서 경험할 수 없는, 기록만 남은 과거가 되어버렸다.
20세기의 영화 개봉 방식은 지금과 달랐다. 시내에 있는 개봉관 하나에서 상영하고, 변두리의 재개봉관들을 거치게 된다. 영화가 성공하면 몇 개월씩 상영하고, 재개봉관은 낡은 필름을 무수히 상영했다. 동네의 재개봉관은 동시상영이었다. 멜로영화와 액션물, 가족용 영화와 호러물 등 다른 취향의 영화를 붙여 다양한 관객을 불러들이는 수법을 썼다. 꼭 보고 싶은 영화는 나들이 가듯 시내 개봉관에서 보고, 동네 재개봉관은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영화 한 편 보자며 친목 행사처럼 가는 경우가 많았다.
동네 극장은 1980년대 이후 불량한 장소로 여겨졌지만, 1970년대까지 동네 사람들이 모이고 가족이 함께 즐기는 일종의 사랑방이기도 했다. 1990년 한국에서 개봉하여 인기를 끈 이탈리아 영화 <시네마 천국>은 작은 섬마을의 유일한 극장 ‘시네마 천국’에 얽힌 추억과 사랑을 그린다. 만원으로 극장에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을 위하여 외부 건물에 영사하여 모두가 영화를 즐기게 하는 모습은 아름다운 꿈처럼 기억에 남았다. 모두 함께 같은 장면을 보며 울고, 웃고, 감동하는 시간은 소중하고 영원한 추억으로 남는다.
최근 본 영화 <이퀄라이저 3>에서도 ‘시네마 천국’을 경험했다. 안톤 후쿠아 감독이 연출한 ‘이퀄라이저’ 시리즈는 은퇴한 특수요원 로버트 맥콜이 선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단독으로 악당들과 싸우는 내용이다. 3편에서 맥콜은 이탈리아의 마피아를 처단하다가 불의의 사고를 당해 작은 마을로 숨어든다. 몸이 나아지면 떠나갈 생각이었지만 이웃과 친해지면서 다정함에 물들어 간다. 마을의 작은 광장은 식당, 카페, 청과점, 잡화점 등이 있어 주민들이 자연스레 모인다. 주말이면 건물의 벽면에 오래된 영화를 상영하여, 누구나 오가며 볼 수 있다. 옛날 영화가 펼쳐지는 하얀 건물들 사이에 있으면, 누구나 사랑을 꿈꿀 것이다. 맥콜도 그렇게 낡고 보잘것없지만 다정하고 따뜻한 세계에 기꺼이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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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극장이 사라진다는 소식이 그리 슬프지는 않다. 모든 것은 언젠가 사라진다. 1990년대 <천국보다 낯선> <나쁜 피> <희생> 등 예술영화를 상영했던 서울 혜화동의 동숭시네마테크, 종로의 코아아트홀도 이제는 없다. 1980년대 광화문의 국제극장, 1990년대 인스타 팔로우 구매 국도극장과 아세아극장이 문을 닫고, 남은 극장들도 멀티플렉스로 재개관했을 때 낭만은 사라졌다. 과거의 이름을 가진 멀티플렉스가 개성적인 극장으로 남아주길 바랐지만, 과한 기대였다. 멀티플렉스는 다양하고 새로운 영화를 대중에게 선택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최근 <범죄도시4>는 80%가 넘는 상영 점유율을 기록하며, 단기 이익만을 생각하는 자본주의가 얼마나 획일적이고 폭력적인지 잘 보여준다.
과거의 극장을 되살리는 것은 불가능해도, 지금 존재하는 시네큐브, 아트나인 등 다양한 개성의 작은 극장들을 유지하고 발전하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 누구나 갈 수 있지만 하나의 영화만이 존재하는 멀티플렉스와 하나의 스크린밖에 없지만 모두가 함께 영화를 경험하는 영화관. <시네마천국>과 <이퀄라이저 3>의 ‘공동체 상영’이 그립고,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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