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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윤석열을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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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지훈 작성일25-06-02 21:50 조회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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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않기 위하여 쓴다. 이번 선거는 윤석열의, 윤석열에 의한 선거였다. 2024년 12월3일 불법계엄의 밤으로부터 꼬박 6개월, 그 모든 난장은 윤석열로부터 비롯되었다.
윤석열은 헌법 파괴 행위로 6·3 대선의 문을 열었다. 45년 만의 불법계엄 선포라는 초유의 사태는 또 다른 초유의 사태들을 불렀다. 내란수괴 피의자에 대한 탄핵 거부, 서부지법 난입·폭력, 체포영장 집행 저지,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 등 매 순간 헌법에 기반한 공동체의 지반을 흔드는 일들이 일상에 균열을 냈다.
반성도, 사과도 없는 무염치한 날들이 이어졌다. 윤석열이 깐 판에 국민의힘이 장단을 맞춰 춤췄다. 탄핵 방어를 선택하면서 극우세력과 제도권 정치의 합체 현상이 나타났다. 반짝 생존을 선택한 결과는 한국 정치에 두고두고 후과를 남길 것이다.
그가 파면됐다고 곧장 평온한 일상이 오진 않았다. 파면 후에도 주권자들은 사과받지 못했다. 그는 파면 당일 국민의힘 지도부를 만나 대선 승리를 응원했고, 사흘 뒤에는 지지자들에게 “자유와 주권 수호를 위해 싸운 여정은 위대한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관저에서 퇴거하면서는 계엄이라는 ‘비상조치’로 “미래 세대가 자유와 주권 가치의 소중함을 인식”하게 됐다고 말했다. 자기확신과 망상에 빠진 이가 하지 말아야 할 말만 골라 하는 동안 통합은 멀어졌다. 윤석열이 공동체에 가한 2차 가해다.
‘고맙다면 고마운’ 일도 있다. 대선 스포트라이트가 후보들에게로 향하고, 네거티브 공세가 뜨거워지고, 국민의힘의 후보교체 파동이 모든 시선을 앗아갈 때도 윤석열이 수시로 등장해 본질을 일깨웠다. 그는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를 공개 관람하더니, 대선 전 마지막 주말에 전광훈 주도 집회에 “탄핵 반대를 위해 혼신을 다해주신 국민 여러분”을 호명하는 메시지로 선거운동에 나섰다. 덕분에 여러 갈래로 흩어지는 주장들 속에서도 끝내 이번 대선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잊지 않게 됐다.
윤석열 그림자 속에 치른 대선의 한계는 명확했다. 윤석열 다음의 국정 대리인을 선택하는 선거의 의미가 기존 헌법 질서를 다시 세우고, 불법계엄 사태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으로 축소됐다. 망가진 것을 회복하는 데 초점이 맞춰지면서 ‘더 나은 미래’를 이야기해야 마땅한 대선의 본질은 충분히 구현되지 못했다. 각 정당의 좌표를 설정하는 일은 망가진 보수 진영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으로 변환됐다. 자연스럽게 진보적 의제들은 주요 쟁점에서 탈락했다. 윤석열은 이런 대선 논쟁의 한계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대선 뒤에도 윤석열은 잊히지 않아야 한다. 헌법에 따른 파면, 민의에 따른 대선 결과에 이어 형사 법정의 결론이 나오기까지 일정한 감시의 시선이 윤석열로 향해야 한다. 다시는 헌법 준수 의무를 배반한 대리인 때문에 치르는 대선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필수적인 일이다. 그에 더해 윤석열 시대를 되새기는 방식에 반성적 바람이 보태졌으면 한다. 대선 과정에서 충분히 논의되지 못한 미래를 위한 논쟁들, 다뤄지지 못한 ‘남겨진 의제’들에 제자리를 찾아주는 일이 그 시작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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